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치유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요?
―박영근 작품상을 반납합니다
조성웅 시인
최근 조혜영 시인은 자신의 시 「미투」를 통해 고 박영근 시인이 행한 성폭력 사건을 폭로했습니다. 저는 제5회 박영근 작품상을 받은 사람으로서, 이제 알았으므로 조혜영 시인에게 미안하고 몰랐으므로 18년이 넘도록 홀로 고통을 견뎌왔을 조혜영 시인에게 더욱 미안합니다.
지금 제가 시인으로서 지켜야 할 명예가 있다면 피해 생존자 조혜영 시인의 외침을 경청하고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삶의 체온을 느끼는 것입니다.
“박영근 작품상 반납을 고민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글은 조혜영 시인의 요청에 대한 제 화답입니다. 일생일대의 결단, 놀라운 용기를 보여준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저의 지지와 격려입니다. 문단 내에서 그녀의 삶이 안전하게 보장되고 노동자 시인으로서의 긍지가 지켜지기를, 상처가 아물어 치유가 시작되기를 바라는 기원입니다.
1. 박영근 작품상을 반납합니다
조혜영 시인이 시집 발간 이후 정말 오랜만에 연락했습니다. 시집을 보내줄 주소를 요청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얼마나 조마조마했을까요?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줄 ‘이 한 사람’이 얼마나 절박했을까요? 저는 조혜영 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줄 수 있는 ‘이 한 사람’이 되고 싶고, 우리가 조혜영 시인의 ‘이 한 사람’이 되자고 제안하기 위해 박영근 작품상을 반납하고자 합니다.
2. ‘고 박영근 시인 성폭력 사건’
―조혜영 시인이 고발한 미투 사건 성격 규정
“석바위 사거리 수(水)다방에서/하룻밤만 자주면 문단에 데뷔시켜주겠다며/성 상납을 요구하던 사람/유명한 문예지에 작품을 실어주고/등단시켜 시인으로 만들어주겠다며/돈 2백만 원을 요구한 유명했던 노동 시인//그 유명했던 시인은 세상을 떠난 지 오래/여전히 그를 기억하고/그의 문학을 연구하고/그의 문학상을 만들어 후배를 양성하고/양지바른 공원에 시비를 세워/해마다 그를 기념하는 행사가 진행된다/꽃다발을 들고 시비 앞에 줄지어 서서/활짝 웃는 많은 문인을 본다//그를 알았거나 알지 못했거나 가리지 않고/그의 시비 앞에 모여 묵념하고/시대의 진정한 노동자 시인을 칭하며/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그의 시로 만든 노동가를 목청껏 부른다/그의 시와 문학을 연구하는/새파란 젊은 대학원생도/그의 시비 앞에 머리를 숙인다//나는 그의 시비 앞에 차마 침을 뱉을 수 없어/나는 그의 사후 미투를 한다/나는 그의 기일마다 유별나게 흥분을 감추지 못해/나는 해마다 그를 고발한다.”(조혜영, 「미투」, 『그 길이 불편하다』, 푸른사상, pp. 66-67)
아프고 아픈 시입니다. 시인은 시에 자신의 운명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영근 시인은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사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지만, 자신이 겪은 피해 사실을 ‘시’로 기록한 조혜영 시인의 이야기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피해 생존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야말로 진실에 다가가는 열린 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 「미투」를 읽은 저녁, 마음이 아파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뒤척이며 조혜영 시인이 겪었을 고통의 뿌리를 명료하게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성폭력이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성적 언동으로 상대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여성가족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 2021.7.)
