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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주일간 장비 문제 있는거 수리했다. 이제 깨끗한 시료 표면을 대충 얻을 수 있었다. 다음 차례는 원자 이미지 보는 것이다. 오늘 첨 시도해 봤는데 이건 아니다 싶다. 결국 안 되는 일인것 같다. 여기 계속 있어봐야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가능한 작전 뭐 그것이다.

 

최근에 신문을 보니 한국 과학자가 홍합 접착력의 신비를 밝혔다는 기사가 나왔다. 논문은 직접 안 읽어봤지만 대략 기사에 실린 내용을 보니 나의 전공 장비 AFM 을 이용한 것이다. AFM 팁 끝에 아마 홍합 접착물질을 묻히고 그걸로 얼마나 접착력이 센가를 측정한듯하다. 기사를 본 순간 웃음밖에 안나왔다. 정말 단순한 아이디어 아닌가? 뭐 신비를 밝혔다고 기사엔 나왔지만 그냥 대충 AFM 으로 미세 스케일에서 잰것일 뿐이다. 나노도 들어가고 바이오도 들어간다. 최근의 추세에 비춰볼때 정말 완벽한 주제 아닌가?  접착력을 굳이 AFM 을 이용해서 잰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정제된 접착물질을 얻기위해 상당량의 홍합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적은 양 (ng 이하도 충분)으로 실험하기에 AFM 이 적절한 툴이 아니었나 싶다. 뭐 새로운 방법은 아니다. 홍합에 처음 적용했을뿐.

 

처음 이런 식의 실험을 한 사람은 antigen-antibody 사이의 결합력을 측정하는데 AFM 을 사용했다. 잘 알려진 효소의 모델 (열쇠- 자물쇠 모델)을 실험으로 보인 셈이었다. 그 당시 그 논문은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팁끝에 다양한 물질을 입혀서 시료의 성분을 알아내는 방법이 상당히 유행했다. 이런 방법을 통칭해서 케미컬 포스 마이크로스코피라고 불린다. 방법이 알려지고 나니 뭐 물리학자가 할 일은 별로 없다. 화학자나 생물학자가 시료를 어떻게 잘 만드느냐의 문제일뿐.

 

물리학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Magnetism 이다. Exchange coupling (J s1 s2) 은 스핀 방향에 따라 인터액션 크기가 달라진다. 여기 당어 교수네 그룹에서는 이 exchange coupling 을 antigen-antibody 사이의 힘 재듯이 AFM 으로 재려고 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생물학자나 화학자가 할 수 없는 일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참 좋은 주제라 생각한다. 물리학자가 할 일이니까...

 

근데 나의 첫번째 타겟으로 잡은 Fe/W(001) 샘플은 너무 어려운것 같다. 일단 Fe 을 원자 분해능까지 봐야하는데 이거 해본 사람도 없고 원래 메탈은 인터액션이 너무 작아서 AFM 으로 원자 보기 정말 어렵다. Uwe 라는 학생이 3년간 이런 류의 실험 해서 좋은 결과를 내서 졸업하는데... 오늘 실험좀 해보니 Uwe 가 정말 존경스럽다.

 

근데 문득 드는 생각은 그렇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가령 익스체인지 인터액션에 의한 이미지를 얻었고 그 크기도 정확히 재서 인터액션은 몇 meV 라고 값까지 얻었다고 치자. 뭐 그다지 유용한 정보도 아니다. 팁에 따라 다른 값을 가질테니... 익스체인지 인터액션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고 뭐 그리 새로운 정보를 주는것도 아니다. 그냥 새로운 방법으로 재 봤다는 것일뿐. 뭐 이런 시덥잖은 일에 시간낭비하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뭐 그리 쓸모있는 연구는 아니란 말이다.

 

스위스 학회에서 재미난 토크를 하나 들었다. 쇠고기를 키위에 절이면 부드러워 진다고 한다. 핀란드 여자였던걸로 기억나는데 키위에 담가둔 쇠고기가 부드러워지는 정도를 AFM 으로 측정했더라. 뭐 이런것도 그다지 쓸모 있는 연구는 아니다. 홍합도 내가 보긴엔 마찬가지인것 같고. 단지 넓은 층의 독자를 상대로 하느냐 좁은 층의 독자를 상대로 하느냐의 문제일뿐...

