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돌아온다고?

꽤 오래 전에, 난 한국 정치판에서 다른 정치인들과는 정반대로 닥치고 있을 때 인기몰이를 하다가 입을 열면 폭망하는 두 정치인을 언급했더랬다. 하나는 박근혜고 하나는 안철수였다. "이 두 사람은 ... 한 가지 독특한 특징을 공유하는데 그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두 사람이 이블 다물고 있으면 뉴스가 되지만 입을 열면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 두 사람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영문 모를 고공 지지율을 유지한다."

그랬던 두 사람이지만, 정치인이라는 종특을 거부할 수는 없었기에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도대체 그들의 말이 뭘 의미하는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었지만 여전했고, 한 사람은 대통령 후보가 되었어도 여전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후에야 비로소 그가 입을 열면 왜 세상이 혼미해지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생각이 없었으며 생각은 최순실이 대신 하고 있었다. 안철수가 대통령 후보로 종횡무진 할 때야 비로소 그가 입을 열면 왜 모든 것이 모호해지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생각이 없었으며 아무도 대신 생각해주지 않고 있었다.

박근혜는 본의 아니게 계속 침묵하게 되었다. 빵에 처박히게 되었으니. 그러나 그가 침묵하자 세상은 요동친다. 태극기부대는 더욱 강성해졌고, 지칠줄 모르는 기세로 여전히 광화문 일대를 장악하고 있다. 안철수는 본의로 계속 침묵해왔다. 수만 틀리면 바로 외국으로 나가는 버릇을 못 고치고 대선 미끄러지자 그냥 외국으로 내뺐다. 그러자 안철수의 주가가 떡상한다. 그가 없는 바른미래당에서는 뻑하면 안철수의 향방을 놓고 말의 향연이 벌어진다.

박근혜는 앞으로도 계속 침묵할 것이다. 워낙 그에게는 체질적으로 침묵이 잘 맞는다. 그 침묵을 청와대에 가지 않고 지켰더라면 세월호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는 몸에 맞는 옷을 걸친 것처럼 침묵을 유지하면서 태극기의 물결 속에서 가치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가 다시 입을 열겠단다. 그가 페이스북을 통해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여전히 그가 줄창 주장하던 '새정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에는 명시적으로 '새정치'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지만 하는 말은 예전 '새정치' 이야기할 때와 똑같다. 바꿔 말하면 그는 처음 정계에 발을 디뎠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뭘 하겠다는 건지를 사람들이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아마도 안철수는 손학규에게 자리 내놓으라고 할 거고, 밀리고 지친 손학규가 자리를 주든 아니면 다른 걸로 퉁치든 안철수는 복귀할 거다. 이번 총선에 출마를 하긴 할텐데, 안철수가 이 대목에서 귀국을 선언한 건 비례대표연동제가 통과되어서가 아닐까 싶고, 그렇다면 비례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더 크다. 어차피 노원에서 다시 출마해봐야 그닥 가능성이 있지도 않을 것 같고. 당대표로서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한다는 핑계가 그럴싸하거니와 연동제를 통해 엔간한 순번이면 당선이 가능해질 수 있을 거라는 꼼수도 있겠고.

그러나 무엇보다도, 안철수의 주가는 이제부터 떡락을 할 것이 분명하다. 앞서도 말했지만, 그는 입을 다물고 있을 때 떡상이고 입을 열면 떡락이다. 이 어김없는 공식이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았을 터. 안철수의 떡락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이번 총선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총선 과정이며 당선/낙선이 된 이후며 그가 속한 당이 쭈그러드는 과정이며 등등.

(그나저나 어제 윈도10을 깔고 보니 한글이 사라졌다. 이제 한글 쓸 일이 없으니 오픈소스를 쓰자고 결심하고 프로그램을 다운했는데 아니 이런 씨앙 어째 한글이 연동이 안 되네. 한글 한 번 써보겠다고 용을 쓰다가 결국 한컴 들어가서 구매...ㅠㅠ 메뚜기 볼살을 긁어다 구워먹지 백수 골을 빼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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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2 17:52 2020/01/0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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