“성폭력이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불쾌한 성적인 언사, 몸짓, 신체적 접촉, 추행, 강간 등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말하며, 법적으로 예시된 이외에 다음의 내용도 포함된다. 1. 개인의 성적 자율권 및 성정체성을 침해하는 모든 언어적, 정신적, 물리적, 환경적 폭력행위. 2. 성적 호의를 조건으로 타인의 경력, 급여, 보직, 고용 등에 영향을 미치거나, 기타 일방적으로 만남이나 교제를 강요하는 행위.”(「민주노총 성폭력, 폭언, 폭행 금지 및 처벌 규정」)
문단에 데뷔시켜준다고 하룻밤 잠자리를 요구하다니요. 유명 문예지에 등단시켜준다고 금품을 요구하다니요. 고 박영근 시인은 문단 내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조혜영 시인의 의사에 반하는 하룻밤 잠자리를 요구함으로써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습니다. 국가기구인 여성가족부에서도, 제가 속한 민주노총에서도 박영근 시인이 행한 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 즉 성폭력’이라고 명료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작가회의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작가회의의 성폭력 규정은 모르지만, 한국작가회의가 시민사회의 일부라면, 국가기구도 인정하는 성폭력 개념을 부정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조혜영 시인이 시 「미투」에서 고발한 사건의 성격을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성폭력’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고 박영근 시인 성폭력 사건’으로 부르고자 합니다. 이러한 호명은 피해 생존자 삶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성폭력 가해자가 오해의 여지 없이[!] 우리가 아는 박영근 시인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입니다.
박영근 시인을 아는 사람 중 누구는 “그게 무슨 성폭력이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고 성폭력은 인정하나 사건명에서 박영근 시인의 이름은 빼자고, 시끄럽게 하지 말고 문단 내에서 조용히 마무리하자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부정하고 싶거나 머뭇거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죽은 박영근 시인이 저지른 잘못을 살아 있는 우리가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습니까? 박영근 시인이 살아 있는 우리에게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떠넘겼듯이 우리도 다음 세대의 후배들에게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떠넘겨서야 되겠습니까? 사건의 성격을 명료하게 규정하고 구체적으로 평가하며 피해 생존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사려 깊게 함으로써, 기만과 허위의 우상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박영근 시인을 문학 앞에 바로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몰랐고 앞으로도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 앞에, 고발 이전의 고통보다 고발 이후에 더 큰 고통을 맞이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조혜영 시인은 ‘고 박영근 시인 성폭력 사건’을 고발하기로 결단했습니다. 저는 그 마음을 먼저 헤아립니다. 자신에게 성폭력을 행한 자가 “시대의 진정한 노동자 시인”으로 칭송되는 그 기만과 허위가 그녀를 더 고통스럽게 하고 있음을 직시합니다.
어떤 일이든 이름을 바로 세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미봉책이 아니라 해결의 수단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공론의 무대에 서는 출발점. 조혜영 시인의 용기 있는 결단을 지지할 뿐만 아니라 그 고통의 심연을 드러내 주어야 합니다. ‘고 박영근 시인 성폭력 사건’이라는 명료한 규정으로부터 문제 해결의 수단을 내와야 합니다.
3. 더듬더듬 해답을 찾아가는 몸짓을 보고 싶습니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치유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요?
저는 여성들이 자신의 상처와 피해를 표현할 언어를 갖지 못했던 시기, 이 땅에 성폭력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대를 알고 있습니다. 또한 피해 생존자와 작은 공동체들의 고통스럽고 끈질긴 투쟁으로 이 땅에 성폭력 개념이 구성되고 확장해온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살고 투쟁하며 시를 써오는 동안 가장 소중하고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피해 생존자의 고통을 제 안에 들여 앓음으로써 제 삶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입으로는 혁명을 이야기하면서 일상은 반혁명이었던, 정치적 기형의 삶을 겨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더 인간다워질 수 있었습니다.
‘고 박영근 시인 성폭력 사건’은 과거의 시간과 지금의 시간이 뒤엉켜 있습니다. 박영근 시인이 사망했기 때문에 원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성폭력 사건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조혜영 시인도 살기 위해서 잊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처가 덧나고 악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시 「미투」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그의 문학을 연구하고 그의 문학상을 만들어 후배들을 양성하고 양지바른 공원에 시비를 세워 해마다 그를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꽃다발을 들고 시비 앞에 줄지어 서서 활짝 웃고 그의 시비 앞에 묵념하고 그의 시로 만든 노동가를 목청껏 부르며 시대의 진정한 노동자 시인으로” 박영근 시인을 칭송하는 것이 그녀가 보기엔 기만과 허위였기 때문입니다. 그 기만과 허위를 매년 목격하는 것이 그녀의 일상을 파괴하는 고통의 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고통을 헤아리는 자리에 문학은 있었고, 덧난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이 여전히 문학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해야 하는 일은 덧난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그녀의 고통을 헤아리고 사려 깊게 배려하는 것입니다. 시인인 제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박영근 작품상을 반납함으로써 그녀의 용기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혜영 시인의 시집 『그 길이 불편하다』를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이 있습니다. 모든 일에, 세상을 보는 시선이, 참 순정한 사람이구나. 박영근 시인이 훼손한 “시대의 진정한 노동자 시인”으로 살아내기 위해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전투를 치르고 있구나.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데, 조혜영 시인이 자신의 고통을 드러냄으로써 시인 조성웅의 명예도 회복시키려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참 고맙고 고마운 일입니다.
