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우스 슈트라이허'와 조선일보

행인님의 [이런 게 언론인이라고...] 에 관련된 글.

요즘 왠지 조선일보 관련 포스팅이 많아지네... 거 원래 찌라시라 머리 식힐려고 가끔 들어가는 사이튼데, 요샌 보자보자 하니 마빡에 스팀이 확확 돌아서뤼...

 

위대한 게르만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철십자 깃발 들고 온 세계를 향해 총질을 해대던 나치의 히틀러. 휘하에 기라성 같은 부하들을 잔뜩 두고 있었다. 선전의 명수 괴벨스, 게쉬타포를 설립한 괴링, 히틀러의 그림자였던 에른스트 칼텐 브룬너. 뭐 이런 인물들을 옆에 두고 히틀러는 수백만의 유대인을 학살하면서 제3제국의 건설을 위해 달려 나갔더랬다.

 

패전 이후 당연히 전범들은 처형을 받게 된다. 히틀러야 뭐 지 뇌에 총알을 박아넣는 것으로 생을 마감했고, 괴링이나 브룬너 같은 이들은 뉘른베르크 재판을 통해 교수형에 처해졌다. 괴벨스는 저 혼자 죽는 것도 모자라 아내와 6명의 자식들까지 끌어들여 동반자살을 했고.

 

요 인물들 중 특이한 넘 하나가 보이는데 '율리우스 슈트라이허(Julius Streicher)'라는 넘이다. 슈트라이허는 1923년 '데어 슈튀르머(Der Stuermer : 돌격병)'라는 신문사를 설립하고 편집장이 되었다. 이 신문은 철저하게 히틀러를 신격화하고 반유대주의를 설파한다. 이 신문은 1930년대 말과 1940년대 들어서던 시기에는 최대 80만부까지 찍어낼 정도로 인기 급상승을 누렸다고 한다.

 

1939년에 슈트라이허는 뉘른베르크에서 신념을 가지고 총통을 따를 것을 독일민족에게 요구하는 연설을 행한다. 사실 이 연설이 아니더라도 이미 슈트라이허는 히틀러 신격화의 원천이었고 유대인 멸절을 선동한지 오래된 터였다.

 

갑자기 이 슈트라이허가 생각난 이유는 슈트라이허가 유대인을 희대의 악마로 몰아붙였던 행위와 조선일보가 촛불시위대를 폭도 수준으로 저주하는 행위가 유사하기 때문이었다.

 

슈트라이허는 독일에서 발생하는 실업과 인플레이션을 유대인의 탓으로 돌렸다. 조선일보는 촛불집회로 인하여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외국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며 광화문 일대의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고 뻥을 친다.

 

슈트라이허는 유대인들이 의사나 법률가 같은 전문직종이나 고리대금업자나 무역상 같은 대규모 자본 또는 연예인 직업만 가지고 있을 뿐 땀흘려 몸을 움직이는 노동자 같은 직업은 갖지 않는다고 선전했다. 조선일보는 촛불들고 길바닥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을 실업자 혹은 노숙자로 묘사한다.

 

슈트라이허는 유대인들을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악마적 존재로 취급하였고 이들을 절멸시켜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촛불시위대가 불법폭력의 온상이고 그 배후에는 국가전복세력이 있으므로 '계엄' 수준의 강력한 정부대응이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프레시안 기사에서도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최근 정부의 강경드라이브는 이상하게도 조선일보의 요청과 맞아떨어진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 땅에서 발행되는 신문은 조선일보가 유일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지들 입장에서야 조선일보만 보는 것이 속이 편하겠지.

 

조선일보가 이렇게 지들 속내를 가감없이 내보여가며 강경진압을 요구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여기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물러서게 되면, 그 때 조선일보는 지난 한 세대동안 누려왔던 영화를 완전히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다. 군사독재정권에 얹혀 온갖 왜곡으로 여론을 조작해왔던 조선일보가 이제 종말을 고해야 할지 아니면 과거의 영광을 조금 더 연장할 수 있을지의 기로가 지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이다.

 

한 때 조선일보는 슈트라이허가 펴냈던 돌격대의 최대발행부수보다 무려 4배나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했다. 기사는 완전 쓰레기지만 발행부수만으로는 "1등신문"이었던 것이다. 이랬던 조선일보의 영화가 자칫하면 옛날 좋았을 때의 추억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그렇게 될 경우 지난날 자신들이 행했던 온갖 추잡한 일들이 죄다 까발려질 수 있다는 우려, 게다가 이로 인하여 자신들이 져야할 책임을 몰아서 한꺼번에 질 수도 있게 된다는 공포감이 조선일보로 하여금 "데어 슈튀르머"가 유대인들을 몰아부쳤던 것과 같은 양상으로 촛불들을 매도하도록 만든 거다.

 

하지만 언제까지 조선일보가 이러한 악다구니를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최소한 과거 안티조선 하던 시절과는 양상이 달라졌다. 그 때는 니들은 떠들어라, 우린 계속 찍는다 하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대응수위 자체가 고강도다.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조선일보는 촛불을 향해 정면돌파의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그 반대편에서 촛불들 역시 조선일보에 대한 공세를 점점 강화하고 있고.

 

슈트라이허는 자신이 총통을 찬양하던 그곳 뉘른베르크에서 전범재판을 받는다. 그리고 사형에 처해진다. 슈트라이허를 기소한 검사는 이렇게 그의 죄를 추궁했다.

 

"피고인은 반유대인 범죄의 물리적인 범행에 직접 관여한 정도는 비교적 낮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에서 피고는 직접적인 범죄보다 더 큰 죄를 지은 것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정부도 그들의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없다면 대량학살정책을 시작하고 시행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을 교육하고 살인자들을 만들어내고 증오를 가르치고 증오를 주입하는 것(중략) 그것이 슈트라이허의 일이었다. (중략) 이런 범죄들은 피고나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중략) 그가 없었다면, 헤르만 괴링, 칼텐브룬너, 히틀러 같은 자들의 명령을 따를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역사의 재판정에서 조선일보를 기소하게 될 민중의 기소장에는 이와 똑같은 내용이 기재될 것이다. "조선일보가 없었다면, 이명박, 한나라당, 부시 같은 또라이들을 지지할 사람들이 없었을 것이다."

 

슈트라이허가 죽을 때에 외친 마지막 말은 "하일 히틀러!"였다. 조선일보가 공중분해될 때, 현역 조선일보의 구성원들은 혹시 "이명박 만세!"를 외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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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30 17:38 2008/06/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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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8/06/30 18:55

    조선일보가 한국갤럽이랑 설문조사를 했단다. 한국갤럽이라니 뭔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한국갤럽 전 회장이 현정부 방통위원장인 최시중씨란다. 뭐 이미 편향성이 팍팍 느껴지지 않는가? 암튼 그건 그렇다고 치고 기사를 한번 쳐다봐 주기는 하자.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20&newsid=20080630101505863&cp=chosun 요즘 쳐다보기도 싫은 조선일보기사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