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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어느 산골 마을, 전역을 하고 고향에 돌아온 청년이 새로운 작물인 카네이션 재배를 시도한다. 재배에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데 문제는 물이 풍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촌과 이 문제를 논의하다 근처에 살고 있는 이의 땅에 샘이 있기에 그 땅을 사려고 시도하는데, 평소 그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땅 주인은 완강하게 땅 팔기를 거부한다. 그 과정에서 실랑이와 함께 우발적 사고가 벌어져 땅 주인이 죽고 만다.
그 죽음의 진실은 비밀에 붙여진 채 땅 주인의 재산은 오래전에 집을 나간 딸에게 상속됐는데, 그 딸마저 죽고 없자 그 딸의 외동아들에게 재산이 상속됐다. 곱추인 아들과 부인, 곱추의 어린 딸이 부푼 꿈을 안고 아는 이 하나 없는 그곳으로 옮겨와 살게 되며 이야기는 점점 꼬여간다.
그 이후 이야기는 욕심에 눈이 먼 두 남자와 순수함과 열정만으로 열심히 살아가려는 가난한 곱추 가족들 간의 관계가 얽히면서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든 그 땅을 빼앗으려는 두 남자는 그 땅의 샘을 몰래 막아버려 곱추 가족들이 고생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그들의 노력을 칭찬하며 도와주기도 하지만 결국 제풀에 겪어 쓰러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곱추 가족은 절망에 빠지고, 가장인 곱추마저 사고 죽게 되면서 그 땅은 헐값에 두 남자에게 넘어가게 된다.
땅과 샘을 차지한 두 남자는 카네이션 재배로 큰돈을 벌게 되고, 곱추 가족의 딸은 그곳에 남아 양을 치며 어렵게 살아간다. 어느 덧 아름다운 여인이 된 곱추의 딸을 보고 부자가 된 청년은 사랑에 빠지지만, 곱추의 딸은 빼앗긴 땅과 샘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들을 저주하게 된다.
어느 날 우연히 그 마을로 이어지는 물의 수원지를 발견한 딸은 복수를 위해 그 수원지를 막아 버리고 만다. 갑자기 물이 끊기자 마을 사람들은 큰 혼란에 빠져들고, 갖은 방법으로 원인을 찾아보지만 끝내 알아내지 못하자, 마을 성당에 모여 기도를 하며 문제가 해결되기를 빌게 된다.
종교의 힘에 의지한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 있는 원죄를 찾아서 속죄해야 한다는 신부의 말에 욕심으로 땅을 뺏은 두 남자를 의심하게 되고, 완강하게 속죄를 거부하던 두 남자는 그들의 죄를 증언하는 이가 나타나면서 코너에 몰리게 된다. 결국 사랑도 이루지 못하고 죄인으로 낙인찍힌 청년은 자살을 하게 되고, 실의에 빠진 그의 삼촌은 자신과 곱추 가족에 얽힌 기막힌 사연을 알게 되며 충격에 빠진 끝에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자신을 망가뜨리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참으로 고전적인 내용의 영화였다. 선과 악은 분명하고, 모진 고난 끝에 결국 악한 자가 벌을 받고, 어지럽던 모든 것이 조화롭게 자리를 잡아 선한 이는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거기다가 막판에 보여주는 막장스러운 결말까지 더해지면 고전영화의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는 샘이다.
통속적이고 단순하면서도 막장스러운 영화였는데 그 만듦새가 너무도 깔끔해서 영화 보는 내내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배경도 거의 한정돼 있고, 스토리도 꼬여있지 않고, 화려한 소품이나 장치 같은 것들도 없었는데 군더더기 없는 그 깔끔함이 사람을 잡아끌었다. 1편과 2편까지 총 4시간에 이르는 꽤 긴 영화였지만 90분짜리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했다.
탐욕스러운 삼촌 역의 이브 몽땅과 순수함과 탐욕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년을 보여줬던 제라르 드빠르디유의 연기는 장인의 경지를 보여줬다. 강렬하고 사악한 악마의 모습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 탐욕에 물들었을 때 보이는 추함과 그것을 감추려는 노력, 거기에 열정이 더해졌을 때 보이는 들뜸과 혼란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였다. 그 놀라운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값졌다. 별거 없는 소나무와 학 그림만 간략히 그려진 깔끔한 조선 백자를 보는데 그 은은한 내공이 사람을 살며시 잡아끄는 그런 느낌이었다.
너무도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워서 마음을 다잡기 어려운 요즘
경건한 마음까지 들게 만드는 영화 한 편을 보며 마음을 달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영화처럼 악함이 벌을 받고 선함이 안식을 얻는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간절하게 영화와 같은 결말이 현실에서도 이뤄지길 빌어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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