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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와 지율

박정희와 지율  


지금 박정희는 박정희 기념관을 짓겠다는 사람들에 의해 다시  태어나려 하고, 지율은 천성산의 뭇생명을 살리기 위해 40여 일이 넘는 목숨 건 밥 굶기로 죽을지도 모른다.

한반도 남녘의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박정희 시대에 이루어졌던 경제발전을 좋아한다. 경제가 발전하면 세상이 평화롭고 행복해질까. 경제가 발전했다고 하는 나라의 사람들은 행복할까. 오래 전부터 미국의 밤거리는 총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 이후, 미국은 자국민을 보호한다며 다른 나라 사람들을 예비 살인범으로 몰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미국의 패권주의자들과 자본가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돈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 다른 나라의 여자들과 아이들을 죽이는 살인마가 되었다.

박정희 기념관을 지으려고 안달 난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돈을 사람의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은 아닐까. 경제개발을 위해서라면 사람과 뭇생명들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이렇게 해서 이룬 경제발전은 누구를 이롭게 하는가. 결국 가진 자들의 배를 불리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그들이 즐기는 평화는 배고프고 헐벗은 사람들의 목숨을 건 끝없는 노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더 이상 경제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삼라만상을 다 죽이지 마라. 나라의 살림을 살찌운다는 이름으로 이라크의 착한 인민들을 죽이러 남녘의 군대를 보내지 마라.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에 눈이 멀어 세상을 다 죽이는 사회가 아니다. 허울뿐인 자유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리는 배고프고 헐벗은 사람들의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원한다.

지율. 가녀린 스님 한 사람의 맑고 밝은 목소리가 세상을 살리고 있다. 그는 왜 목숨 걸고 밥을 굶으며 싸우는 것일까. 단지 천성산의 도롱뇽을 살리기 위해서 일까.

"지금 저는 청와대 앞 노숙장소를 잠시 벗어나 청와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당신은 저의 가난한  잠자리마저 이제 허용하지 않겠다고, 이번 주 안에 저를 처리하라고 했다지요. 그래서 저는  조용히 한켠에 비켜서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은 저를 멀리 보내고 싶어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내려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얼마나 더 가난해져야 당신이 제게서 빼앗을 것이 아무 것도 남지 않을까요...."

이 글은 얼마 전 지율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쓴  편지 중 일부다. 모든 것이 경제논리에 빠져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의 목숨을 버려 뭇생명을 살리려 한다. 그러면서도 자기를 한없이 낮춘다. 자기 속에 있는 가난한 욕망조차 버리려 한다.

이제 제발 살아있는 것을 마구 죽이는 개발독재자 박정희의 망령에서 벗어나자. 우리 경제를 살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이룬다는 사탕발림으로 이라크 아이들을 죽이러 가는 파병을 막아야 한다. 사람이 몇 십분 빨리 가기 위해 천성산의 수천 수만의 생명을 죽이는 고속철도는 필요 없다.

아! 지율 스님 제발 죽지 마세요.
좋은 세상 올 때까지 살아남아 싸워야 해요.

◎은종복 님은 '풀무질' 서점 일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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