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누군가에게 쪽지가 와서...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나에 대해 스스로 표현하기를, '살아있는 시체'라고 하였다.
밤이고 해서...'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라는 영화제목도 생각나고 해서
농담한 것인데...상대방은 좀 끔찍하였던지...정색을 하고 묻는다.
'무슨 일 있어?'
그에게는 농담이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나는 살아있는 시체이다.
기형도처럼 나도 이미 '일생 몫의 삶을 다했다.'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많은 시간을 언니네에서 뒹굴수 있겠는가!
보통 사람이라면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번다거나 하고 있을 시간에...)
아마도 오래 전의 일일 것이다.
국민학교 6학년때 즈음이었을까?
비가 쏟아붓고, 가끔은 천둥과 번개가 치는 밤이었다.
오래된 일이라...날짜같은 건 잊었지만,
그 때의 상황이나 내 옷차림, 주변의 사물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다.
(혹자 : 그럴리가 없자나! 너 스스로 너는 기억력이 없다고 해놓고...역시 너는 거짓말장이임에 틀림이 없어. 여러분, '좋은 기억'을 읽어보세요...)
혹자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만큼 중대하고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비가 오고 있었다.
가끔씩 빗줄기가 가늘어지면, 지붕을 때리던 빗소리도 사그러들어
방안을 채우고 있던 라디오 소리가 한뼘 정도씩 부풀어 올랐다.
방안에는 내가 사용하는 1인용 침대와 작은 책상이 있었고,
책장이 있었고, 바닥에는 책이 잔뜩 깔려있어서
침대와 방문을 연결하는 길이 책 사이로 뚫려있었다.
그 애는, 비를 흠뻑 맞은 채로 내 방에 들어왔다.
아니, 들어와 있었다.
눈을 떠보니 그 애가 침대 발치에 흥건하게 물흔적을 퍼뜨리며 앉아 있었다.
수달처럼 생긴 아이였다.
아마도 비를 맞아서 그렇게 보인 것이리라.
뙤약볕에서 거리낄 것 없이 뛰어놀면서 받은 햇살 냄새와
비냄새가 마구 뒤섞여서 건강하게 느껴지는,
독립적이고 용감한 아이일꺼라고 생각하게 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건강하고 독립적이고 용감한 수달 아이.
[난 너의 생명을 먹으러 왔어.]
당시의 나는, 어른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아주 잘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아이의 말을 믿지 않았다.
[바보. 수달같이 생겨가지고는...]
나는 뜬금없는 친근감에 농담이라는 걸 했다.
[넌 진지하지 않아.
너 같은 아이는 자라면 사회부적응자가 되고,
주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너 스스로 너의 삶을 정당화시켜야 하게 될거야.]
[......]
[한마디로, 인간 쓰레기가 된다는 것이지.]
내가 비교적, 공부를 매우 잘 하는 편이기는 했으나,
그런 말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말이었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모두 맞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사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가 내 생명을 먹고, 나는 살아있는 시체가 되었다.
살아있는 시체 쓰레기.
그것이 인간 쓰레기와 다른 점은,
스스로 자신이 살아있는 시체라는 것을 안다는 점 뿐이다.
결국에 나는 사회부적응 살아있는 시체가 되었다.
수달 아이는 내 침대 머리맡에 놓인 티슈 한장을 뽑아,
젖은 바지주머니에서 꺼낸 지우개 아저씨의 물기를 닦아주었다.
지우개 아저씨는 내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소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내 가슴을 슬쩍 만지기 까지 했다.
그래봤자 국민학교 6학년의 가슴이지만 기분 나쁜건 기분 나쁜 것이다.
그리고나서, 지우개 아저씨는 조심스럽게 머리를 이용하여,
내 심장 위에 덮인 피부를 지워냈다.
[이제 너의 생명을 먹을꺼야. 당장은 아프지 않아.
언젠가는 좀 아프겠지만...
넌 왜 그런지 모를테니까, 진짜 아픈 것만큼 아프게 느끼지 못할꺼야.
그러니 걱정할 건 없어.]
옳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어린 나에게 수달아이의 어려운 말은 너무나 설득력이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 가끔은, 매우 설득력있는 것이다.
지우개 아저씨는 수달아이의 젖은 바지주머니 속으로 아쉬운 듯 돌아갔고,
나는 잠이 들었다.
어쨌든, 그 날, 수달 아이는 내 생명을 먹었고,
나는 내 일생몫의 경험을 끝냈다.
