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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을에서 유일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분이 있습니다.
동물들을 좋아서 개 두 마리를 키우고, 길고양이들 밥도 챙겨주고, 사랑이도 많이 예뻐해 주십니다.
그런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서 텃밭 채소들이나 과일들이 나오면 챙겨주고 하다 보니 친하게 지내게 됐습니다.
그분은 육지에서 살다가 10여 년 전에 이곳에 와서 살고 계신데, 성격이 밝고 붙임성이 좋아서 마을사람들과도 잘 어울려 지내시는 편입니다.
이 마을 출신이 아닌데다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지 못하는 저로서는 급하게 부탁할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받곤 합니다.
읍사무소에 서류를 제출해야하는데 마을 사람 두 명의 서명이 필요하더군요.
그래서 그분에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귀찮은 표정을 숨기지 않고 서류를 받아가서는 며칠이 지나서야 말없이 갖다놓으시더군요.
“이런 짜잘한 부탁이 처음은 아니어서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 하며 이해를 하려고 해봤지만 많이 당황스럽고 서운하더군요.
몇 달 전에도 작은 부탁을 드렸다가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서 마음의 상처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쌓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이 닫히더군요.
그래도 마을에서 계속 보며 지내야하니
마주치면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텃밭에 채소와 과일이 있으면 나눠주는 것은 멈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탁할 일이 생겼을 때는 더 이상 연락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2
저를 귀찮아하거나 무시하는 사람은 그분만이 아닙니다.
제 동생은 저를 위해 이것저것 신경을 쓰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동생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부탁을 하면 귀찮아하는 표정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럴 때면 동생 눈치를 보며 최대한 부탁을 자제하고, 동생네 식구들을 위해 뭔가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조카 역시 저를 노골적으로 무시합니다.
어릴 때는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웠는데, 자라면서 조금씩 거리감이 생기다가,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는 말도 섞으려 들지 않습니다.
그런 조카를 위해 해줄 것이 별로 없는 저는 서운함을 가슴 속에 묻어두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설 뿐입니다.
동생과 조카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친정과 시댁에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은데, 장남인 저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으니 서운하기도 하고 가끔 짜증나기도 하겠죠.
대학진학과 군문제 등 성인으로서 해결해야하는 일들이 조금씩 쌓여가는 조카 입장에서도 평소 살갑게 지내지 않는 가난하고 무능력한 삼촌이 달갑지는 않겠죠.
모아 놓은 돈도 없고, 변변한 기술도 없고, 주위에 사람도 없이 홀로 지내는데
보수적인 시골에서 알량한 자존심만 세우고 있으니
그 누가 저를 살갑게 대하겠습니까?
3
낮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민중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대학 졸업장도 포기하고 민중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민중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과 하나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노력해서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우러졌고
다시 몇 년을 노력했더니 그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제가 도드라져보이자
“저는 별 볼일 없는 놈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제 스스로를 낮추면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고
그 힘으로 힘겨운 투쟁들을 이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그때의 제 꿈도 소박했습니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세상이 바뀌게 되면 조그만 동네의 동사무소 서기라도 돼서 가난한 사람들과 편하게 어울려 지내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세상의 거센 파도에 밀려 허우적거리게 됐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와주는 이 없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해야했습니다.
그렇게 진보진영에 버림을 받은 채
세상에서 밀리고 밀려 이 외진 곳에서 살아가게 됐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동지도 모두 사라지고
시골에서 홀로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중늙은이가 돼 버렸죠.
세상 낮은 곳에서 별 볼일 없이 살아가는 민중의 삶은
치열하거나 격렬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편안했습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의 상처를 하나씩 치유하며 살다보니 더없이 편안하고 행복한데
가끔 툭툭 던져지는 무시와 외면이 제 마음을 어지럽게 만듭니다.
제 스스로 선택해서 만들어 온 이 허접한 삶을 앞으로 더 이어가려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들에 좀 더 의연해져야 할 것 같네요.
이럴 때 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읽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참 많이도 들려드렸던 노래인데요
읽는 라디오 여섯 번째 시즌을 시작하며 다시 한 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대학동아리 밴드인 어우러기의 연주와 노래로 듣겠습니다.
‘그래 제길 나 이렇게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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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라디오를 시작하셔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고맙습니다, 다시 라디오를 읽게 해주셔서..^^.열심히 귀기울이고 듣도록 하겠습니다! 사랑씨도 잘 지내고 있지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