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어본다

from 분류없음 2011/06/28 09:32

사람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데

뜻밖이었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거늘

왜 죽었느냐며 호소해도

고인은 말이 없다.

 

평소 고인이 하고 싶어하던 많은 말들을

말을 할 수 없게 된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게 된다.

죽음 직전까지 그 사람을 몰고 간

그 비참한 상황을,

 

내 행복했던 운동 한편의 기억을 차지했던 사람,

누구보다 힘들고 어려운 현장에 먼저 연대했던 사람,

다 자기 삶에 바빠 겨우 겨우 타인의 삶들을 빼앗으며 살 때,

그러지 못해서,

젊은 활동가의 치기어린 모습들을 보면서도 너무 잘 하고 있다고 복돋아주고

자기는 그렇게 굶었으면서 얼마 안 되는 사비 털어 밥 한끼 사주었던

그런 사람.

 

사회적으로 조직되는 많은 것들이 있다지.

우리가 꿈꾸는 사회가 그러하다면,

하물며 현행 체제조차도 그러하다면,

 

왜, 나는, 타인의 삶에 기대고 의존하며 살 수밖에 없는 나는

그 사실을 수치스러워 하며 살았던가.

왜 나는 동지에게 따뜻한 밥 한 끼, 꼬깃한 지폐 한 장

나누지 못했을까.

 

나는 그렇게 훌쩍 잘 살아보겠다고 떠났는데

활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새로운 삶에 대한 격려 한 마디 아끼지 않고 남겨준 그가,

그의 떠남이,

이토록 처절하게 느껴지는 건...

 

이제 떠난 동지들에게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로는 부족한 것 같다.

 

그만큼 곱씹어본다.

나의 이기,

내가 나누었던 사랑(차마 동지애라고 쓰기에 너무도 쪽이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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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8 09:32 2011/06/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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