나는 죽음속에서 산다.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뭐 다를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나에 대해 스스로 표현하기를, '살아있는 시체'라고 하였다.
밤이고 해서...'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라는 영화제목도 생각나고 해서
농담한 것인데...상대방은 좀 끔찍하였던지...정색을 하고 묻는다.
'무슨 일 있어?'
그에게는 농담이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나는 살아있는 시체이다.
기형도처럼 나도 이미 '일생 몫의 삶을 다했다.'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많은 시간을 언니네에서 뒹굴수 있겠는가!
보통 사람이라면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번다거나 하고 있을 시간에...)
아마도 오래 전의 일일 것이다.
국민학교 6학년때 즈음이었을까?
비가 쏟아붓고, 가끔은 천둥과 번개가 치는 밤이었다.
오래된 일이라...날짜같은 건 잊었지만,
그 때의 상황이나 내 옷차림, 주변의 사물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다.
(혹자 : 그럴리가 없자나! 너 스스로 너는 기억력이 없다고 해놓고...역시 너는 거짓말장이임에 틀림이 없어. 여러분, '좋은 기억'을 읽어보세요...)
혹자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만큼 중대하고 잊을 수 없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비가 오고 있었다.
가끔씩 빗줄기가 가늘어지면, 지붕을 때리던 빗소리도 사그러들어
방안을 채우고 있던 라디오 소리가 한뼘 정도씩 부풀어 올랐다.
방안에는 내가 사용하는 1인용 침대와 작은 책상이 있었고,
책장이 있었고, 바닥에는 책이 잔뜩 깔려있어서
침대와 방문을 연결하는 길이 책 사이로 뚫려있었다.
그 애는, 비를 흠뻑 맞은 채로 내 방에 들어왔다.
아니, 들어와 있었다.
눈을 떠보니 그 애가 침대 발치에 흥건하게 물흔적을 퍼뜨리며 앉아 있었다.
수달처럼 생긴 아이였다.
아마도 비를 맞아서 그렇게 보인 것이리라.
뙤약볕에서 거리낄 것 없이 뛰어놀면서 받은 햇살 냄새와
비냄새가 마구 뒤섞여서 건강하게 느껴지는,
독립적이고 용감한 아이일꺼라고 생각하게 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건강하고 독립적이고 용감한 수달 아이.
[난 너의 생명을 먹으러 왔어.]
당시의 나는, 어른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아주 잘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아이의 말을 믿지 않았다.
[바보. 수달같이 생겨가지고는...]
나는 뜬금없는 친근감에 농담이라는 걸 했다.
[넌 진지하지 않아.
너 같은 아이는 자라면 사회부적응자가 되고,
주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너 스스로 너의 삶을 정당화시켜야 하게 될거야.]
[......]
[한마디로, 인간 쓰레기가 된다는 것이지.]
내가 비교적, 공부를 매우 잘 하는 편이기는 했으나,
그런 말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말이었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모두 맞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사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가 내 생명을 먹고, 나는 살아있는 시체가 되었다.
살아있는 시체 쓰레기.
그것이 인간 쓰레기와 다른 점은,
스스로 자신이 살아있는 시체라는 것을 안다는 점 뿐이다.
결국에 나는 사회부적응 살아있는 시체가 되었다.
수달 아이는 내 침대 머리맡에 놓인 티슈 한장을 뽑아,
젖은 바지주머니에서 꺼낸 지우개 아저씨의 물기를 닦아주었다.
지우개 아저씨는 내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소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내 가슴을 슬쩍 만지기 까지 했다.
그래봤자 국민학교 6학년의 가슴이지만 기분 나쁜건 기분 나쁜 것이다.
그리고나서, 지우개 아저씨는 조심스럽게 머리를 이용하여,
내 심장 위에 덮인 피부를 지워냈다.
[이제 너의 생명을 먹을꺼야. 당장은 아프지 않아.
언젠가는 좀 아프겠지만...
넌 왜 그런지 모를테니까, 진짜 아픈 것만큼 아프게 느끼지 못할꺼야.
그러니 걱정할 건 없어.]
옳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어린 나에게 수달아이의 어려운 말은 너무나 설득력이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 가끔은, 매우 설득력있는 것이다.
지우개 아저씨는 수달아이의 젖은 바지주머니 속으로 아쉬운 듯 돌아갔고,
나는 잠이 들었다.
어쨌든, 그 날, 수달 아이는 내 생명을 먹었고,
나는 내 일생몫의 경험을 끝냈다.
