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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졸업 후 첨으로 교회에...

어제는 마틴 루터 킹 데이였다. 원래 1월 15일이 그 양반 생신이라 기념했었는데, 1월 셋째 주 월요일로 정해졌단다. 우리는 연휴가 하나만 있어도 복권 당첨이라도 된 양 좋아하는데, 여기는 공휴일을 월요일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럽다 ㅜ.ㅜ

 

하여간... 학교 교회 (Memorial Church)에서 기념 행사가 있다고 하여 크자님과 함께 구경을 갔더랬다. 나 원 참.. 국민학교 때 여름 성경학교 갔던 거 빼놓고 교회에 가보기는 첨이었다 (물론, 유럽에 갔을 때 관광차 교회 건물에 들어가보기는 했지만).

그 유명한 연설 "I have a dream"을 한 여학생이 나와서 낭송했는데, 우리네 집회 문화 공연의 선동 못지 않더라. 나도 모르게 막 감동이 되려고 했다 ㅎㅎㅎ

그리고 메인 행사로는, Mass 주 전직 판사가 나와서 킹 목사의 정신과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끝나지 않은 아젠더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최 측의 소개 후에 등장한 연설자가 흑인 여성이라 잠시 놀랐다. 주 법원의 판사라고 해서 무의식 중에 당연히 남자일 것으로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이 분은 지역 사회 흑인 민권 신장을 위해, 특히 사법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법원 안팎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단다. 주된 연설 내용은 미국 사회에서 인종, 성별, 계급 차별, 그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아직도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즉, 루터 킹 목사가 제시했던 아젠더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여기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뭐 익히 짐작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회적 불평등에 관한 사례의 상당 부분이, 건강 불평등, 그리고 보건의료 서비스의 불평등(특히 의료보험) 문제였다는 점이다. 백인에 비해 유색인종의 영아 사망률이 몇 배, 천식 입원률이 몇 배, 의료보험 미가입자가 몇 배.. 등등등... 우리 사회에서도 사회 정의의 척도로써, 기본권으로서 건강에 관한 담론들이 이렇게 대중적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터 킹 목사의 노력, 그리고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본인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고, 이렇게 한 교회 안에서 이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일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지식으로야 알고 있지만, 그게 얼마나 절절한 문제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에 따르면, 흑인에 대한 차별과 인종주의가 계급지배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한다. 아주 처음 노예로 수입해왔을 때에는, 백인 하인들과 대접이 아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단다. 그러나 착취가 심화되면서, 이에 견디지 못해 백인 하인들과 흑인 노예들이 함께 도주하는 사태가 빈발하고, 심지어 함께 반역(?)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자 본격적인 분리와 차별 정책이 고안된 것이라고 한다.

 

이야기가 샛길로...

연설 끝나고 성가대의 공연까지 잘 감상했는데, 마지막에 목사로 추정되는 인물(맞겠지)이 나와서 기도하고 끝에 "아멘" 해서 좀 짜증이 났다. 예배도 아닌데 뭔 기도여...  (근데, 교회에서 목사가 기도했다고 짜증내는게 이치에 맞는 일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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