 

어차피 의미 없는 연구들이니까 그냥 즐기면서 하고 싶다. 키위에 담가둔 쇠고기를 재듯이.... 그런데 UHV LT 장비는 작동시키는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즐기면서 연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이런 아이디어를 내면서 실험할 여건이 안된다. 뭐 하나 바꾸려면 하세월이다. 생각없이 기계의 스케쥴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집에 왔더니 부인이 한마디 한다.

 

부인: 오늘 쌀뜨물로 씽크대 닦았는데 세제로도 안되던게 정말 쉽게 잘 닦인다. 이거 좀 연구해봐. 화장실 청소할때도 쌀뜨물이 짱이래.

나: 그게 미세 분말이라서 그래. 치약도 미세 분말이라서 이를 잘 닦잖아. 나노입자?... 여하튼 밀가루로 해도 잘 닦이잖아.

부인: 밀가루도 전에 해봤는데 쌀뜨물이 더 잘 돼. 이건 왜 그렇지. 연구좀 해봐.

나: ...

 

쌀뜨물 연구가 더 재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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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축제

바젤 학회 기간은 스위스 축제일과 겹쳤죠. 불꽃놀이 구경했는데 대단했습니다. 함부르크에서 보던 축제와는 비교가 안됐죠. 역시 스위스와 독일사이엔 아직 수준 차이가 있는듯 싶네요. 경준이와 제가 구경하는 모습을 부인이 찍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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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여기서 포닥생활 한지 벌써 일년이나 됐네요. 이제는 돌아가고 싶습니다. 선배형도 떠돌아다니지 말고 빨리 정규직 얻어서 정착하라고 합니다. 저도 그러고 싶죠. 여기 첨 왔을때 하고자 했던일과 좀 다른 일을 하고 있죠. 그것도 한 6개월 후부터 시작하게 됐죠. 그러니까 처음 육개월동안은 거의 아무것도 안한 셈입니다. 거기에는 한 일본 포닥의 사보타지가 좀 있었죠. 원래 그 친구와 장비를 같이 쓰기로 했는데 이 친구가 자기 실험 바쁘다고 저 못쓰게 했죠. 장비엔 손도 대지 못하고 자신의 허락하에 소프트웨어나 만지게 해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뭐 이제는 그 친구와 같이 일하지 않고 전혀 다른 일 합니다. 오늘 얘기하는 것은 그 친구를 성토하는건 아니고 그 친구가 했던 명언들이 갑자기 생각나서죠. "장비는 젊은 여자다루듯 해야 한다." 다 좋은데 "젊은" 을 굳이 넣었던 이유는 뭘까요? 여하튼 뭐 이건 그다지 명언이랄 수 없고... 진짜 명언은...

 

나: 언제 실험 끝내고 장비 내게 넘길겨? 내가 당장 쓰겠다는거 아냐. 너 할만큼 한다음에 나 하겠다는거니까 현재 너의 진행상황으로 대략 파악해서 언제쯤 현재 하는걸 정리할 수 있는지 너의 플랜을 말해보란 말야

그: 플랜? 나도 몰라. 내가 플랜을 만드는게 아니라 장비가 플랜을 만들고 난 그 플랜에 따라 일을 할 뿐이야.

나: ...

 

첨엔 그 친구의 이 말이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듯 생각됐죠. 하지만 곰곰히 생각할 수록 옳은 말입니다. 플랜은 장비가 만들고 난 거기 따라갈 뿐이죠. 장비가 심통부리면 그거 받아주느라고 시간보내야 하니까요. 하지만 여기 독일애들은 그래도 꿋꿋이 플랜이란걸 세우면서 삽니다. 플랜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게 있어야 진행이 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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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 세척기 설치 써비스

부인이랑 한참 싸운끝에 부인이 승리해서 식기 세척기를 샀다. "너 맘대로 해. 난 관심없어." 부인은 바로 가서 샀다. 돈아끼기 위해 설치는 내가 해준다고 했다. 공구는 실험실에 다 있으니까. 근데 부인은 설치비가 얼마냐고 물어봤나보다. 9 유로라고 해서 걍 설치까지 해주는 걸로 계약했단다. 뭐 9 유로 정도야...

