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수준

행인[에이미트와 YS, 그리고 변희재] 에 관련된 글.

 

간만에 건수를 만난 빅뉴스 대표께서 대한민국 공식 지적수준의 기준치를 발표하셨다. 이분의 기준에 따르면 적어도 어디 가서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한 소리 할 정도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선 "최소한 1주일에 2-3권 이상의 사회과학서, 인문과학서 책을 읽고, 매일 신문과 잡지의 글을 최소 3시간 이상 읽고, 정부 정책 등에 대한 보고서도 주마다 서너 편씩" 읽어 주셔야 한다. 범상치 않은 기준이다.

 

궁금한 것은 빅뉴스 변대표가 "최소한 1주일에 2-3권 이상" 읽어대는 "사회과학, 인문과학서"의 목록 및 "3시간 이상"이나 들여다보는 "신문과 잡지"의 종류, 그리고 "주마다 서너 편씩" 독파하는 "정부 정책 등에 대한 보고서"의 리스트가 뭐냐는 거다. 제안하고픈 것은 빅뉴스에다가 매주 "이 주의 지적 수준" 코너를 하나 만들어서 변대표가 한 주 동안 읽었던 서적과 신문, 잡지 및 정부 정책 보고서의 목록을 정기적으로 올려주었으면 하는 거다. 대~한민국 "지적 수준"의 평균치 향상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 마지 않는다.

 

그러나 중원 도처에 굴러다니는 장삼이사에 불과한 행인의 제안을 초월적 지적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변대표가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바, 다만, 그분 주변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의 지적수준을 비교검토함으로써 아쉬움을 달래기로 마음먹은 차, 마침 적당한 분이 등장하셨다. "시민을 위한 변호사들"이라는 단체의 공동대표씩이나 하고 계신다는 "이헌 변호사"라는 분이 그 분이다.

 

이분은 리얼미터의 통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고 하면서, 김민선의 발언으로 무려 15% 이상의 국민이 쇠고기 소비를 줄였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대중 연예인들의 영향력을 전면 재검토해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단다. 이헌 변호사의 말을 근거로 기사를 쓴 빅뉴스 기자는 4천9백만 전 국민 중 750만명 정도의 국민이 김민선의 발언에 영향을 받아 쇠고기 소비를 줄였다는 적절한 산술적 계산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 기사가 변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빅뉴스의 정식 기사이므로,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최소한 변대표가 요구하는 "지적수준"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정도 경지의 "지적수준"을 가진 기자가 소스로 채택한 발언을 한 "시민을 위한 변호사들"의 공동대표 이헌 변호사 역시 적어도 기자보다는 우위의 "지적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이분들이 고강한 "지적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기사를 분석해보도록 하자.

 

먼저 기사의 발단이 된 "리얼미터"의 통계를 보자. 통계를 보면(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 휴대전화 조사, 95%신뢰수준±3.7%),

 

김민선의 발언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덜 먹게 되었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15.8%.

소비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53.0%

김민선의 발언을 들어본 적도 없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31.2%

 

한편 더 재밌는 결과는 미국산 쇠고기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자를 연령별로 구분한 것인데,

 

20대 8.7%

30대 15.4%

40대 16.9%

50대 이상 19.6%

 

기자가 주장하듯이 4900만 전 국민 중 김민선의 발언으로 충격을 먹고 미국산 쇠고기 소비를 줄인 사람이 750만이나 된다고 하면, 똑같은 논리로 김민선의 발언을 들어본 적도 없다는 사람은 1528만명이 넘는다. 또한 김민선이 뭐라고 하던 간에 먹던 건 먹고 안 먹던 건 안 먹는다는 소신을 지닌 국민은 전체 4900만 인구 중 무려 2600만명에 육박한다. 둘을 합치면 4900만 인구 중 4100만명 이상의 국민이 김민선이 한 말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세상 살아가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째 수상하지 않나? 이런 식의 통계치 이용의 전형적인 수법은 그동안 조중동이라는 언론에서 많이 봐 왔던 행태가 아닌가? 다른 건 제끼고 지들 편리한 것만 쏙 빼서 주장하는 치사한 수법. 이런 류의 "지적수준"은 도대체 어디서 벤치마킹 한 것일까? 뭐 그렇다고 해서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하루 3시간 이상" 조중동류만 들여다 봤다고 할 수는 없을 거다. 우연의 일치겠지.

