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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83회 – 겸손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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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날 밤에 잠을 조금 설쳤더니
아침에 몸이 무거웠습니다.
몸이 조금 무거워도 일을 하고 있으면 풀리기라도 할 텐데
겨울이라 방안에서만 지내다보니 마음까지 더 무거워져버렸습니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무거워져버리니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ott를 봐도 재미가 없고
요가를 해보려 해도 몸이 거부를 하더군요.
할 일이 없이 가만히 있으려니 힘들기만 해서
오래간만에 낮술이나 한 잔 할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는 했지만
최악의 선택인 것 같아서 단호하게 머리에서 그 생각을 지워버렸습니다.
결국 그날은 힘들게 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다행히 그날 밤에는 잠을 잘 잘 수 있었고
다음날 새벽에 명상과 요가로 몸과 마음을 풀어줬더니
한결 개운하더군요.
그날은 미세먼지가 심해서 사랑이 산책도 하지 못한 채 오롯이 방안에서만 지내야했지만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으면서 오전시간을 보냈고
이런저런 동영상과 영화를 재미있게 보면서 오후시간을 보냈고
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심스럽게 살펴보며 저녁시간을 보냈더니
더없이 개운하게 하루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하는 일 없이 방안에서 지내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극과 극의 이틀을 보내고 났더니
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작은 파도에도 출렁일 정도로 별다른 보호막 없이 둥실거리고 있으니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파도에 몸과 마음을 오롯이 맡겨서 함께 호흡하는 것이겠지만
그 정도 내공이 되지 않으니 그 요동침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네요.
힘들면 힘들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편안하면 편안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다보면
이 겨울도 끝나겠죠.
2
“10년째 투쟁을 이어가며 아사히 이김 구매를 송구하게 또 부탁드립니다.”
어느 분의 sns에서 보게 된 내용입니다.
구구절절한 내용 없이 간단한 한 줄의 사연뿐이더군요.
이 한 줄의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명절만 다가오면 이런 식의 재정사업으로 10년의 세월을 근근이 버텨왔을 그들의 마음을 느껴보려고 해봤습니다.
그 마음을 알 것 같고 모를 것도 같지만
외면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텃밭에 있는 채소들을 주위에 조금씩 나누고 있었는데
한 분이 답례로 생선을 갖다 주셨습니다.
채소를 나눠들릴 때마다 매번 이런 식으로 답례를 받아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농기계가 고장 나서 수리하는 분을 불렀습니다.
간단한 수리를 마치고 수리비 3만원을 청구하시더군요.
얼마 전에 15만원을 주고 수리한 것이 며칠 만에 고장 난 것인데
또 수리비를 요구하는 것이 짜증났지만 그냥 드렸습니다.
농기계 수리를 부탁할 분이 그분 밖에 없기에 매번 이렇게 호갱이 되는 불쾌감을 감수해야 합니다.
가슴 속에 행복한 기분과 불쾌한 기분이 동시에 들어서면
불쾌한 기분이 가뿐하게 자리를 차지해버립니다.
애써 행복했던 기억을 자꾸 떠올려 봐도
불쾌한 감정이 완강하게 버티는 바람에 그런 노력도 헛수고가 되곤 하지요.
그래서 불쾌한 감정을 행복한 감정으로 바꿔보려고 노력을 합니다.
“기계가 고장 났을 때 고쳐달라고 부탁할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수리를 하면서 기계 사용방법에 대해 이런저런 것들을 알려주셔서 도움이 됐습니다.”
“아버지가 살아있었을 때의 기억을 좋게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불쾌한 감정을 행복한 감정으로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부정적인 것에 내 마음이 지배되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 노력해야겠지요.
매실나무를 들여다봤더니
앙상한 가지들 끝에
꽃봉오리들이 왕성하게 올라오고 있더군요.
이 겨울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왕성한 에너지를 뿜어낼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며
제 마음에도 그 에너지를 조금은 담아봤습니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와 요조의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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