나는 죽음속에서 산다.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뭐 다를 것은 아무것도 없다.
[조명과 그림자는 전체 장면 안에서 사물과 사물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 사물들의 위치를 결정지어준다. 위치와 빛과 그림자의 강도는 이미지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 극사실일러스트레이션기법, 버트 먼로이-
두 개의 문장이 떠오른다.
'너의 가슴을 만지고 있으면, 안타까워져.'
'난 어렸을 때 세상이 대단한 건줄 알았어. - 나도 그래.'
적어놓고 보면, 아무런 특징없는 두 문장.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거대한 어둠속에서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어떤 구멍을 찾아 더듬거리는 것과 같다.
어느 순간, 이를테면, 그가 나에게 첫번째 문장을 이야기했을 때, 나는 갑작스럽게 그 구멍에 빠져들어가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살게 된 것이다.
그 순간이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미 그 구멍안에 들어가 있는데 계속 더듬거리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그러나 그 순간에 대해서 해석해 볼 수는 있다.
그 해석이 얼토당토 않은 것이라 해도, 어차피 사랑은 개인적인 것이므로, 누군가 잘 못 될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사실은, 해석해 보고 싶은 것이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른다.
'안타깝다'라는 [말]은 나에게 두 사람을 갈라놓은 끝없이 깊은 심연을 연상시켰다.
그 심연을 가로지르는 '안타깝다'라는 [말]이 있었다.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한 것처럼, 그 [말]이 있었다.
'죽음까지 파고 드는 삶'이라는 바타이유의 표현처럼,
에로티즘이라는 것을 그 때, 그 '안타깝다'라는 [말]로 표현하는 그가
그 심연을 딛고 내게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삶에는 빛도 있고 그림자도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것 처럼.
두번째 문장에서 '난 어렸을 때 세상이 대단한 건줄 알았어.'의 부분은
내가 그에게 나의 빛과 그림자를 표현한 것이었고,
'나도 그래' 의 부분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나도 그래'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대낮에 보이지 않는 어떤 통로를 통과하는 것과 비슷하다.
길을 걷는다. 어디론가를 향해서, 커피숍을 지나고 술집을 지나고 팬시전문점을 지나고 좌회전하여 길을 건너고...
이미 나는 그 통로를 지나쳐왔다.
어디에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그리고 다시는 그 구멍 속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는 내게 내 눈이 아름답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은 왜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까?
- 극사실일러스트레이션기법, 버트 먼로이-
두 개의 문장이 떠오른다.
'너의 가슴을 만지고 있으면, 안타까워져.'
'난 어렸을 때 세상이 대단한 건줄 알았어. - 나도 그래.'
적어놓고 보면, 아무런 특징없는 두 문장.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거대한 어둠속에서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어떤 구멍을 찾아 더듬거리는 것과 같다.
어느 순간, 이를테면, 그가 나에게 첫번째 문장을 이야기했을 때, 나는 갑작스럽게 그 구멍에 빠져들어가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살게 된 것이다.
그 순간이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미 그 구멍안에 들어가 있는데 계속 더듬거리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그러나 그 순간에 대해서 해석해 볼 수는 있다.
그 해석이 얼토당토 않은 것이라 해도, 어차피 사랑은 개인적인 것이므로, 누군가 잘 못 될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사실은, 해석해 보고 싶은 것이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른다.
'안타깝다'라는 [말]은 나에게 두 사람을 갈라놓은 끝없이 깊은 심연을 연상시켰다.
그 심연을 가로지르는 '안타깝다'라는 [말]이 있었다.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한 것처럼, 그 [말]이 있었다.
'죽음까지 파고 드는 삶'이라는 바타이유의 표현처럼,
에로티즘이라는 것을 그 때, 그 '안타깝다'라는 [말]로 표현하는 그가
그 심연을 딛고 내게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삶에는 빛도 있고 그림자도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것 처럼.
두번째 문장에서 '난 어렸을 때 세상이 대단한 건줄 알았어.'의 부분은
내가 그에게 나의 빛과 그림자를 표현한 것이었고,
'나도 그래' 의 부분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나도 그래'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대낮에 보이지 않는 어떤 통로를 통과하는 것과 비슷하다.
길을 걷는다. 어디론가를 향해서, 커피숍을 지나고 술집을 지나고 팬시전문점을 지나고 좌회전하여 길을 건너고...
이미 나는 그 통로를 지나쳐왔다.
어디에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그리고 다시는 그 구멍 속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는 내게 내 눈이 아름답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은 왜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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