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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농의 샘, 보는 이의 마음까지 경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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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어떤 분이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머나먼 타국에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고
여러 가지 여건도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더 안타깝지만
찾는 이 별로 없는 이곳에라도 그의 소식을 전해봅니다.
우리들의 친구 나동혁 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병원비를 모아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나동혁의 친구 이용석입니다. 나동혁을 알고 지낸 지는 20년이 넘었습니다. 학생운동 시절부터 병역거부 운동을 같이해 왔고 지금은 서로 안부를 챙기며 자전거 여행도 같이 다니고 활동이나 삶의 고민을 서로 들어주고 조언도 해주는, 동료이자 친구입니다.
20년을 알아온 만큼 서로가 서로의 변화 과정을 지켜봤죠. 20년전 처음 만난 나동은 아주 거친 한마리 짐슴 같았습니다. 게속 그러기만 했다면 아마도 친구가 되긴 어려웠을 거예요. 하지만 나동은 늘 성장하는 사람이었고 배우는 사람이었습니다. 병역거부를 하고 평화운동을 하면서 나동도 저도 많이 배우고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할까요? 우리는 더 이상 날선 상태로 우리와 생각이 다른 이들을 미워하거나 개량주의자라 손가락질하지 않았고, 사회운동을 열심히 하는 만큼이나 우리 개개인의 삶을 돌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봄가을이면 자전거 여행을 함께 다니곤 했습니다.
이번에는 대만에 가보자고, 오랜만에 해외 자전거 여행을 해보자고 나동이 제안했고 저는 좋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10월 20일 자전거를 비행기에 싣고 대만 가오슝에 도착했습니다. 타이난에 들러 최남단 컨딩을 거쳐 타이동으로 가는 중에 나동혁이 쓰러졌습니다.
저는 나동보다 앞에서 달리고 있었는데, 무척 긴 오르막 위에서 나동을 기다리는데 오질 않아 이상하게 여기고 있던 찰나 구급차가 지나갔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한국영사콜센터와 현지 경찰에 전화를 하면서 나동이 병원에 실려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교통사고가 난 줄 알았습니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여서 교통사고가 났다면 정말 큰일이었는데, 심장질환으로 혼자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던 거 같아요. 그래도 뭔가 치료를 하고 살릴 수 있는 길이 있으니까요.
병원 응급실에 달려와서 보니 나동은 온갖 장치를 매달고 조용히 누워있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나니 우주의 기운이 돕는 거 같았습니다. 행인이 다니지 않는 길인데 우연히 지나가던 사람이 발견을 한 것도, 운좋게 어느 병원에 이송되었는지 빠르게 파악이 되어 한국의 가족에게 연락이 닿아 수술을 빠르게 할 수 있었던 것도 말이에요. 저는 한번 더 우주의 기운을 바라고 있습니다. 아직은 의식을 찾지 못했지만 나동의 의식이 돌아오기를. 그러기만 한다면 평소 남다른 회복력을 보여준 나동이기에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저온치료가 끝난 지금 나동은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 처음에 갔을 때는 몸을 움직였고, 그 다음에는 눈을 떴고, 그 다음에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쳐다봅니다. 아직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분명 그는 의식을 되찾기 위헤 애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열심히 분투하고 있으니 반드시 회복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의료보험이 적용 안 되는 외국인지라 병원비가 무척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응급실, 심장치료, 중환자실, 저온 치료 비용만으로 10월 30일(수)까지 이미 1500만원이 나왔고 앞으로도 중환자실 입원비, MRI를 비롯한 각종 검사비, 그리고 한국으로 이송하는 비용까지 더하면 최소 5000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동혁이 보여준 삶이 증명한다고 생각해요. 나동을 아끼는 분들, 나동이 살아온 여정에 함께 했던 분들, 그를 지켜봤던 분들, 함께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병원비도 함께 모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아는, 제가 아는 나동이라면 반드시 탈탈 털고 일어나 신세진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갈 테니까요.
나동혁
현 우리동네나무그늘 협동조합 이사장
현 해빗투게더 협동조합 이사
현 프린키피아 수리논술 연구소 수학강사
현 정의당, 녹색당 당원
전 홍우주 협동조합 사무국장
전 노동당 마포지역위원회 위원장
전 진보신당 당원
전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양심적 병역거부자
후원계좌 토스뱅크 1000-1183-6227(정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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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타인의 고통을 접했을 때
예전에는 이런 생각들이 먼저 들었습니다.
“내가 뭔가를 준다고 했을 때는 생각 외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내가 도와달라고 했을 때는 찬바람 불어왔던 것이 이 세상이야. 그런 나에게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는 거야?”
“10년 동안 삶의 구렁텅이에서 발버둥 치면서 도와달라고 고래고래 소리쳤을 때는 누구 하나 나를 돌아보지 않았는데...”
나중에 이런 생각들은 상처받은 마음이 제대로 치유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 제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서
또는 차가운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아서
멀리서나마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또 다시 누군가의 고통이 전해질 때
차가웠던 세상을 탓하거나
제게 상처 줬던 이들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 도움이 되는 노력을 할 뿐이죠.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나까지 굳이 나서야할까?”
“얼마를 보내줘야 적당할까?”
하는 계산적인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의 고통을 의심하거나 경중을 따져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고통을 제 마음으로 오롯이 느끼지 못한 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뜨뜻미지근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인 거죠.
세상을 향한 제 마음의 거리가 이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나마 많이 좁혀진 거리이기는 합니다.
앞으로 더 좁혀질지 아니면 더 멀어질지 모르겠지만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는 않도록 계속 노력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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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변은 온통 초록의 향연이고 하늘은 더 없이 파랗습니다.
사랑이와의 산책길에는 이 모든 것을 원 없이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던 중 노래 한 곡이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절망을 벋어나기 어려운 삶 속에서 불렀던 노래
군인들에 의해 끌려간 자식들의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아르헨티나의 어머니들이 불렀던 노래
삶의 구렁텅이에서 발버둥치고 있었을 때 동아줄처럼 붙들고 있던 노래
그 노래가 화창한 가을날 여유로운 산책길에서 떠올랐습니다.
높은 하늘과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두 눈
귀뚜라미 소리와 개 짖는 소리,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지식의 결실, 인간의 선함, 떨리는 심장, 웃음과 울음으로 만들어진 노래
이 모든 것을 준 삶에 감사한다고 얘기했던
비올레타 파라의 ‘삶에 감사해(Gracias a la vida)’입니다.
이렇게 맑고 아름다운 모습을 같이 볼 수 있는 두 눈
절망 속에 몸부림치는 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그 절박함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
따뜻함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심장
이 모든 것들이 내 안에 살아있음을 알게 해주는
제 삶에도 감사를 전하고 싶어집니다.
(Mercedes Sosa의 ‘Gracias A La V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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