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근거가 희박하긴 하지만, 엄마와 내 몸 사이에 꽤 높은 정도의 싱크로(?)가 있는 것 같다. 경험적인 것이라, 사례를 정리하는 정도 밖에 할 수 없지만, 우선 떠오르는 것들을 적어놓아야겠다.

 

엄마와 나 사이의 싱크로를 처음 발견한 건 내가 몸이 안좋아 쉬고 있을 때였다. 그 무렵부터 엄마의 몸도 안좋아지기 시작해서 내가 어느정도 회복할 무렵엔 엄마의 몸이 저점을 찍고 있었다.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가 먼저였을지도 모른다. 한집에 살고 있을 때니 나에 대한 걱정에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 이후에도 반복되는 증상들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직감적인 건데, 내가 내 몸을 못 갸눌 때, 엄마가 먼저 추스리면 괜찮아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을 가진 이후 엄마 몸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는데, 몇 년 간격으로 혹은 몇 주~몇 달 간격으로 내가 겪는 증상들이 재현되는 것을 알게됐다.

 

온 몸이 달아오르거나 땀이 줄줄 흐르는 증상을 꽤 오랫동안 겪었었는데, 내가 나아지고 2년 쯤 지나서, 엄마가 같은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갱년기 증상 쯤으로 생각했었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증상이 너무 오래 이어지고, 정도가 심했다. 자각증상을 듣다보니, 내가 경험했던 감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타각 증상은 당연하게도, 조금씩 다른다.)

3년쯤 전에는 속에 가스가 차 배가 심하게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역시 꽤 오랫동안 겪었는데, 엄마가 몇 달전에 그 증상을 겪었다. 타각증상은 비슷하고, 자각증상은 거의 일치한다.

 

그리고 가장 최근엔 엄마가 먼저인지, 내가 먼저인지 잘 모르겠는데, 심한 변비로 고생하고 있다가, 집에 들리니 엄마도 비슷한 증상의 변비로 힘들어 하고 있었다. 엄마나 나나 항생제를 먹으면 바로 변비가 생기는데, 최근 변비는 항생제를 복용했을 때와 비슷한 증상의 변비였다. 그리고, 역시 엄마가 먼저인지, 내가 먼저인지, 변비가 풀리기 시작했는데, 둘 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엄마는 몇달전에 이런 저런 증상들이 복잡하게 겹쳐서 병원에 입원하고 쇼그렌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한 가계 내에서 자가면역질환을 두명이 앓게 되는 건, 흔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병명은 완전히 다르지만, 겪는 증상은 비슷하다.

 

내가 기운이 없고, 배앓이를 한다든가, 몸이 좋지 않을 때 집에 가보면, 엄마가 며칠 전에 아팠거나, 혹은 아파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외양이나 행동거지가 아빠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보니 엄마 쪽과 더 가까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문제는, 나는 아직 젊어서 그런지, 심하게 앓다가도 회복이 되는데, 엄마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엄마는 회복되기 전에 다른 증상이 겹치고, 또 겹치고, 그렇게 갈수록 약해지신다. 그래서 내 몸에 다른 일 안생기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 이건 그저 느낌일 뿐이고, 내 몸 사리기 위한 핑계 대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들고.

 

 

뭔가 적어놓고 싶었던 게 더 많았는데, 잘 안떠오른다.

적으면서 보니, 사실관계가 너무 빈약하다.

하지만, 엄마와 내가 싱크로 되어 있다는 느낌은 상당히 강렬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나의 이런 직감은 대부분 들어맞아왔다.

융 관련해서 읽다보니, 이런 동기화가 존재할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덧.

구름타고 다니는 얘기하나 덧붙이면

나는 己土고, 용신은 丙火다.

그리고, 어쩌면, 신기와도 관련되어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