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째]108배

2010/02/15 22:36

 

엄마는 결혼하기 전에 교회를 다니셨다고 했다.

내가 어릴땐 몇번 가시기도 하셨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회가 되시면 가신다고도 하신다.

그러니까 엄마는 크리스찬이다.

교회를 안다녀도 크리스찬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108배 음성을 틀면 조용히 방에 들어가신다.

자신과 맞지 않는다 하여 못하게 하지는 않으시니 얼마나 마음이 깊은가

참 가끔 엄마 모습에서 부처가 보인다.

 

108배를 하기 전에 블로그에 와서 다른이들의 글을 읽었다.

헤어진이의 블로그도 들어가서 기웃거렸다.

나름 그 아픔에 대한 몇줄의 글에 발끈하였다.

마음이 좀 오래도록 남아있다고 유세 떨 일도 아니지만

먼저 마음이 변한 사람이 '사랑은 원래 변하는거야. 이미 난 알고 있었어."라고 말하는 것도

참으로 꼴뵈기 싫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내 입장일 뿐이다.

헤어짐은 차이고 찬 모든 입장을 떠나 큰 충격이다.

 

104. 나로 인해 어지러워진 모든 인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백네 번째 절을 올립니다.

 

 

 

 

그 모든 인과를 떠나 잘잘못을 떠나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마음.

분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

나도 언제나 내 입장에서 보고 해석하고 있지 않은가.

 

사랑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던 것도

사랑이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던 것도

상대방의 아픔보다 내 아픔이 먼저 크게 보였던 것도

내가 아픈만큼 상처주고 싶었던 것도

상처받았다고 떠들고 싶은 것도

모두 다 내 모습이다.

보잘 것 없고 매일매일 죄짓고 살고 있는 내 모습.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난 죄책감을 가지고 있진 않다.

 

시절인연으로 만나 좋을 때가 있었듯

지금은 잠시 내가 마음을 잡고 추스릴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수없이 오고갔던 비난과 원망, 고마움과 아쉬움을 가려낼 필요 없이

그러한 인연이 왔다 갔음을 받아들이고

참 열심히 살았다 토닥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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