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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농의 샘, 보는 이의 마음까지 경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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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방송에서 ‘내 안의 성민이’와 나눈 얘기를 소개하면서 이 녀석을 조금 못되게 표현을 했었습니다.
그에 대해 이 녀석이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일주일 동안 마음 한편이 찝찝한 게 조금 불편하더라고요.
그런데도 자존심은 있어서 미안하다고 말은 못하고 조용히 이 녀석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녀석이 사람들 많고 화려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녀석 취향에 맞는 허름한 창고를 빌려서 조촐한 음악회를 하고자 합니다.
주위에 밭들뿐이어서 주변 눈치 못 필요 없이 화끈하게 놀아보자고 했더니 아주 좋아하더군요.
오늘 음악회의 선곡은 오롯이 ‘내 안의 성민이’가 맡았습니다.
그래서 최근 이 방송에서 들려드렸던 노래들과는 결이 많이 다르겠지만
어찌 보면 10여 년 전 읽는 라디오 초기의 정서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 안의 성민이’를 위한 음악회이기는 하지만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분들이 있다면 스피커 볼륨을 최대한 크게 해서 같이 한번 즐겨봤으면 좋겠네요.
성민이가 선곡한 첫 번째 곡은 아주 강렬하고 화끈한 노래입니다.
이디오테잎의 ‘가지마오’, 최대한 큰 볼륨으로 듣겠습니다.
2
어떠셨나요? 조금 가슴이 시원해졌습니까?
이 작고 허름한 창고의 분위기와 너무도 딱 맞은 곡이지 않나요?
읽는 라디오에서 오래간만에 여는 음악회인데 첫 곡이 강렬해서 너무 좋습니다.
이제 두 번째 노래를 들을 텐데요
이번 곡은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음... 혼자 외톨이로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성민이는 좀 멜랑꼴리한 면이 있습니다.
고향으로 내려와서 농사지으며 지내면서는 소박하고 편안한 삶에 푹 빠져있지만
‘내 안의 성민이’는 가끔 멜랑꼴리한 얘기를 하면서 저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런 우울한 감정들이 삶의 긴장력이 되기는 합니다.
이 노래 가사 중에 “우린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함께 보낸 날들은 너무 행복해서 슬펐지”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날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저를 지탱해준 것이 이 녀석인데
이 가사를 들으면서 저와 이 녀석의 관계가 이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성민이를 위한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전해보는 두 번째 노래는
Mot의 ‘날개’입니다.
3
성민이가 한동안 김윤아의 ‘가만히 두세요’라는 노래를 즐겨 부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슬픔과 우울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였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버림받아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누구 하나 돌아보지 않을 때 그 노래가 최고의 위안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흘러 이제 잘 살고 있으니까
가끔 예전 인연들이 손짓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갑다고 손을 흔드는 그들을 멀리서 보고 있노라면
오만가지 감정이 일렁입니다.
그럴 때마다 ‘내 안의 성민이’는 과거의 기억들을 선명하게 끌어오면서
정신 차리라고 따끔하게 얘기합니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환멸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저를 보며
이 녀석은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하더군요.
성민이가 고른 세 번째 노래는
손성제의 ‘마음, 얼음처럼 단단하게’인데요
아직도 우왕좌왕하는 저를 위해 이 노래를 선곡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같이 들어볼까요?
4
상처 많은 성민이는 결코 우울하거나 냉소적이지 않습니다.
단지 그 우울과 냉소를 애써 멀리하지 않고 인정할 뿐이죠.
그래서 정작 제가 우울하거나 냉소적일 때면
씩하고 웃는 모습으로 나타나 저를 위해 노래하고 춤을 추곤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애써 미소를 지어보기는 했지만
솔직히 우울과 냉소가 너무 강해서 큰 위로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때 그 노력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알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때 “정말로 고맙다”고 진심을 얘기해주기 못해서...
이번 곡은 그 시절이 생각나서 선곡한 것 같네요.
복잡한 감정들은 다 뒤로 미뤄두고 그냥 편하게 들어볼까요.
브로콜리 너마저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5
저한테 이 녀석은 계륵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 녀석이 짜증날 때도 많았고, 귀찮은 것은 말도 못하고, 화나고 싫을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살아있을 수 있는 것도 이 녀석 덕분이고
제 스스로를 돌아보며 채찍질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녀석 덕분이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반발이라도 나아갈 수 있었던 것도 이 녀석 덕분입니다.
누구보다도 날카롭고, 누구보다 속 깊으며, 누구보다도 거침없고, 누구보다도 편안한 이 녀석은
끝임 없이 새순을 만들어내는 감귤나무처럼 저를 성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선곡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같이 들어볼까요, 단편선과 선원들의 ‘순’
6
이제 오늘 음악회의 마지막 곡입니다.
마지막 곡은 제가 ‘내 안의 성민이’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저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연인인 이 녀석에게
저는 수시로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내면서도 의지해왔습니다.
그때마다 이 녀석은 툴툴거리면서 그 모든 것을 다 받아줬죠.
그러면서도 이 녀석이 뭔가를 얘기하면 저는 제대로 받아들여주지 못했습니다.
무시하거나 핑계대거나 화를 내거나 하면서 싸우려고만 들었습니다.
나를 위해 그 많은 노력들을 해왔는데
정작 저는 이 녀석을 위해 뭘 해왔던 것일까요?
정밀아의 ‘언니’라는 노래는
삶의 힘겨움을 토로하고 싶어 편하게 기대게 되는 언니도
사실은 만만치 않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얘기합니다.
‘내 안의 성민이’는 이런 언니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해집니다.
오늘의 이 작은 음악회가 성민이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위안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마지막 노래 들려드립니다.
정밀아의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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