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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이번에 시작할 작업은 '여성이주'에 대한 것이다.

여성에 관한 것, 너무나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동안 만났던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남성이주노동자이고 그리고 대부분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농후한 사회의 출신들이다 보니 '강고한'(?) 연대의식으로 무장한 나의 카메라를 멈추게 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때면 '내가 모잘라서 그런 거다' 하면서 마음을 달래기도 했지만...힘든 시기를 보낸 것은 확실하다. 그 와중에서도 내가 작업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이주노동자의 관계 때문이다. 같이 하면 즐겁고 끊임 없이 줘야 하는 관계가 아닌 서로 나눌 수 있는 관계, 가끔은 비숫한 고민을 나눌 수도 있고...정말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관계였다. 그래서 입버릇 처럼 '난 다음에는 꼭 여성이주노동자에 대한 다큐작업을 할거야.'하고 다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여성이주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준비하는 와중에 이주여성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급하게 제작을 부탁하는 전화였다.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들어온 한 언니가 임신을 했는데 그 언니의 신원을 보증해줄 남편은 교도소에 있고 배속에 있는 아기의 상태가 안좋다고 그 언니의 상황이 국제결혼한 여성의 한국에서의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촬영을 의뢰했다.

 

여성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준비하는 와중에 그런 부탁이 오니...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게다가 그 언니가 촬영에 찬성을 했다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생판 얼굴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와서 자신의 매우 사적인 모습을 촬영하는 것을 그 언니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혹은 그녀의 불행을 좋은 기회다 하면서 촬영을 부탁한 센터를 믿을 수 있는지..그리고 좀더 근복적인 문제인데....그 언니의 고통을 내가 동요 없이 카메라에 담아 낼 수 있는 지....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문득 스위스 갈때 봤던 태국여성이 생각났다. 비행기를 태국에서 갈아탔는데 스위스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장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에 반 이상이 유럽남성과 태국여성 커플이었다. 나이도 대부분 유럽남성은 나이가 많고 태국여성들은 매우 젊거나 혹은 그 남성들 보다는 어려보였다. 난 그 모습을 보는 것이 매우 불쾌했다. 마치 성매매 장면을 현장에서 목격한 것 같아 약간은 화가 났던 것 같다. 그래서 붙들고 뭐라 해야하는데 하는 마음이었던 듯 하다. 계속 불편했던 정신이 결론을 내렸다. 제국주의 커플...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커다란 성매매 굴레 아래에서 오랫동안 숨죽여 살아왔다는.... 

 

여성이주센터에 계신 분을 만나니 그 분 왈, "이주란 상황에서 가정(국제결혼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상황을 이렇게 표현하셨다)으로 들어오든 2차 산업으로 들어오든 3차 산업으로 들어오든 다르지 않다고 본국을 떠나서 가족을 먹여살리려고 혹은 미래를 위해서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같은 것이다" 라는 것이다. 다른 분이 이야기해주신 국제결혼 실태는 정말 놀라운 것인데....잘못하면 그 분들에게 누를 끼칠 것 같아 지금은 적지 않겠다. 나중에 나의 생각이 정교히 정리되었을 때 올리도록 하겠다.

 

처음 여성이주노동자에 대한 작업을 하려 했을 때는 여성노동자에 중심이 맞춰졌다.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여성이주노동자들도 같이 겪는다는 것 단지 이주라는 것 때문에 한번 더 차별 당하고 억압 당하고 소외당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여성은 남성중심 사회에서 같은 굴레를 공유하고 그렇기 때문에 연대해야 한다...뭐 그런 류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글로 쓰니 진부하네요. ^^;;) 그래서 국제결혼해서 이주해온 여성이주분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넘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데 여성이주센터에 계신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 이주라는 것 안에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것을 들어낼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제결혼은 여성만이 선택할 수 있는 이주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서글프다.

 

내게 힘들때 위안과 소통으로 편안함을 주었던 이주언니와의 이야기는 어쩌면 사적 다큐가 될 것 같다. 조금씩 조금씩 언니와 나의 관계가 나타나는 촬영을 할 것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가 정말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지..성찰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하지만 국제결혼으로 들어온 언니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겠다. 물론 작업을 하다 보면 국제결혼을 해서 들어온 언니들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는 않겠지만 이제 조금은 그 언니들과 함께 가정이라는 굴레가 아닌 좀더 넓은 공간에서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놀고 싶어졌다.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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