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11월 26일 일요일

from 우울 2003/06/25 15:36
어느 날인가
담벼락에 기대어
초라하고 가느다란 가지가
흐느적거리고

5월이 되자
그 가지로부터
찬란한
흰 꽃이 피어올랐다.
내 얼굴만한 그 흰 장미는
바람이 불 때마다

큰, 커다란 꽃잎을 가차없이 흩뿌렸고,
가차없이 자신을 흩뿌렸고, 가차없이 --------

몇 안되는 그 큰 꽃송이들을 얼마나 동경했던지
그 가느다란 목과 나약함.
작은 고뇌에도 무한히 떨어지던 큰 꽃잎.

일상과 권태와 안주.
그것들에 대한 저항. 그것이 기본이다.
불안정의 추구.
안정과 불안정의 경계를 타고 다니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그것의 유지.

때로는, 한쪽에 잠시 쓰러질 수도 있는 여유?
그건 모르겠다.
작은 부조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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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5 15:36 2003/06/25 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