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정애씨

2010/02/13 23:27

아침부터 장보고

장 본 음식들 나르고

손질하고

전 부치고

나물 만들고

밥하고

저녁먹고

.........................................

 

엄마랑 사우나를 갔다 맥주한잔씩 했다.

 

 

엄마는 집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단다.

아빠 눈치를 보며 비유를 맞추느라 짜증도 나고

그래서 내가

'엄마는 집이 직장이고만'

'아빠는 상사고'

엄마가 피식 웃는다.

 

여성주의 공부를 하면서 가장 큰 기쁨은

갑갑하고 부당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그럴만 했다는 사실. 그래서 내가 이유없이 분노하지 않았다고 하는

인정에서 비롯했다.

그리고 여성주의 공부를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건

나와 가족들이 엄마의 등골을 빼먹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엄마의 희생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누구나 가장 편한 '집'이 엄마에게는 갑갑한 곳이라는 사실.

그래서 그 누구도 엄마의 보살핌을 당연하게 생각해선 안된다는 사실.

그것을 알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여성주의를 만나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음식을 하고 집안을 가꾸는 일은 엄마담당이다.

난 밖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온다.

명절날 음식을 하는 것도 엄마 몫이다. 난 가끔 거들 뿐이다.

누구도 그 일은 하기 싫어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렇다면 난 그 일을 같이 해야 한다. 내가 해야한다. 누구더러 뭐라고 할 것이 아니라 내가해야한다.

그게 페미니스트의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내가 하고 그 다음에 이런 엄마의 노동이 나의 노동이 당연한게 아니란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리고 같이 한다. 같이 할 부분을 늘려간다. 엄마의 존엄을 높인다.

 

오늘은

엄마 처녀적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의 역사다.

더 많은 엄마 이야기를 듣고 싶다. 엄마의 역사를 들어내고 싶다.

 

사랑하는 나의 정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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