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상한 느낌...

얼마전 한 선배의 신작을 봤다.

선배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왜 이런 다큐멘터리를 만드느냐?'란 질문에 책무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민중의 책무, 사람에 대한 책무", 그 선배는 '민중'이란 단어도 썼는데 솔직히 좀 주춤했다.

평소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것도 결국 파고 들어가다 보면 자기 만족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좀 간지러운 대답이었다.

 

가끔은 나의 주인공들을 과도하게 담아내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촬영하는 것이 결국 내 이야기를 하려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주인공의 생활을 촬영할 때는 매번 카메라를 드는 손이 무겁고 맘이 한번 요동치게 된다. 물론 한창 촬영이 진행될 때는 것도 잊을 때가 많지만 대략 제작 과정 내내 이 질문은 나를 평소의 나보다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작업을 하면 할 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더 그런것 같다. 이전에는 호기 있게 촬영했다면 이제는 주인공들이 내게 나눠주는 삶의 조각들이 소중하면서도 왜곡될까 두렵고 오해될까 두렵고 제대로 이해했나 두렵고 내가 느끼는 것이 맞나 두려워 온몸이 긴장된다. 것도 아주 많이. 그 긴장이 싫은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고 그저 날 쉽게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전 같았으면 벌써 촬영에 들어 갔을 두가지 이야기가 있다.

사실 누가 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맘이 내키면 하는 작업이 다큐 작업인데 (알바 빼고) 

지금까지 제대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해본 적이 없다. 해야겠단 생각이 들면 그냥 달려서 했을뿐..

이번에는 좀 여유를 갖고 가고 싶어서 계속 밍기적 되고 있는 중이었다.

알바나 슬슬하며 미루랑 빡쎄게 놀면서...

 

그런데 영 두가지 이야기가 날 들썩인다.

잊을만하면 사건이 터지고 밍기적 거리는 내가 지끈 거리도록 만든다.

사람마다 움직이는 동력이 다르다. 그 선배는 책무가 동력이고 내가 아는 사람은 불안이 삶의 동력이고 누군가는 자기 만족이 동력이고...그럼 난? 한가지라고 말하긴 뭐하고 여러가지가 겹쳐 있는 것 같다. 매 순간 다른 것들이 주가 되어 다른 모습으로 날 추동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것은 깨달음이었던 것 같아. 알아가는 것. 이해하는 것. 워낙에 아는 것이 없어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유희 같기도 하고...

 

지금은?

어쩜 그저 다른 속도의 실험인지도 이전에는 시작하면 끝까지 가속을 붙여 달렸다면 지금은 그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 답답하지만 진득히 쳐다볼 수 있는 화각이 있는...아직은 모르겠고 그랬음 하는 바람이고 아마 그랬음 하는 파워풀한 자기 긍정 시스템의 자가 발동이겠지.

 

여튼 이 글을 쓰기 전까진 좀 두려웠는데

밍기적 거리는 생활의 끝을 알리는 것 같아서

또 내가 책무로 움직이는 사람인가 하는 이상한 닭살 때문에

그런데 좀 마음이 편해지네...

 

지근덕 지근덕

지금의 느낌.

음 나쁘지 않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