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에 다녀왔다.

뭐, 성삼재까지 버스가 오가니 노고단을 오르는 건

사기다 싶기도 하다.

 

어제 산책을 하다, 밤기차 타고 지리산 가자고 사람들을 꼬셨는데, 한 사람이 낚였다. 새벽산행을 위해 새벽 3시, 구례구역에 내린 사람이 많았다. 음, 불찰로, 버스를 놓치고, ㅠ, 우여곡절 끝에 성삼재에 도착했다.

산은 구름에 덮여있어, 짙게 안개 끼고 작은 빗방울들이 흩날렸다. 아무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나선 것이어서, 옷은 반팔 차림에 비를 막을 것도 없었다. 그런 상태로 30분만 서있어도 쓰러지겠다 싶었다. 산을 타시는 분이, 설마 그 차림으로 올라가려는 건 아니겠지, 라며 그러다 죽는다고 진지하게 말씀해주셨다. 허겁지겁, 비옷을 하나씩 걸쳐입고, 몸을 옹송거리며 노고단까지 올라갔다.

구름을 빠져나와, 구름 위에서 내려다본 산은, 멋졌다. 흐르는 운해에 풍덩 빠지면, 아. 와호장룡 떠올랐다. 노란 원추리도 있었고, 이름모를 꽃들과, 풀들과, 새들과, 다람쥐도 있었다. 안개를 헤쳐나가면, 다른 세계로 연결될지 모른다는, 설레고 아늑한 장면을 얘기나누며 걸었다.

아무 준비 없이 온 것 치고는, 뭐, 괜찮았다. ㅎㅎ. 동행은, 왜 다른 사람들이 내가 뭘 하자고 하면 같이 하지 않는지 알겠다며, 자기도 앞으로는 진지하게 고려해봐야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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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시 23분에 도착하면, 바로 버스부터 타야한다. 30분에 바로 출발한다. 눈앞에서 놓치면, 정말 우울하다.

- 구례구역과 구례터미널 사이 거리가 꽤 멀다. 역은 구례가 아니라, 구례'口'다. ㅠ 멋모르고, 걸어가는데, 힘들었다. -_-;; 대략 6km? 그래도, 걷는 길 좋았다. 모낸 논에 하늘과 산이 비치는 것, 좋았고, 군데군데 하늘거리는 개망초, 좋았고, 노랗게 팬 보리도 포근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