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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준비하려고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는데
사랑이가 마루로 나와서 저를 가만히 쳐다보는 겁니다.
사랑이는 활발하지 않은 성격이라서
집안에 있을 때는 방에 있는 자기 자리에 가만히 누워있는 편이거든요.
그러다가 요리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려고 하면
그제야 어슬렁어슬렁 마루로 나와서 자기도 밥을 먹곤 하는데
요즘 들어 이런 모습을 가끔 보입니다.
요리하는 냄새가 좋아서 그러는 건지
내 곁에서 오랫동안 떨어져 있기 싫어서 그러는 건지
밥을 먹을 때마다 간식을 주다보니 미리 간식을 기대해서 그러는 건지
그 마음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예전에 조카들이 어렸을 때
주방에 의자를 갖다놓고 앉아서
요리를 하는 할머니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봤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그 조카들은 이제 다 커서 할머니를 찾지 않지만
노견이 된 사랑이는 전보다 더 제 주변에서 멀어지지 않으려 합니다.
사랑이를 더 아끼고 사랑해줘야 되겠네요.
2
일주일에 맥주 한 두 캔 정도로 혼술을 합니다.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인 편이지만
여기서 더 줄이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더군요.
그러던 중 위스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됐습니다.
가격대도 저렴하고, 하이볼로 마시면 가볍게 즐길 수 있고, 뚜껑을 따고도 필요할 때마다 나눠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날씨가 조금씩 서늘해지면서 차가운 맥주에 손이 가지 않기도 해서 위스키를 한 번 마셔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트에 가서 가장 싼 걸로 골랐습니다.
향이 좀 강한 편이기는 했지만
술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몸이 무거울 때 한두 잔 마시기 위한 것이어서 상관없었습니다.
큰 컵에 위스키를 살짝 따르고 물을 잔득 넣었더니 향은 온데간데없고 완전 물맛이더군요.
그래서 레몬청을 조금 넣었더니 레몬향이 화사하게 퍼져서 좋았습니다.
재미있는 영상을 보면서 아주 조금씩 마셨습니다.
한 잔을 다셨더니 조금 아쉬워서 한 잔을 더 마셨습니다.
그렇게 두 잔을 마셨더니 몸에 알콜 기운이 가볍게 퍼지면서 무거웠던 몸이 살짝 풀리더군요.
아주 만족스러운 상태에서 잠이 들었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났을 때도 몸이 가벼웠습니다.
위스키의 도전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렇게 일주일에 한두 잔씩 마시면 한 병으로 두 달을 마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맥주보다 오히려 저렴한 편이고, 마시는 양도 줄일 수 있고, 술을 사러 편의점까지 갈 필요도 없고, 몸에도 부담이 없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마실 수도 있어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위스키 병이 보이니 마음이 자꾸 그곳을 향하게 되더군요.
아무리 가벼운 한두 잔이라고 하지만 자꾸 마시는 것은 안 된다고 마음을 다 잡았지만
이틀 만에 뚜껑을 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틀 뒤에 또 마시고 말았습니다.
결국 일주일 만에 위스키 한 병을 다 비우고 말았습니다.
예전처럼 알콜 기운이 퍼지면 발동이 걸려서 취하도록 마시지는 않지만
눈앞에 달콤한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위스키 도전은 일주일 만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여러 가지로 이점이 많았지만 그 달콤한 맛과 언제든 손에 닿을 수 있다는 편안함이 문제였습니다.
조금 불편하게 살아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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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평년보다 높은 온도로 인해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홈리스분들의 겨울나기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여름보다 겨울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그 소식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제게 겨울용품이 많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에 이와 비슷한 소식을 접하고는 겨울옷들을 보낸데다가
그나마 입지 않은 채 옷장 속에 있던 옷들도 헌옷수거함에 넣어버렸습니다.
바깥나들이를 거의 하지 않으니 옷 자체가 많지 않아서 더더욱 보낼 옷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벌로 남아있는 옷이 조금 있기는 했습니다.
최소한으로 남겨둔 옷 중에도 만약을 대비해서 한 두 벌 정도는 예비로 남겨둔 것이 있었습니다.
작업복으로 넣어둔 것 중에도 비교적 깔끔한 옷이 있었고, 예비용으로 남겨둔 양말들도 있더군요.
이래저래 모아봤더니 한 상자 분량이 나와서 택배로 보냈습니다.
여벌 옷을 고르면서 비교적 상태가 좋은 것은 내가 입고 조금 헐한 것을 모아 보내는 것이 꺼림칙하기는 했지만
나의 편안함과 불편함에 대한 생각으로 갇혀있던 마음의 눈이 세상을 향해 넓어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더군요.

(성시경의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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