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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b급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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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영화를 찍다가 진짜 좀비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시종일관 우당탕탕거리면서 좀비들과 인간들을 하나씩 처리한다.
그런데, 혹은 그래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스텝들이 좀비로 변해서 달려들고, 좀비가 아닌 인간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가 리얼하다며 카메라를 들이밀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그 난리통에 뜬금없는 대화가 이어지는가하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도 막 벌어지고, 카메라는 배우들만큼이나 정신없이 움직이고, 영화를 찍는건지 진짜 싸움을 벌이는건지 헷갈리고, 그러면서도 은근히 섹시한 포즈를 클로즈엄하다가 완전 살벌한 장면이 이어지고,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그렇게 30여분 동안 정신없이 좀비와의 사투를 벌이다 최후의 일인이 남으면서 ‘컷’ 소리와 함께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이건 뭐야? 이렇게 끝나는거야?”하며 황당해지는데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 ‘한달전’이라는 자막과 함께 영화는 계속된다.
이번에는 조금 차분하게 앞의 좀비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러나...”하는 마음에 그냥 바라봤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원테이크 생방송 좀비영화’라는 황당한 미션에 도전하게 되고
그를 위해 배우들을 섭외해서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을 늘어놓고 있었다.
앞에서 워낙 정신을 빼놓아버려서 그런지 차분한 진행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렇게하다가 드디어 영화촬영에 들어가게 되는데
여기저기서 사고가 막 벌어진다.
영화속 감독역을 맡은 배우가 펑크나는 바람에 감독이 감독역을 하게 되고, 스텝역을 맡은 배우도 펑크나는 바람에 감독부인이 스텝역을 하게 되고, 배우중 한 명은 긴장감 때문에 술을 먹고는 인사불성이 되고, 또 한 명은 물을 잘못 먹어서 설사를 하고, 오합지졸들의 향연 속에 원테이크 생방송 좀비영화가 스타트하는 거다.
그때부터는 어떻게든 영화를 완성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달려든다.
초반에 보여줬던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초반의 난리가 왜 일어나게 됐는지도 설명하면서 여기저기서 뻥뻥 터치는 사고들을 정신없이 수습한다.
초반에 보여줬던 좀비영화의 메이킹필름인 후반부는 정신없이 우당탕탕 좌충우돌하면서도 초반부와 너무도 정확하게 아귀를 맞춰나간다.
정신없으면서도 맞춰지는 퍼즐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렇게해서 우여곡절 끝에 ‘원테이크 생방송 좀비영화’가 무사히 만들어졌다.


좀비영화를 찍다가 진짜 좀비가 나타나서 싸우는 좀비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영화였다.
액자 속에 액자를 넣은 액자를 갖고 퍼즐맞추기처럼 노는데 액자를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활개치는 게 아주 재미있었다.
자칫 산만하고 복잡해질수 있는 얘기를 얼렁뚱땅 넘겨버리는 것같지만 아주 치밀하게 계산해서 만들었다.
“b급 영화도 그냥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야!”라고 항변을 하고는 “재밌었어? 그러면 됐지, 뭐”라고 쿨하게 한마디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져버리는 겉멋을 부릴줄 아는 여유도 보여줬다.
그래서 나도 한마디 해줬다.
“브라보! 요즘 활력이 사그라들어서 힘빠진 영화만 내놓는 타란티노 형님이 이 영화를 봐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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