카모메식당

2011/02/09 15:11

 

 

내 딴에는 유명하다고 생각한 '카모메식당'을 보았다.

 

괜찮다고도 하고

감명깊게 봤다고도 하고

내 컴퓨터에도 다운받아져 있고

보려고 2년여를 결심한 영화를

 

오늘 봤다.

 

첫 장면 갈매기만 대여섯번을 보고

이제서야 끝까지 봤다.

 

일본의 쏘울 음식이라는 주먹밥과

작고 평범하며 일상적인 식당과

그냥 다 잘될거라고 말하는 따뜻한 주인이 있는 카모메 식당.

 

굳은 결심도

격정적인 슬픔도

없이

..

누구도 아픔없는 사람은 없다고

무엇도 변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그래도 묵묵히 다 잘될것이라며

위로해준다.

 

먹고사는게 답답하고 막막할만 한데

한달동안 손님하나 없는 작은 식당 주인은

급한 기색이 없다.

필란드에 가족하나 없이 홀로인데도

없으면 결국 닫아야지..

그래도 잘 될거라며

좋아하는 일을 해서 좋겠다는 부러운 물음에

싫지 않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하루를 꾸려나간다.

 

거기엔 거창한 계획도 굳은 결심도 격정적인 슬픔도 끈끈한 우정이나 관심도

그렇지만 배척도 없다.

그냥 모든건 지나간다....란 말이 떠오를 만큼

흘러 머물고 웃다 사라지고... 현재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편안하다.

 

무엇인가 대단하지 않아도 수용되고 인정되며

그래로 바라보고 그대로 둔다.

따뜻한 온기만이 존재한다.

무섭고 배타적인 사람들도 어느새 툭~하고 댐이 무너지듯

알고보면 그냥 나와같은 혹은 상처받은 사람이다.

처음엔 낯선 곳, 낯선 사람에게 날을 새우지만

그건 상처받았거나 두렵기 때문이다.

따뜻한 눈빛과 정성어린 음식이면 긴장을 풀고 한숨을 놓고... 쉰다.

그리고 음식을 먹는다.

따뜻한 음식에 집중하다보면 그냥 그대로 의미있다.

 

...............

 

 

 

 

 

또 몇 일

대박을 꿈꿨다.

뭔가 멋지고~대단하고~단오한!

멋져서 눈이 부신 생각 구름들이

빛날 땐 언제고 내 마음을 짓누른다.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모습들에

용기는 짜부러든다.

 

너무 무섭고 막연한 세상을 살아가기가 벅찼는데

영화에서 보여주는 뜨겁지도 격정적이지도 않은 따뜻한 온기에

힘을 얻었다.

뭔가 심각한 일이 있을때나

무엇을 결정할 때

뭔가 대단한게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런것은 없다.

뭔가를 이루는게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다.

 

 

가치를 세우고 욕구하고 욕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화를 내고

다시 더욱 가치를 높이고 욕구하고 다시 절망하고

결국 절망하게 된다.

지금으로도 만족. 이미 있고 이룬것이 99.999999...% 다. 아무것도 필요없어. 덤으로 살아갈 뿐.

...

한결 행복하다.

긴장되었던 마음이 풀리고 가드세우고 으르렁 댔던 감각도 풀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벽도 낮아지고

편해졌다.

 

앞으로 뭘할지 즐겁게 생각하면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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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블루문 2011/02/09 18:32

    카고메 식당 -> 카모메 식당

    -_-;;;

    perm. |  mod/del. |  reply.
  2. 인선 2011/02/10 18:16

    제목만 수정하고 본문은 수정하지 않는 고집~ㅋㅋㅋ

    perm. |  mod/del. |  reply.
  3. 블루문 2011/02/11 10:23

    캔디님 아까 댓글 읽으려고 들어왔다가 본문 열한번째줄에 카고메식당 봐버렸어요. 오또케..

    참견하지말고 그냥 지나가야지 이 생각을 수도 없이 하다가 결국 참지못하고 또 찾아왔어요. 마음속의 번뇌란 참 힘드네요.

    또 바로 수정해야겠네요. ^0^

    이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이 같은 감독이 만든 안경도 좋아하시지만 저는 호노카아보이를 추천하고싶네요. 우선 영상이 너무 예뻐서 안구가 정화되고 같은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 사실 이 영화가 가슴이 먹먹했어요.

    하지만 배경이 하와이라 여름에 보시면 더 좋을 수도 있어요.

    perm. |  mod/del. |  reply.
    • 캔디 2011/02/11 15:12

      처음엔 제목만 틀린줄 알았는데~
      두번짼 첫문장만 틀린줄 알았는데...

      "아~ 맞네?!" 이러고 웃었습니다.

      번뇌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정말 줄줄 새는군요! 새는것도 웃기고~번뇌하셨다는말에 뭘 번뇌까지 하시나 싶어 웃기고..어느니 세번째면 번뇌 좀 하셨을 것 같다 싶어서 또 웃습니다.
      저는 그래도 꿋꿋하니 걱정마세요! ㅎㅎ

      제가 워낙 게을러서 정말 여름이 되어서야 그 영화를 볼 지도 모르지만 제목을 알면 언젠가는 보게 되니까요.. 기쁘네요^^


      다시한번 쌩유~^^

    • 블루문 2011/02/11 15:40

      혹시 참견쟁이의 뇌구조가 궁금하세요. T.T

      근데 기.쁘.다.는 말을 들으니..

      일본영화 블로깅하고싶어진다..

      어쩌지..

    • 캔디 2011/02/11 16:21

      어찌 아셨지.. 궁금해지고 있었는데 ㅎㅎㅎ

      어쩌지...마시고 그냥 해주세요~

      전 타고난 방청본능, 쉬운 사람, 다정한 이웃입니다.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거든요. ㅎㅎ

    • 블루문 2011/02/11 18:33

      제 글 수정하려고 들어왔는데 이런 감동의 댓글이..

      캔디님은 정말 다정한 사람인것 같아요..

      집에서 주구장창 놀았더니 남이 쓴 글자 틀린거나 고쳐주고싶어서 환장할려고 그러구..

      이대로 밖에 나가면 위험해..

      얼마전에도 정신수습이 안된 상태에서 면접보러갔다가 저한테 불리한 얘기만 잔뜩하고 돌아왔어요. 흑흑..

      나는 이 사회에서 휴지조각같은 사람이야.. 엉엉..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__)(--)

    • 캔디 2011/02/11 20:08

      저도 놀고 있는데! ㅎㅎ

      다정한 사람인 것 같다는 댓글에 완전 오글거리지만 네네..맞습니다. 제가 다정한 사람. ㅎㅎ 막 이러고

      휴지조각이라뇨..; 이렇게 고귀한 휴지는 세상에 없을 겁니다.(진심 진지함)

      자주 찾아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정한 이웃 블루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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