조혜영 시인에게 곁을 내주면서 맞이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있습니다. 제가 반성폭력 운동에서 경험했던, 피해 생존자를 향한 가혹하고 잔인한 말과 행동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이미 부끄러움조차 사라진 시대에 어떤 말과 행동이 비수로 날아올까 긴장됩니다.
성폭력 사건이 고발되었을 때, 누구나 당황하고 안절부절못했습니다. 가해자들이 믿고 신뢰하던 대표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충격이 가라앉기 시작하면 피해 생존자의 상처보다 자기 이해관계가 먼저이고 피해 생존자의 고통보다 조직의 안위가 먼저였습니다. 예외 없이 가해자 살리기 호위무사들이 등장하고 피해 생존자에 대한 체계적인 비난이 시작되었습니다. 비난의 목적은 단 하나, 피해 생존자를 고립시키고 지쳐 쓰러져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노동자 투쟁 앞에 피해 생존자의 고통은 침묵하고 참아야 하는 것으로 강제되었고, 조직 방어 논리 앞에 피해 생존자의 외침은 빠르게 축출되어야 했습니다.
예상하건대, “윤석열을 탄핵해야 하는 엄중한 정세에 조·중·동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짐짓 문단을 걱정하는 듯한 자들의 말을 경계합니다. 피해 생존자의 목소리를 삭제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문단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정녕, 우리 스스로 잘못을 드러내고 성찰하여 극복하는 수단을 함께 찾음으로써 적들의 공격과 조롱에 맞설 수는 없는 것입니까? 그리하여 이 자본주의와 다르게 살기 시작함으로써 적들을 부끄럽게 하고 두렵게 할 수는 없는 것입니까?
아, 정말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치유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요?
30년이 넘는 지난 반성폭력 운동의 성과로 ‘성폭력 사건 처리 규정’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매뉴얼을 과신하거나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 규정은 만능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종합해 피해 생존자의 치유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미완의 규정이기 때문입니다.
피해 생존자의 시간에 밀착해 섬세하게 돌보지 않으면 정무적이고 사무적인 사건 처리 과정, 치워야 할 물건처럼 서둘러 치워버리는 형식적인 과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 생존자의 시간과 분리되어 그녀의 일렁이는 다층적인 감각으로부터 멀어지고 피해 생존자의 고립감은 깊어집니다. 집행 단위와 피해 생존자 사이에 균열이 발생하고 서로 상처를 더하기도 합니다. 저는 ‘성폭력 사건 처리 규정’에 따라 피해자의 요구를 반영하고 사건 처리 과정을 다 밟았다고, “자 이제 다 치유됐습니까?”라고 물을까 봐 겁이 납니다. 치유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피해 생존자가 관계망 내에서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안전지대,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공동체가 구성되어야만 치유는 지속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치유의 공동체는 관계의 바닥을 뒤집어엎는 집단적 성찰을 통해서만 오겠지요. 훈육된 습성을 끊어내기 위한 고통스러운 투쟁의 단계를 거쳐야만 도달할 수 있는 드물고 귀한 관계론이겠지요. 쉽지 않겠지요. 그렇다고 포기하겠습니까? 조혜영 시인의 치유를 바란다면 우리 스스로가 먼저 변해야 합니다.
‘고 박영근 시인 성폭력 사건’ 공론화 이후 문단 내에서 작지만 귀한 공동체가 구성될 수 있을까요? 저는 함께 가보자고 제안하고 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소위 문단이라는 곳에 속해본 적이 없고, 또 조혜영 시인이 거주하는 인천 지역에서의 관계망을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치유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요?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치유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가요?
