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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다 “코로나 시대의 우리 일”」을 읽고
“‘코로나 걸리면 안 돼.’ 엄마는 한동안 이 말을 달고 살았다. 코로나는 바이러스인데 그게 개인의 의지로 되는 거냐고 입바른 소리를 하면, 엄마는 짐짓 심각해져서 ‘걸리면 회사 못 다녀’라고 했다. 회사는 안 다녀도 그만이지만 동료들에게 ‘죄인’ 될 것이 더 무섭다는 말 또한 잊지 않았다. 100여 명이 같은 공간에서 하루 8시간 이상 붙어 앉아 있으면서도 전염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어떤 긍정에서 나오는 믿음일까. 동료들에게 “민폐”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두려움이 면역력을 높이고 있는 걸까“
“혜숙 씨는 지금까지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문자를 서너 차례 받았다. 그때마다 상담사들은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런 연락이 꼭 금요일이나 주말에만 오는 것이다.”
“누구는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었고, 운 좋게(?) 살아남은 누군가는 일이 너무 많았다. 일곱 명이 하던 수업을 혼자 떠맡다 보니 10개 수업을 연달아 하면서 쉬는 시간조차 사라졌다. ... 아이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네버엔딩 스케줄’ 때문에 졸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이 더 줄어들까 봐 전전긍긍하는 원장을 보면 힘들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웠다. 해고보다는 과로가 나았으니까” (책속에서)
이 책이 나온 시기만 해도 하루 수천 명 단위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시기였지만, 글을 쓰는 현재는 오미크론 변종바이러스 확산으로 연일 수십만 명이 확진되고 있고, 2022년 4월 20일 누적 확진자는 1,600만 명을, 누적 사망자는 2만 명을 넘겼다.
더구나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마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목격하면서 나 또한 너무나 자연스럽게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내가 느꼈던 감정은 신문이나 일반 매스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코로나를 통해 특히 사회적 약자가 고통을 받고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숨을 참다 “코로나 시대 우리일”」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여러 분야의 사회적 약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이주 노동자, 장애인,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를 비롯해 코로나19 재앙을 직접 맞닥뜨린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르포형식으로 당사자들이 느끼는 고통과 수많은 어려움을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고 실감 나게 표현했기에 아직 읽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장기화한 자본주의 경제 위기 속에서 맞이한 코로나19 재앙은 사회적 약자의 삶을 더욱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또한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점점 더 벌어져 자본주의 모순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코로나 시대에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11편의 글로 담았고, 마지막에는 현장 분석을 통해 코로나 시대에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유럽 복지국가가 현재 코로나 극복을 위해 실행하는 정책을 비교 분석하면서 일부 대안까지 제시해 주면서 마무리한다.
물론 대안 문제에 있어서 나와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코로나 시대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은 자본주의 체제 문제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본질적인 문제가 빠졌기 때문이다. 르포형식이라서 생생한 현실 전달이 탁월하지만, 코로나19 발생의 근본 원인과 체제의 문제를 좀 더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왜냐하면 코로나19 발생의 원인이 기후 위기, 환경 문제 등 자본주의 이윤 체제에 있다면, 그 피해 또한 가장 취약하고 착취가 심한 곳에서 커지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책을 내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현장 분석”에서는 나름 몇몇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글을 통해 코로나 발생과 노동 현실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수치와 표를 통해 좀 더 객관적 분석을 시도하고, 일부 서구 복지국가 정책을 우리 사회에 도입하자는 방향 제시가 현 정부의 무능과 위선을 폭로해주는 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라서, 노동자의 피해와 희생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만큼 더욱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에서 다룬 이야기는 더 다양하고 깊은 내용으로 후속 작업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나는 코로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도 결국은 “자본주의 철폐”라는 대명제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자체를 폐지하지 않고는 현재의 코로나로 고통 받는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이 겪고 있는 이 지옥 같은 벼랑 끝 고통은 어느 것 하나도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2022년 4월
국제주의코뮤니스트전망 ┃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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