 

약속된 날짜에 설치하러 왔다. 후딱 설치하더니 9유로 달란다. 이미 계약할때 설치비 지불했다고 했다. 근데 계약서 보여주더니 거기 써있는 작은 글씨를 가리킨다. 15분 초과시 9유로 추가 청구! (물론 독일말)

 

사실 15분도 안된듯 했다. 이런 규정이 있는지 몰랐으므로 시간을 재지도 않았다. 그러니 확신할 수는 없었다.

 

나: 15분도 아직 안된것 같은데...

그: 우리가 와서 정해진 자리에 걍 설치만 했으면 15분 안에 끝나는 일이지만 여기 있는 휴지통을 우리가 분리하고 설치했으니 15분 더 걸립니다. 이건 우리의 경험상 그런겁니다.

 

사실 식기 세척기 들어갈 자리를 전날 다 치워놓고 오면 바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해 둔 상태였다. 호스를 통과하게 하기 위해 휴지통을 분리해야 하는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 부인은 계약할때 이런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는데요?

그: 그러나 계약서에 이렇게 써있지 않습니까?

부인: 그 조그만 글씨에 대해서는 계약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 하지만 글이 씌여있으니 읽으셔야죠.

부인: 독일어라서 몰라요.

그: 여기는 일본이 아니라 독일입니다. 독일에 오셨으면 독일어를 공부하셔야죠. 저는 여기서 논쟁하면서 더 오래 있을 수 있습니다. 한 15 분 더 있으면 추가로 9유로 더 내시면 됩니다.

나: 이런게 어딨습니까?

그:...

나: 분명히 15분 안됐습니다.

그: 우리의 경험상 와서 바로 세척기 끼워넣치 않고 조금이라도 다른 일 하면 15분 초과합니다.

...

씨발 잘먹고 잘살아라. 9유로 줬습니다. 매우 행복한 표정으로 가더군요. 아싸 또 동양 어리버리 하나 사기쳤다. 이런 표정.

 

아 씨바 그러게 내가 설치한다고 했잖아.

 

부인은 계약시 이런 얘기 전혀 못들은 거에 대해 매우 분노 상태.

 

담날 학교에 와서 박사 학생에게 겪은 일을 얘기했습니다.

걍 무시하고 밖으로 쫓아 냈어야 한다는군요.

 

이것이 독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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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준 목걸이

경준이 태어나서 한 백일쯤 됐나 여하튼 그 정도쯤에 경준이 혹시라도 잃어버릴까봐 제 이름이랑 경준이 이름, 주민번호 새겨진 목걸이 해줬습니다. 물론 부인이 한거죠. 독일로 오면서 새로 하나 다시 만들었습니다. 주민번호대신 여권번호 국적 뭐 이런거를 새겼죠. 이제 벌써 두살이 지났는데 꽤 최근까지 엄마 아빠 이름도 발음할 줄 몰랐습니다. 부인이 가끔 교육시키는데 전혀 따라하지 못하더군요. 근데 지난주쯤 엄마 밥먹으라고 해라 했더니 경준이 엄마한테 달려가서 "수영 밥" 이러는 겁니다. 수영은 부인의 이름이지요. 수영이가 즉시 아빠이름은 뭐지 했더니 "웅환" 이러더군요. 허허. 기특해라. 보통때는 대부분 "엄마" "아빠"를 많이 사용하지만 "수영"을 외칠때도 가끔 있죠.

 

"수영 밥" : 수영아 밥먹어.

 

어허 엄마한테 이 무슨 버릇인가!

 

여하튼 이제 좀 지나면 혼자 집 찾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목걸이도 필요없게 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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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버 벤팅

시료가 떨어져서 챔버 벤팅했네요. 텅스텐 스프링이 약해져서 샘플을 지지하지 못하고 걍 툭 떨어지더군요. 사실 스프링은 CuBe 으로 만들어야하죠. 하지만 우리 샘플은 섭씨 약 2100 도 정도로 순간적으로 열을 가해서 표면을 깨끗하게 만들어야 하기때문에 CuBe 을 쓸 수 없답니다. 하는 수 없이 텅스텐을 잘 구부려서 스프링을 만든건데 한 두어 번 열처리 하면 또 약해지네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을라나... 일단은 자주 스프링을 챔버내에서 꽉꽉 눌러줘야겠네요.

