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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152회

 

 

 

1

 

 

읽는 라디오 살자 백 몇 번째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랑이에요, 반갑습니다.

 

 

지난 여름에 여러분이랑 같이 여행을 다녀왔었던 거 기억하세요?

그때 가을이 되면 또 놀러가자고 약속했었는데

그래서 지금 가을이 됐는데

성민이가 바쁘다고 해서 놀러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언제 놀러갈거냐고 자꾸 조르니까

성민이가 바쁜 거 빨리 처리하고 놀러가자고 했거든요.

 

 

그래서 놀러갈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놀러가기로 한날 그만 비가 오고 말았어요.

비가 와도 놀러가자고 성민이를 졸랐지만

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려서 안 된다고 하는 바람에

하늘만 바라보면서 비가 그치기만 간절하게 기다렸는데

하늘에 구름이 살짝 열리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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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성민이를 불러서

하늘에 구름이 열린다고 했더니

여린 구름 사이로 무지개가 보이는 거예요.

무지개가 너무 이뻐서 빨리 밖에 나가자고 졸랐더니

성민이가 급하게 옷을 차려입고 나왔습니다.

 

 

성민이랑 같이 밖에 나왔는데

비는 아주 조금 내리더라고요.

그래서 성민이가 망설이고 있으니까

제가 말했어요.

 

 

“저기 무지개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가면 거기는 비가 오지 않을 거야.

지난 번 여름에는 구름 위에서 재미있게 놀았으니까 오늘도 무지개 타고 올라가서 놀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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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여러분, 무지개를 타고 올라왔더니 우주가 나왔어요.

와~ 신난다~

우리가 이번에는 우주여행을 하게 됐어요.

멍 멍 멍 멍 너무 너무 너무 신나요~

성민이가 진정하라고 하는데 이 상황에서 어떻게 진정하겠어요.

세상에나 세상에나 여기가 우주인데~

 

 

저기 태양이 보이죠?

우주에서 보니까 태양이 전등 같아 보여요.

태양은 엄청 크다고 그랬는데 별로 크게 보이지도 않네요.

와~ 저기 지구를 보세요~

우리가 방금 전에 저기 구름 아래에 있었잖아요.

근데 지금 우리는 이렇게 구름 위에 한참 위에 있어요.

저기 밑에는 아직도 비가 오고 있겠죠?

여기는 비가 오지 않는데, 헤헤헤

 

 

자 자, 여러분, 이제 우리 같이 여행 계획을 세워봐요.

우리 어디로 가볼까요?

음... 달은 너무 가까워서 시시해요, 거긴 안 갈래요.

그러면 화성에 먼저 가볼까요?

거기가면 누가 감자를 재배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가서 감자 얻어먹을래요?

만약에 감자 재배하는 사람이 없으면 화성도 그냥 지나가요.

거기서 조금 더 가면 목성과 토성도 있으니까 거기 가서 놀아도 좋겠어요.

토성에는 커다란 띠가 있으니까 거기서 저랑 달리기 시합할래요?

토성에서 잠깐 놀다가 좀 더 멀리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다른 별에 가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아요.

시간이 되면 안드로메다까지 가서 외계인들이랑 같이 놀았으면 좋겠어요.

와~ 생각만해도 너무 신나요~

우주에도 개가 있을까요? 외계개를 만나면 싸우지 않고 재미있게 놀거예요.

와 와 와~ 너무 너무 신나요~ 멍멍멍

 

 

 

 

(요조와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그런지카’)

 

 

 

3

 

 

여러분, 우주여행이 재미있나요?

저는 좀...

사실 우주에 오면 볼거리들이 엄청나게 많을 줄 알았는데

우주에 나온지 며칠이 됐는데 아직도 껌껌한 하늘을 날아가고 있어요.

 

 

우주선 선장님 얘기로는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려면

빛의 속도로는 3분이면 갈수 있는데

아직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만들지 못해서

지금 우주선으로는 6개월이 걸린데요.

말이 돼요? 겨우 화성까지 가는데 6개월이라니...

선장님 얘기로는 태양계 끝까지 가는데 빨리 잡아도 30년이 걸린다고 하고

제일 가까운 별에 가려면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4년이 넘게 걸리는데

이 우주선으로 가려면 몇 만 년이 걸린데요.

