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과 너절리즘의 차이

간만에 빅매치가 되나 싶어 봤는데 별로 기억나는 것도 없고. 개별 출연자들에 대한 평가는 할많하않으로 하고.

다만, 유시민이 하는 말을 듣다가 바로 뿜었는데, 씨앙 그바람에 짝꿍에게 혼났네. 암튼 뿜었는데, 그가  스스로를 한화 팬이라고 하면서 야구장에는 편파방송이 있는데 상대편도 편파방송을 하듯이 "제가 하는 방송 하나만 보면 '한 쪽으로 쏠려서 뭐 좀 걱정된다' 이렇게 말씀하실지 몰라도 또 다른 팀 편파 중계도 다 있거든요. 그러니까 전체적으로는 이 유튜브라는 플랫폼 안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하는 통에 난 그만 정신이 아득해지고 말았다는 거.

토론회 자체가 언론에 대한 이야기였고, 유시민이 그토록 사실을 중시해왔고, 그러면서 자신이 저널리즘의 마지막 화신인양 떠들어 왔었는데, 이쯤 되면 이 분열적 사고방식을 어떻게 주워담을 것인가?

저널리즘과 너절리즘의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유시민은 이제까지와 영원히 저렇게 너절하게 살 모양이다.

존 밀턴이 아레오파지티카를 출간했을 때, 그는 언론의 자유시장에서 거짓과 진리가 자유롭게 경쟁하면 결국 선이 악을 구축하듯 진리가 거짓을 축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추상적 가치관보다는 그가 현실적으로 검열이 불가능한 이유를 열거한 것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존 밀턴이 언론의 자유시장이 가지는 순기능에 대하여 신뢰를 한 것은 언론 간의 경쟁이 그 수용자들에게 일정한 판단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더나가 시민은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근저에 깔려 있다.

그런데 유튜브의 편파방송이라는 건 확증편향을 강화할 뿐이지 경쟁을 통해 일정한 정화를 만들어갈 목적을 전제하지 않는다. 유시민도 마찬가지고. 그러므로 유시민이 말하는 "유튜브라는 플랫폼 안에서 균형"이라는 건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진영논리로 묶인 일군의 대립 당사자들의 숫자가 비슷하다는 이야기에 불과할 뿐, 그것이 상호 경쟁을 통한 진보라는 의미에서의 균형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유시민류에게는 시민이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나 또는 경쟁과정을 들여다보면서 판단을 할 것이라는 전제따윈 필요가 없다. 우리편이 될래 아니면 적이 될래, 내 방송에 좋아요를 누르고 후원금을 보낼래, 아니면 악플을 달고 싫어요를 누를래, 이 둘 중 하나만 남을 뿐, 거기엔 균형이라는 고귀한 가치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언론을 빙자하여 이런 상황을 유도하고 이로부터 개인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을 너절리즘이라고 함이 마땅하겠다. 오럴해저드에 빠져 이따위 행태를 보이는 자들은 너절리스트라고 함이 옳겠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20/01/02 17:27 2020/01/02 17:27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