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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 나를 뭐라고 규정하지 마!

 

 

 

 

소녀가 아빠와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가벼운 반항을 했는데 큰 사고가 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머리에 티타늄을 심는 수술을 받게 됐다.

그런데 머리에 티타늄을 심는 수술 장면이 화면에 고스란히 보인다.

초반부터 그 불편한 장면에 살짝 긴장했다.

 

 

소녀는 자라서 어른이 됐고 스트립댄서가 됐다.

사람들 앞에서 선정적인 춤을 추는 그 몸을 카메라가 밀착해서 보여준다.

일을 마치고 샤워하는 장면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젊은 여성의 몸을 볼 테면 보라는 식이다.

 

잠시 후 한 남자가 접근해서 찝쩍거린다.

그 남자의 찝쩍거림을 적당히 받아주다가

남자가 선을 넘고 강제키스를 시도한다.

처음에 살짝 당황하던 그는

잠시 후 격렬한 키스로 받아들이더니

살벌한 방법으로 그 남자를 죽여 버린다.

고장난 롤러코스터에서 널뛰기하듯 벌어지는 상황에 그냥 놀라기만 할 뿐이었다.

 

이후 영화는 그런 식으로 몇 건의 살인이 더 이어진다.

에로틱한 여성의 몸과 살벌한 살인의 연속이었다.

그 속에서 보여지는 그의 이미지는

팜므파탈도 아니고 여전사도 아니고 요괴도 아니고

뜨거운 육체와 살아있는 영혼을 가진 기계 같았다.

다른 말로 하면,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졸지에 연쇄살인 수배자 된 그는

도망 다니다가 10년 전에 실종된 어느 남자아이의 사진을 보게 된다.

그 아이가 살아있다면 자신과 비슷한 나이일 거라 생각한 그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살벌한 방식으로 자신의 외모를 남자로 바꾼다.

그리고는 그 아이의 아버지와 만난다.

 

그때부터 영화의 분위기는 살짝 바뀐다.

아버지는 그가 자신의 아이들이라고 믿기 시작하고

그는 묵묵하게 아들인척 행세한다.

문제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몸을 가려야 한다는 것이고

더 심각한 것은 임신을 해서 몸이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위에서는 아버지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그럴수록 아버지는 맹목적으로 아들을 믿는다.

말없이 아들인 척 행세하는 그는 점점 부풀어 오르는 몸을 가리기 위해 더 극한으로 몸을 조인다.

맹목적인 믿음과 극한의 자기학대가 어우러지면서

그 몸은 더 이상 에로틱하지도 살벌하지도 않은

더럽고 고통스러운 괴물의 몸이 되어간다.

 

영화는 더럽고 고통스러운 그 몸과 상황을 최대한 밀어붙여서

주인공들의 감정까지 그 용광로 속에 녹여버리고

관객들의 불쾌함도 같이 녹여버린다.

그 끝에 나타난 것을 안으면서 영화가 끝나는데

그것을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난감했다.

 

여성의 육체에 대한 극한의 탐구

사랑과 구원에 대한 갈망

관습과 억압에 대한 저항

내면의 괴물성에 대한 표현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기는 하는데

어색한 기성품 같은 그런 규정들도 어울리지 않았다.

 

등 뒤에서 얼굴을 살짝 돌려

귀 윗부분의 수술자국을 보여주는

영화 포스터 속 그가

할 말을 찾지 못한 내게

짧게 한마디를 남겼다.

“이 영화는 티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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