그러니까 저는 평생을 날아가도 겨우 토성에 갈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토성에서 달리기 하고 싶었는데...

 

 

그리고 더 재미없는 건요

우주선 밖에는 정말 깜깜하다는 거예요.

우주는 지구에서 볼 때 보다 더 깜깜한데요

태양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으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깜깜해지는 거예요.

저 멀리 별들이 보이기는 하는데 지구에서 볼 때 보다 재미가 없어요.

선장님이 우주망원경으로 별을 보면 재미있을 거라고 했는데

그것도 하루가 지나니까 재미가 없어요.

밤도 없고 낮도 없는 깜깜한 하늘을 계속 날아가기만 하는 거예요.

바다에는 물고기라도 있는데 여기는 물고기도 없고 새도 없어요.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심심해요.

아~ 이럴 거면 그냥 가까운 달에 가자고 그럴 건데...

 

 

좁은 우주선 안에서 지내야하니까 산책도 못 나가요.

저는 산책을 나가야 똥이랑 오줌을 싸는데 그럴 수 없어서 너무 힘들어요.

성민이가 그런 저를 위해서 자꾸 쓰다듬어주지만 그래도 너무 재미없어요.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성민이가 이랬어요.

 

 

“요즘 지구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밖에도 잘 못나가잖아. 우리도 그런 사람들처럼 조금만 힘든 시기를 참으면 화성에 가서 감자를 먹을 수 있어가야.”

 

 

화성에 가서 감자를 먹을 수 있다는 얘기는 좋지만

화성에 가서 감자를 먹으려고 6개월 동안 이렇게 지내야 하는 건 싫어요.

그냥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만

모처럼 우주로 나왔는데 화성에는 갔다 와야 하지 않겠냐고 성민이가 우겨서

집에도 못가고 있어요.

여러분, 우주여행 하고 싶으면 가까운 달까지만 갔다 오세요.

그 너머로 가는 건 정말 재미없어요.

 

 

 

4

 

 

우주선 뒤로는 분명히 태양이 있는데 왜 하늘은 깜깜할까요?

도대체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요?

지구를 떠나서 한 달 동안 우주선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깜깜한 하늘뿐입니다.

우주에는 떠다니는 쓰레기도 없나요? 정말 너무 심심해서 죽겠어요.

 

 

성민이는 우주여행은 고독으로의 여행이라고 하는데

저는 고독이 너무 싫어요.

제가 지구로 돌아가자고 몇 번을 얘기했지만

성민이는 6개월만 참고 견디면 화성을 볼 수 있다면서 고집을 부려요.

힘들어하는 저를 위해 성민이가 많이 노력하는 건 알겠는데

저는 화성에서 감자 먹는 건 이제 싫고 그냥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요.

 

 

제가 우울증 걸릴 것 같다고 그러니까

선장님이 지구에서 도착한 메시지가 있다면 건네주네요.

 

 

 

 

한영애의 여울목이라는 노래가 참 좋습니다. 누구나 꿈이 있을 터인데, 나이를 먹으면서 그 꿈이 내 곁을 점차 떠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다가 그 꿈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릴까봐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 꿈이 나만의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꿈은 나를 떠나게 되지 않는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사랑씨! 안녕하세요! 한동안 들리지를 못했습니다. 사랑씨가 이제는 칭찬을 받을 만큼 노련한 방송 진행자가 되었군요.^^ 축하드려요.^^ 참, 사랑씨는 꿈이 무엇인가요? 궁금하네요. 요즘은 새파란 가을하늘 보는 낙으로 살아요.^^ 새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면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면서 전율이 느껴지는데, 그 전율이 참 좋네요. 따갑게 내리쬐는 가을햇살은 그 전율을 몸과 마음 구석구석까지 전달해 주고요.^^ 파란 가을하늘과 가을햇살 때문에 요즘은 살맛이 좀 납니다.^^ 가을소풍은 언제 가실 건지요 사랑씨?^^

 

 

 

 

곰탱이님이 읽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주셨는데

저는 한 달이 넘게 우주선에 갇혀 있답니다.

곰탱이님이 가을소풍 기다린다고 그랬는데...

정말 멋진 가을소풍 갈려고 저도 기다렸는데... 훌쩍

저도 가을소풍이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훌쩍

곰탱이님 미안해요. 훌쩍

파란하늘과 가을햇살이... 훌쩍

우주는 깜깜하기만 한데... 훌쩍

 

 

제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셨죠?