 

당어 아저씨 그룹이 spin polarized STM 으로 과거 10년 정도 동안 재미를 봐왔는데 그 이유는 사실 아주 단순합니? 그들은 tungsten substrate 를 주로 사용했다는거죠. 일단 표면 처리가 아주 단순합니다. 텅스텐이 녹는점이 가장 높은 금속이기 때문에 2100 도 정도의 고온에서 열처리하면 깨끗한 텅스텐만 남고 다른건 다 날라가죠. 또 텅스텐은 다른 금속과 합금을 이루지 않습니다. 텅스텐 위에 입혀진 자성 물질이 텅스텐 안으로 침투한다거나 그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죠. 그래서 monolayer 수준에서 일어나는 자성현상을 연구하기에 최적의 시스템입니다. 사실 application 측면에서 보면 보다 관심있는 대상은 자성물질/noble metal 이었죠. 그래서 대부분의 그룹들은 application 측면에서 더 impact 입는 Cu 나 Ag 등을 substrate 로 사용했는데 당어 아저씨네는 Tungsten 을 사용했습니다. 그게 지금 보면 큰 차이였던듯 하네요. 물론 최근에는 Co/Cu 도 spin polarized STM 으로 매우 잘 보고 있습니다만 처음 시도할땐 텅스텐 기판만한게 없을듯 하네요.

뭐든지 출발이 중요하죠. 10 년전에 Bode (SPSTM 그룹의 보스) 는 이런걸 다 감안해서 텅스텐을 기판으로 선택했던 것인지 아니면 걍 운이었는지 그건 알길이 없네요. 하지만 단순히 운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던듯.

 

선택의 순간에서 하나를 고르고 나중에 자신이 선택한 길이 맞았다는걸 알았을때의 기쁨은 언제쯤이나 찾아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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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은 사기 사건

우리나라 KT 나 드루넷처럼 독일에서도 몇몇의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있다. 우리는 걍 전화하면 곧바로 와서 선 연결해주는걸로 안다. 길어야 이틀? 하지만 독일에서는 이래저래 복잡한 절차끝에 (우편으로 인스톨 씨디와 하드웨어, 비밀번호를 받는다.) 가능하다. 이런 절차가 보통 이주일 걸리고 우편이 뭔가 잘못되면 4주 걸린다. 여기 살다보면 확실히 한국이 IT 초강국임을 실감한다.

몇 개월전에 독일 인터넷회사에게 사기당한 한국인 얘기를 들었다. 사실 사기는 아니지만 여하튼 독일에 대해 정내미 뚝 떨어지는 얘기다. A 라는 한국인은 독일에 와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인터넷 서비스를 신청했다. 첨엔 무제한 사용이 가능한 요금제를 선택했나보다. 그런데 친구 B 가 와서는 왜 이렇게 요금제가 비싸냐고 잘 좀 알아보자고 인터넷 회사에 전화를 했고 (사실 B 도 독일어에 능숙하지는 않았던듯.) 그들은 뭐 몇가지 요금제를 주저리주저리 얘기하다간 싼 요금제를 제안했나보다. 걍 싼게 좋은거지 하면서 그걸 택한 A 와 B. 근데 사실 그 요금제는 시간제였다. 한국엔 아마 사용시간당 얼마씩 받는 요금제는 없는걸로 안다. 그래서 A 와 B 는 그게 시간당 요금제인지는 전혀 생각못했던듯. 아는 바 없으니 그들은 잠잘때도 다운로드 켜놓고 자고 거의 한달을 쉴새없이 인터넷 돌렸다. 한달후 요금이 우편으로 날라왔는데 약 1000 유로 가량? (사실 정확히는 기억안나는데 대략 이정도다.) 한국돈으로치면 일백 이십 만원. 근데 문제는 A 가 이 청구서를 보고 뭔가 잘못된 것이 왔다고 생각하고 걍 무시했다는것.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려 했다면 걍 120 만원 내고 끝낼 수도 있었을텐데..... A 는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으므로 또 한달을 쉬지 않고 돌렸다. 담달에도 1000 유로 정도. 그러나 이제부터는 돈을 안냈기 때문에 벌금이 추가되어 부과되기 시작. 두달새 거의 삼백만원정도를 인터넷 사용료로 청구받은 A는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게되었다. 그리고 두달새 삼백만원은 너무나도 터무니 없는 요금청구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만 금액이 너무 부당하니 좀 싸게 해달라는 식의 편지를 인터넷 회사에 보내기 시작한다. 어쨌든 돈은 보내지 않았으니 계속 벌금은 청구되고 대략 총 금액이 4000 유로정도 (약 오백만원) 되기 시작했을때 한장의 청구서를 인터넷 회사로부터 받게되니 약 800 유로 정도를 내라는 거였다. A 는 드디어 자신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져 그들이 부당한 요금 청구를 철회하고 적절한 요금 800 유로를 청구한 것으로 생각하고(A 는 아직까지 독일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듯.) 즉시 800 유로를 모아 입금했다. 그런데 다음달 거의 5000 유로에 육박하는 청구서를 다시 받게된다. 알아보니 800 유로는 일정 기간 동안의 벌금에 대한 청구였고 그 회사는 A 의 장기간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듯. 이제 해결사들도 하나 둘 집으로 찾아오기 시작. 독일 해결사는 이런식이다. 누가 방문한다. 청구서 보여주며 돈 내라고 한다. 돈 없다고 하면 그럼 서류 하나를 보여주며 자기가 여기 방문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인을 부탁한다. 사인해주면 해결사 걍 돌아간다. 그리고 다음달에 해결사 방문비용 (참고로 이거 열라 비싸다) 이 청구서에 추가되어 요금 청구는 눈덩이 처럼 불어난다. 결국 A 는 자신이 렌트한 집도 포기하고 친구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신용불량자이기 때문에 그 어디에도 적을 둘 수 없는 상황.