저도 정답을 모릅니다. 다만 피해 생존자의 곁에서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더듬더듬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더듬더듬 해답을 찾아가는 몸짓을 보고 싶습니다. 알았으니 미안하고 몰라서 더 미안하다고 조혜영 시인을 안아주고 싶습니다. 문자가 아닌 우리가 촉감하는 ‘시’가 되고 싶습니다.
올해는 김남주 시인 30주기입니다. 김남주 시인은 제게 “혁명하는 사람, 그가 시인”(김남주,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창작과비평사, 1995, p. 204)이라고 가르쳐주었습니다. 젊은 날, 이 가르침을 따라 살았습니다. 나이 들어 낡아가고 있지만, 조혜영 시인의 곁을 지키는 것이 제가 지금 행하고 있는 하나의 혁명입니다.
4. 우리들의 치유 보고대회
“언제 시골 가면 제가 사찰 요리 잘하고 좋아하니 우리 집에서 밥 한번 대접할게요.”
조혜영 시인이 말하는 ‘시골’은 우리 집과 지척이지요. 한 8년 전인가요? 조혜영 시인을 처음 만났습니다. 처음 만났는데 집으로 초대해 강원도식 막장[된장찌개]으로 차려진 밥상을 내주었어요. 제게 조혜영 시인은 따뜻한 시골밥상 같은 분입니다.
조혜영 시인이 밥 한번 대접하는 자리, 전 치유 보고대회라고 부르고 싶어요. 사찰음식으로 정갈하게 차려진 치유 보고대회, 두런두런 맛나는 대화로 기쁘게 맞이하고 싶습니다.
‘고 박영근 시인 성폭력 사건’ 공론화 과정에서 조혜영 시인과 더 많은 이들이 우정으로 맺어져 초대장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남겨진 과제 : 피해자의 온전한 치유와 공동체적 해결을 위하여
우리는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온전한 치유를 위해 함께하는 이들을 지지한다. 그리고 작가 사회의 성평등 문화 실현을 위한 집단적 노력과 공동체적 해결을 촉구한다.
“이미 박영근기념사업회에서 입장문을 올린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된 것 아닌가?
조성웅 : 박영근기념사업회에서 진위 파악한다며 진흙탕이 될 수 있었던 시간을 피하게 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기념사업을 중단함으로써 조혜영 시인의 바닥없이 깊어지던 고통에 쉼표를 찍어줬잖아요. (기념사업 중단이) 고통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지지대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박영근 시인 사망 이후 기념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억장 무너지는 마음과 고통이 치유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박영근기념사업회 입장문을 봤어요. 기념사업을 중단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데 사건에 관한 규정이나 평가도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조혜영 시인의 고통을 헤아려보려 하고 사려 깊게 배려하는 마음을 찾아볼 수 없어 무척 아쉽습니다.” (‘박영근 작품상 반납한 조성웅’, 2024년 9월 24일, 「오마이뉴스」)
<첨부> 한국작가회의 「성차별·성폭력 처리 및 예방에 관한 규정」
한국작가회의 「성차별·성폭력 처리 및 예방에 관한 규정」
(2018.7.14 이사회 승인)
한국작가회의는 사람 사이의 차별이 없는 존엄한 평등의 문화를 이뤄내고자 ‘성차별·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을 제정한다. 이는 올바른 사건 해결을 통해 성별로 인한 억압과 차별을 해소함과 동시에 사건의 축소, 은폐, 왜곡의도를 척결하기 위한 한국작가회의의 조직 규율이다. 또한, 성 평등의식을 구성원 모두에게 자각시켜 성차별·성폭력을 예방하고자 하는 한국작가회의의 의지이다.
제1조 목적
이 규정은 본 조직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성폭력 사건의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제반사항을 규정하며 성차별, 성폭력의 근절과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 정의
① 성차별이란 성별과 성 정체성을 이유로 행하여지는 차별, 배제, 제한을 말한다.
② 성폭력이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신체, 언어, 정신, 환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성희롱·성추행·성폭행 모두를 일컫는다.