저 같은 개에게도 꿈이 뭐냐고 물어봐줘서... 훌쩍

너무 고맙습니다, 곰탱이님. 훌쩍

제 꿈은요, 흐흑흑흑

제 꿈은요.... 훌쩍

지구로 돌아가서... 으흑흑흑

그냥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엉엉엉엉엉엉 으아앙앙앙앙

지구로.... 엉엉엉엉엉엉

돌아가고 싶어요. 으아앙앙앙앙

 

 

 

 

(둘다섯의 ‘밤배’)

 

 

5

 

 

여러분, 우리는 지금 지구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화성까지 3분의 1 정도 갔다가 우주선을 돌렸습니다.

내가 너무 힘들어가는 걸 보고 성민이가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선장님이 그러는데 화성에는 감자가 없다고 합니다.

화성에는 온통 바위뿐이어서 볼 것도 별로 없다고 합니다.

제가 지구로 가는 길에 달에는 들려보자고 했는데

달에도 별로 볼 것 없다고 해서 그냥 지구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저 멀리 지구가 보이는데 매일 조금씩 가까워지니까 너무 좋습니다.

 

 

선장님이 그러는데 우주에서 지구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데요

그렇게 빨리 움직이는 지구를 찾아가려면 우주선도 포물선을 그리면서 엄청나게 빨리 움직여야 한데요.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우주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거래요. 재미있죠?

그리고 별들도 죽는다고 그랬어요.

우주에서 먼지랑 가스랑 뭉쳐져서 아기별이 만들어지고 아기별이 활활 타오르다가 타오를 연료가 없으면 나중에는 폭발해서 죽는데요. 신기하죠?

우리 태양도 지금은 중년의 아저씨 정도 되는데 나중에 나이 들어서 힘이 없어지면 죽는다고 했어요.

태양이 죽으면 지구도 죽는데요.

지구가 죽는다고 하니까 기분이 좀 이상했지만 지구가 죽으려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

그리고 우주가 얼마나 큰지는 아무도 모른데요.

전설 속에 나오는 아~주 커다란 괴물있잖아요, 음... 크기가 한라산보다 더 큰 엄청난 괴물이요.

우주가 만약 그 괴물이라고 하면 태양계는 그 괴물의 세포 하나쯤 된데요.

우와~ 엉멍나죠?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데만 6개월 걸리고 태양계 끝까지 가는데 30년이 넘게 걸리는데 그게 아주 쪼그만 세포 하나 밖에 안된다니...

우주는 정말 신기하고 놀라운 세상인가 봐요.

 

 

옛날에 우주선에 원숭이가 탄 적은 있는데 개가 탄 적은 없었데요.

그래서 저는 세상에서 처음으로 우주여행을 한 개가 된 거래요.

여러분, 부럽죠?

제가 지구에 돌아가면 우주의 놀라운 신비에 대해서 잘 설명해 드릴게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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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드디어 지구에 도착했어요.

집에 오니까 너무 좋아요.

공기를 마음껏 마시면서 숨을 쉴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흙냄새도 너무 좋고요.

그중에서 제일 좋은 건요 발이 땅에 닿았다는 거예요.

이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요.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았는데도 해가 있는 우주보다 훨씬 밝아요.

 

 

석 달만에 지구에 도착한데다가 지금이 새벽이어서 성민이는 엄청 피곤하데요.

나는 이곳의 냄새가 너무 좋아서 산책을 하고 싶은데 성민이는 자고 싶데요.

그래서 나만 혼자 산책하고 들어오겠다고 했는데 위험해서 안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성민이랑 한참을 실랑이 벌이다가 10분 안에 돌아오는 것으로 했어요.

 

 

내가 없는 동안 이 주변에 다른 개들이 오줌을 쌌을지 모르니까 꼼꼼히 둘러봐야 해요.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이 있으면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 우주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할 거예요.

저기 서 있는 팽나무한테 먼저 얘기를 해줘야겠어요.

우주가 얼마나 신기하고 대단한 곳인지 자세하게 말해줘야겠어요.

제 얘기를 들으면 아마 깜짝 놀랄 거예요.

 

 

 

 

(커피소년의 ‘행복의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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