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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전자 동지들의 단식이 55일을 넘기면서 조금씩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최고위원, 시당위원장이 월요일부터 동조단식에 들어갔습니다.
수요일부터는 ‘영화와 책’이라는 모임에서 릴레이 동조단식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요일 집회에는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주로 참여하던 지금까지의 촛불문화제와 달리 비정규직 노동자들, 주부, 학생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했습니다.
인터넷 모임에서 왔다는 한 주부는 “나는 정규직 남편을 만나서 중산층 의식을 가지면서 살아왔는데, 이렇게 힘들게 하고 있는 줄 몰랐어요”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발언을 했습니다.
릴레이단식을 하고 있는 ‘영화와 책’ 모임의 한 분은 “저는 지난 10년 동안 집회라는 것을 거의 참여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지난 번에 1박2일 동안 참여하면서 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릴레이단식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분은 “내 아이들이 컸을 때는 이렇게 고통스러운 비정규직으로 살지 않았으면 한다”며 울먹였습니다.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분은 “직장에서 단식을 하고 퇴근 후에 농성장에 와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고 얘기하고도 했습니다.
구로지역에 있는 공부방 중학생들과 선생님은 직접 죽을 써서 들고 오기도 했습니다.
진정성이라는 것은 이런 모습들이었습니다.
목에 힘을 주면서 “끝까지 투쟁해서...” “목숨을 걸고서 반드시...” 등의 상투적인 거짓말들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겸손하고 솔직하게 이 투쟁에 함께 하고자 하는 자발적 움직임들이 이렇게 조직되고 있는 것입니다.
구로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동지가 찍은 영상이 상영됐습니다.
최근 상황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보다가 그동안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던 모습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단식자들의 몰골을...
눈을 하늘로 돌렸습니다.
수없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눈동자를 여기저기 돌리고, 심호흡을 하면서 울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요즘 기륭전자 조합원들이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합니다.
그 인사를 가볍게 받지만 그들과 얘기를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집회가 끝나면 그냥 집으로 와버립니다.
그들과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그 힘겨움을 더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기 때문입니다.
10여 년 전일 겁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적에 대우정밀 병역특례해고자였던 조수원 열사가 민주당 농성장에서 목을 매서 자결한 적이 있었습니다.
12월 차디찬 날씨 속에 서울역 광장에서 추모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사회를 보던 전해투 동지가 “수원이가 죽기 전에 ‘누구 하나 죽어야 사람들이 모일까?’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정말 누구 하나 죽으니까 이렇게 사람들이 모였다”면서 흐느끼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때 저는 대우정밀 해고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투쟁을 했고, 이것저것 안 해본 것 없이 다해보다가 결국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몰랐습니다.
그 이후 대우정밀 해고자 문제는 해결이 됐습니다.
10여 년 동안 노동운동을 하면서 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봐왔습니다.
그중에는 제가 아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무수한 죽음들 앞에서 무수하게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죽어가는 기륭전자 동지들 앞에서 분노의 감정마저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이 동지들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저는 앞으로 운동이라는 것을 할 자신이 없습니다.
동지 여러분!
기륭전자 동지들을 살려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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