③ 2차 가해란 사건 이후 피해자에게 직간접적인 또 다른 가해와 고통을 주는 일체의 행위를 포괄한다.
④ 대리인이란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를 대리하도록 선임한 자연인을 말한다.
제3조 적용 범위
본 규정은 한국작가회의 회원들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피해자나 가해자, 어느 한쪽만 회원인 경우를 포함한다.
제4조 사건처리의 원칙
① 사건처리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1. 사건의 성립과 처리는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에 바탕을 둔다.
2. 사건의 처리 과정과 결론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
3. 피해자가 제2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다.
4. 신고, 제소된 사건은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한다.
② 사건의 처리는 공식적 해결을 원칙으로 하며, 필요한 경우 가해자의 실명, 처리결과, 조직의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
제5조 피해자 권리 및 보호
① 사건의 조사와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는 다음과 같은 권리를 가진다.
1. 대리인을 동반하거나 선임할 권리
2. 증인이나 참고인 등 특정인을 신청할 권리
3.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
4. 사건 해결의 전 과정과 결과에 대해 알 권리
5. 가해자 처리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권리
② 본 조직은 피해자의 보호 및 치유와 복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피해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유관기관과 연계하여 상담, 치료 등을 지원한다.
제6조 사건의 성립
① 사건을 신고함과 동시에 성립된다. 단, 신고자의 신원과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② 사건은 피해자, 피해자의 동의를 받은 대리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신고할 수 있다.
제7조 적용시한
적용시한은 따로 두지 않는다.
제8조 임시조치
① 대책팀은 피해자의 권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격리, 활동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② 대책팀은 피해자의 제1항과 같은 청구가 있었을 시 임시조치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여야 한다.
③ 대책팀은 임시조치를 결정한 때에는 이를 피해자, 피해자 대리인, 윤리위원회에 통지해야 한다.
제9조 성폭력대책팀
① 구성
1. 평화인권위원회 내에 성폭력대책팀을 둔다.
2. 대책팀장은 평화인권위원회 위원장이 겸한다.
3. 팀원은 5인 이내로 구성하며 윤리위원회에서 정한다.
② 대책팀의 역할
1. 성차별·성폭력 상담 및 신고접수를 전담한다.
2.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가해자 조사 및 소명 절차를 밟는 등 공정한 활동을 한다.
3. 가해자가 소명에 응하지 않았을 시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4. 조사 도중 발생한 비용은 조직에 청구할 수 있다.
제10조 가해자에 대한 징계 및 조치
① 신고가 접수된 시점부터 징계가 결정될 때까지 해당 회원의 탈퇴를 인정하지 않는다.
② 대책팀은 조사가 마무리되면 윤리위원회에 그 내용을 회부한다.
③ 윤리위원회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방법을 심의한다.
1. 윤리위원회에는 성폭력대책팀장을 포함하고 성폭력 상담전문가 또는 교육이수자 등 외부 인사를 참여시킬 수 있다.
2. 성폭력대책팀과 윤리위원회는 사건 처리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 관련인의 소환을 요청할 수 있으며 회원과 조직은 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3. 정관에 의거한 제명, 자격정지 외에 경고, 견책, 주의 등을 결정한다.
4. 가해자의 성평등 교육프로그램 이수 권고, 활동금지, 재가입 불가처분을 내릴 수 있다.
5. 가해자, 또는 회원이 2차 가해를 한 사실이 명백할 경우 제10조에 의거하여 처리한다.
6. 법적인 분쟁의 경우, ①항의 의거하여 탈퇴금지 및 회원자격을 일시 정지시킬 수 있다.
④ 본 규정이 제정되기 이전에 발생한 사건의 경우에도 1~6항의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
⑤ 조사결과와 징계 결정 사실을 이사회에 보고한다.
제11조 공동해결
피해자나 또는 가해자 중 어느 한쪽이 회원이 아닌 경우, 사회적 해결을 위해 당사자의 소속집단과 공동해결의 원칙에 따라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제12조 예방
성폭력의 근절과 예방, 성평등 조직문화를 확립하기 위하여 성폭력 예방 및 성평등 교육을 회원 교육에 포함하여 실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한국작가회의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