 

이래저래 이집저집 전전하면서 결국엔 졸업까지 했단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기.

이때쯤엔 청구금액이 대략 7000 유로 정도 됐다고 하던가? 한국돈으로 팔백 사십만원. 두달 인터넷쓰고 팔백사십만원이라... 좀 과하긴 하다. 한국으로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독일이 법학이 유명하다보니 법학으로 유학온 한국인이 꽤 있다. 그들에게 자문을 구해본 결과, 이건 민법상의 일이기 때문에 공항에서 붙잡히는 일은 없을것이다. 왜냐면 공항에서 잡는것은 형법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걍 용기있게 비행기에 오를것을 A에게 제안한다. A 과연 한국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공항에서 붙잡혀 감옥에 갈 것인가 아니면 법을 전공한 친구들의 말대로 무사히 한국땅을 밟을 수 있을것인가. 얼마나 가슴 콩당콩당 했을까... 결국 A 는 비행기에 오르는 모험을 감행하고 다행히 아무일 없이 한국땅을 밟을 수 있었다고 한다. A 는 다시는 독일에 올 계획이 없으며 독일쪽 향해서는 오줌도 안싼다고...

 

정말 독일 정안가는 나라다. 우리도 그렇게 크진 않지만 가끔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 있다. 그럴땐 한국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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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버에 응원하러 다녀옴

한국과 스위스와의 경기 응원하러 하노버 갔었습니다. 함부르크 한인회에서 하노버 갈 사람을 위해 버스를 대절해서 편하게 다녀왔죠. 한국에서 경기보러 온 젊은 학생들이 꽤 있더군요. 몇몇은 표를 사 온 경우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 암표를 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도 온라인에서 사려다 실패해서 "I need ticket" 이란 푯말을 들고 장시간 서있었습니다. 암표상 한 이십 명 정도 만났는데 대부분 너무 비싸게 부르더군요. 표 한장에 200 유로가 기본. 대략 이십 사만원 정도 입니다. 부인이랑 같이 48 만원이라... 너무 비싸죠. 경기 시작하면 좀 싸지려나 했는데 뭐 그것도 시원찮고 그래서 걍 대형 스크린 있는곳에 가서 경기의 나머지 부분을 봤습니다. 근데 알게된 한 명의 한국인은 사기를 당했더군요. 이미 입장한 표를 되파는 수법에 당해서 130 유로를 날렸습니다. 암표 아무나 사는게 아니더군요. 우리도 한 번 인당 150 유로 짜리를 제안하는 사람이 있어서 살까 말까 망설이다 시간지나면 좀 싸지겠지 하면서 걍 포기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안사길 잘했습니다. 표에는 블루존과 엘로존이 있는데 엘로존은 스위스팀 응원하는 거고 블루존은 한국팀 응원이더군요. 저희는 그것도 몰랐습니다. 암표 파는애가 엘로존이라고 하던데 그때는 그게 뭔지 별 관심없었죠. 만약 그 표 샀으면 스위스 팀 한가운데서 응원할 뻔 했습니다. 이래저래 뭘 해도 미리 알아보고 해야겠군요. 사실 그정도 생각하는건 상식인데 왜 그땐 스위스와 한국 응원석이 다를거라는 생각을 못했을까요? 저 자신이 한심함을 느낄때는 이런 순간입니다. 가장 상식적인것 조차 생각못할때... 너무 생각없이 그날 그날 살다보니 생각하는 기능이 정지한듯...

