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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77회 – 고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1

 

음식을 잘못 먹었는지 며칠 동안 배탈과 설사로 고생을 했습니다.

두 시간에 한 번꼴로 화장실을 들랄 날랄 거리며 밤잠도 설치는 고역의 시간이었습니다.

거기다가 고질병인 치질까지 겹쳤으니 화장실 가는 것이 정말 고통스럽더군요.

 

처음 이틀 동안은 상비약을 먹으면서 경과를 지켜봤습니다.

먹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은 채소 위주로 해서 신경을 쓰고

볼일을 보고나면 반드시 좌욕을 하며 항문의 고통을 줄여주고

움직임은 최소화하면서 마음이 심란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좀처럼 나아지질 않아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간단히 진찰을 받고 약을 지어왔습니다.

약을 먹고 났더니 설사는 조금 진정이 됐지만 장이 약간 긴장하는 것 같았습니다.

항문의 고통은 여전하고 장 상태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조심히 경과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할 일이 많지 않고 날씨도 좋아서 다행입니다.

파도가 밀려와서 몸과 마음이 요란하게 흔들릴 때는 그 파도가 밀려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제 몸과 마음을 다시 한 번 찬찬히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아야겠습니다.

 

 

2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습니다.

좌우를 불문하고 그와 가족들의 업적들을 칭송하기에 정신이 없고

그와 관련된 모든 곳들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연일 이어지고

온라인이고 오프라인이고 한강의 물결이 요란하게 휩쓸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많이 불편합니다.

평소에는 그의 문학만이 아니라 한국문학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수상 소식에 반짝 스타를 만들 듯이 요란하게 달려들고 나서는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관심에서 멀어져버립니다.

그렇게 화려한 스타가 만들어지는 동안 배고픈 무수한 문인들은 더 소외될 뿐이죠.

 

요란스러운 세상에서 한 발 물러나 조용히 칩거하던 작가가 며칠 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감사와 미안함을 전하고 이후의 삶도 이전처럼 고요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했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정성스럽게 전하고 귀담아 듣는 그 많은 사람들이 과연 그의 바람대로 그를 고요한 일상으로 돌려놓아줄까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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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와의 산책길

주변은 도로확장 공사로 여기저기 어지러운데

어느 밭에 피어난 메밀꽃이 마음을 화사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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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선과장의 개

출산 이후 주변에서 챙겨주는 사람들이 늘었고

산책도 자주 하다 보니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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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주변 텃밭

늦더위 때문에 뿌려놓은 씨가 발아가 되지 않아 걱정을 했었는데

다시 뿌린 씨가 발아가 잘 돼서

이제는 다양한 채소들을 골라먹는 재미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화사하고 편안하고 여유로운 이 가을

주변에 나누면서 같이 즐겨야겠습니다.

 

 

 

(정밀아의 ‘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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