 

어쨌든지 간에 15%가 유효한 숫자, 혹은 이헌 변호사가 화들짝 놀랄만한 수치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자. 이헌 변호사의 발언, 즉 "대중 연예인들의 영향력"의 문제는 이미 에이미트 사장께서 문제제기를 한 바 있는데, 이헌 변호사의 발언은 결국 에이미트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김민선의 발언이 유효한 정도로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데 주목하자. 왜 여기에 주목해야 하면, 에이미트 사장께서는 김민선의 발언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했으므로 인과관계 상 청소년들의 쇠고기 소비심리 위축과 김민선의 발언이 유효하게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에서 봤듯이 오히려 김민선의 발언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20대이하보다는 그 이상의 연령대가 더 많다. 말이 앞 뒤가 맞아들어가질 않는 거다. 차라리 청소년들의 쇠고기 소비가 줄게된 이유를 경제한파로 인한 용돈부족사태에 맞추었다면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더 뛰어났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되면 에이미트 사장은 삽질로 경제파탄을 몰고온 '리-만 브라더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했겠지만, 호랑이 똥코털을 잡아 뜯지 어디 감히 각하한테 돈물어내라고 할 수 있었겠나?

 

간단하게 들여다본 것만 가지고 평하더라도, 이건 중원 최고수급 "지적수준"을 가진 대표가 운영하는 빅뉴스의 기자 치고는 상당히 떨어지는 "지적수준"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다. 더구나 여기다가 사건의 인과관계를 얼핏 엮어주려 노력한 이헌 변호사라는 분의 "지적수준" 역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빅뉴스의 기자를 할 정도 또는 빅뉴스에 소스를 제공할 정도쯤 되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빅뉴스 대표께서 철저하게 적용하는 "지적수준"의 기준을 만족하고 있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예상이 다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예외의 도가니탕이니까. 간혹 "지적수준"이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쥐적수준" 정도로 앙앙거리는 사람들도 있는 거다. 청와대 쥔장이 그런 수준이라는 뜻은 아니다. 만일 청와대 쥔장의 지적수준이 "쥐적수준"이라고 했다가는 허위사실유포에 명예훼손으로 철창행에다가 손해배상은 물론 "지적수준"을 검증당하는 아픈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그러나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은 이헌 변호사가 한 말인데, 이번 기회에 연예인들의 영향력을 전면 재검토해서 뭘 어쩌자는 걸까? 그냥 검토만 한 번 해보자는 걸까? 국민 15%를 움직이는 연예인의 영향력을 검토한다는 것은 뭔가 그 쓰임새가 있기 때문일텐데 그게 도대체 뭘까? 왜 검토하자는 걸까? 법을 전문으로 다루면서 변호사씩이나 하시는 분이 그거 검토해서 뭐하려는 걸까? 기획사 차릴려고?

 

어쨌든 이번 기회에 "지적수준"의 사회적 기준이 제시된 것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노파심에서 하는 이야기지만, 일주일에 2-3권 이상 "자유기업센터"에서 출간한 사회과학서적(?)이나 각종 처세술에 대한 인문과학서적(?)만 읽거나 조중동이나 월간조선, 주간조선, 한국논단 같은 신문 및 잡지를 하루 3시간 이상씩 정독하거나, 혹은 한미FTA 협상보고서 같은 정부정책보고서만 줄창 읽게 되면 "지적수준"은 커녕 "쥐적수준"을 못 벗어나게 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덮어놓고 읽다보면 쥐적수준 못면한다"는 어떤 카피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8/18 02:48 2009/08/18 02:48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hi/trackback/1225
  1. 쥐적수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년우익을 자처하는 고딩때 친구 역시 지적수준을 탓하면서 결국엔 쥐적수준만 드러내다가 절교로 왕래를 끊었죠. 녀석 생각나네요. 쥐적수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친구 중에 두 명이, 자신은 건강한 우파라고 자부하는 애들이 있는데... 걔들도 쥐는 싫어라 하던데;; 음... @_@;;

  3. "다만 박중훈과 김민선의 경우처럼 웬만하면 블로그나 트위터에 글쓰지 말고 정진영처럼 매체에 정식기고하라. 블로그나 트워터에 글을 쓸 때, 사적인 글로 착각하지만, 이것을 공적 매체가 인용보도하는 순간, 그 책임은 기고문이나 똑같다."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요. 남이 자기 글을 인용한 것에까지 왜 책임을 지라는거야?? 이 자식은 지적수준은 둘째치고 이해력이 딸리는듯...

    • 이해력은 지적수준의 중요한 척도가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변대표는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스탈인듯 해요. ^^;;;

  4. ㅋㅋㅋㅋ 그 사람들도 이런 글을 읽어봐야 하는데-ㅅ-)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