 

뭐 여하튼 경기시간 걍 지나가더군요. 그리고 끝나고 나니 괜히 드는 생각 ... 우와 400 유로 벌었다. 다음날 함부르크 엘베강 주변의 레스토랑에서 물고기 사먹었습니다. 마치 공돈 쓰듯이...

 

독일에서 사기당한 한국인에 대해서 담에 쓸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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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준이의 바닷가 추억

경준이는 제 아들 이름입니다. 어린나이에 (이제 26개월) 외국 와서 고생이 많죠. 뭐 애 키우는거 재미없습니다. 그렇지만 가끔 깨는 행동을 해서 헉 이럴수가 하고 저를 놀라게 할때가 있습니다. 잠시 기쁠때죠.

처가집이 부산이라 여름에 한 번 바닷가에 간적이 있죠. 독일오기 바로 전이니까 10 개월이나 11개월 전이군요. 그때 경준이도 바지걷고 바닷가에서 놀았는데 꽤 즐거워 했던듯.

독일에 와서 몇달 지났을때 그림책 보여주는데 바닷가 나오니까 갑자기 경준 바지를 걷습니다. 오호 바닷가에서 놀았던 것을 기억하다니. 맨날 먹고 싸고 귀찮게 하고 자기만 하던 경준이도 인간이구나 하는걸 느끼게 했던 짧은 순간이었죠. 근데 신기한 것은 한번 그러더니 담부턴 전혀 바다에 대해 반응이 없더군요. 바닷가 보여줘도 걍 다른 페이지로 확 돌려버리고. 요새는 기차나 버스 자동차 등의 교통수단에만 관심을 보입니다. 바닷가의 기억은 영원히 사라진듯. 애들의 기억이라는게 머리속을 떠돌다가 아주 우연히 어떤때 갑작스럽게 수면위로 올라오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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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미팅

여기 비젠당어 아저씨 그룹은 랩이 실제로 잘 운영되는 곳만 해도 일곱개나 되는 대학연구소 치고는 매우 큰 곳이죠. 그룹 멤버의 숫자는 저도 헤아려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대략 40 명이 넘는듯. 이 큰 그룹이 소그룹별로 모여서 그룹미팅을 가끔씩 합니다. 두달에 한 번 정도. 뭐 아시다시피 그동안 무슨 일 했냐 결과가 어떠냐 이런 얘기들을 주로 합니다. 얼마전에도 그룹미팅이 있어서 우리 UHV AFM group 이 모였죠. 일본 포닥은 최근에 peapod 을 AFM 으로 봐서 뭐 재미난 결과를 얻었다고 하는것 같고 (아마 한 방 터뜨린 모양입니다.) 이번에 졸업하는 학생은 이미 얻은 한 방 데이터를 더 잘 프리젠트 하려고 movie 를 만든 모양입니다. 이거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꾸밀까 뭐 이런거 얘기하더군요. 다들 한방씩 한 친구들... 목소리에 힘이 있습니다. 제가 여기 포닥으로 온건 물론 UHV 에서 magnetic film 성장시키고 그 특성을 AFM 으로 분석하는걸 좀 해보려고 온거죠. 결과 내기 그리 좋은건 분명히 아닙니다. 근데 그런 리스크를 알면서도 온 것은 전에 제가 약 4년전 여기에서 guest student 로 머물때 뽑았던 데이터들중 몇가지가 아직 논문으로 완성되지 않았고 여기서 일하면 좀 더 그 데이터들을 분석하는데 시간을 투여할 수 있을것 같고 그래서 논문을 쉽게 쓸 거 같아서 오게 된거죠. 교수가 절 뽑은 이유도 일정부분은 그런 것이었겠죠. 그래서 논문쓰는 것과 분석은 어찌되어가냐고 묻더군요. 근데 사실 최근에 논문쓰는거 재미도 없고 분석해봐야 재밌는 결과도 없고 해서 걍 박사과정 학생이랑 새로운 실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논문은 들여다 보지도 않았죠. 근데 박사과정 학생이 최근의 실험결과는 이미 다 말해서 제가 그거에 대해 할 말은 없더군요. 걍 "박사과정 학생이랑 실험하느라 바빠서 논문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했더니 실망한 듯한 당어 아저씨... 거기에 덧붙여서 "뭐 분석좀 해보려고 노력해봤는데 결론 내리기도 어려울것 같고 걍 좋은 논문지에 내는건 포기하고 논문 내는거에 목적을 두고 써야겠습니다." 이랬더니 더 실망한 듯한 당어 아저씨. 마치 누구에게 한방을 맞은듯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있더군요. 난 사실대로 이야기 했기에 뭐 별 부담 없었습니다. 근데 이게 좀 문제가 되는 상황이었는지 우리 그룹의 새끼 보스 알렉스가 뭐 어쩌구 저쩌구 해서 분석이 어렵고 우리가 실험 셋팅을 바꿔서 더 실험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결론을 명확히 내리기 위한 실험도 어려우며 기타등등 기타등등 이유를 붙이며 설명하더군요.  좀 무마된듯한 상황에서 대충 7월말에 있는 스위스 학회 전까지는 논문을 쓰겠습니다 라고 했죠. 그룹미팅이 끝난 후 전 별 생각 없이 랩에 와서 있는데 새끼 보스 알렉스가 오더니 앞으로는 당어아저씨 앞에서 "No progress" 를 말하지 말라고 하네요. 당어 아저씨는 그 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사실 제가 no progress 를 말했을때 당어 아저씨의 그 비습맞은 듯한 표정... 알겠다고 했죠.

근데 사실 No progress 를 서슴없이 말했던건 어찌보면 알렉스(새끼 보스) 때문입니다. 제가 여기 게스트 학생으로 있을때 그룹미팅하는데 커피잔들고 약간 늦게 들어와서는 교수가 진행상황 말해보라니까 크리스마스 휴가 끝난지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진행상태를 얘기하냐고 시간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했다며 되려 당어교수 면박을 주던 사람이 바로 알렉스니까요. 전 그때 너무 놀랐죠. 아 독일 교수들은 자기 아래 포닥이 막 이렇게 쏘아붙여도 다 받아주다니 정말 젠틀하구나. 너무 멋있었습니다. 알렉스도 당어 교수도. 계속 되는 그룹미팅에서 당어교수가 학생하나 받으려는데 어떤주제로 받을까를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아주 일반적인 주제로 학생을 받자고 제안하니까 알렉스가 그런식으로 하니까 학생이 한명도 안오는 거라고 쏘아붙이며 구체적인 플랜이 없이는 학생들이 뭘 믿고 연구를 하러 오겠냐고 보다 구체적인 주제를 잡아야 한다고 막 얘기하더군요.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가서는 독일 교수들 정말 젠틀하고 포닥들이 할 말 다 하더라. 이런식으로 얘기하며 다녔죠.

근데 시방 독일에 포닥으로 와보니 알렉스는 자신의 과거를 잊은듯 이상한 반응...

그때의 알렉스와 지금의 저의 차이라면 알렉스는 정규직 포닥 (대학으로부터 돈 받음) 이고 저는 비정규직 포닥 (당어아저씨가 제 밥줄) 이라는 점이죠. 그 차이가 꽤 크네요. 알렉스도 그당시에 정규직된지 얼마안되서 정규직 믿고 세상물정 모르고 당어 아저씨에게 맞짱떴나보네요. 그리고 차차 타협의 중요성을 알아간듯... 이제는 당어아저씨와 꽤 조화로워 보이는군요.

뭐 여하튼 이건 뭐랄까 4년전 알렉스 흉내내다가 저만 피본꼴이죠. 근데 알렉스는 제게 와서 "당어아저씨 앞에서 no progress 를 말하지 말라" 라고 말하네요. 쩝...

이건 마치 김유정 소설 봄봄인지 뭔지 (제목 기억 잘 안남)에서 점순이가 시켜서 장인 팼더니 점순이가 나중에 와서 "아니 이놈이 우리 아부지 때리네"하고 구박하는거랑 똑같은 상황.

아 고달픈 독일 생활~~~ ㅎ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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