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빗장을 풀며

from monologue 2011/06/29 20:25

종일 네가 생각났다.

 

올 해 처음, 거짓말처럼 동지를 떠나보내던 날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를 잘 기억해주고, 함께 맺었던 관계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던,

누구와도 거리낌없이 소주 한 잔 기울일 수 있었던 사람이

내 곁을 떠나던 날,

나는 명절이라고 멀리 내려와 있다고

마지막 가시는 길, 함께 하지 못 했다.

 

그래, 멀지 않은 과거에 그 일을 겪고도

나는 또 내 일상을 살겠다고,

불편한 상태로,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겨우 워크샵 장소에 도착하고,

어제 하루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몸으로 표현해보자는 강사의 말에,

그만 철퍼덕 바닥에 스러졌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던 오후 내내

쓰러져 있던 마음,

 

결국

가까웠던 사람이 자살했다고, 생활고도 어려움도 아픔도

건너 건너 짐작만 했지만

난 너무 내 삶만 생각했다고...

 

다 하지 못한 말들을 애써 눌렀는데,

결국 서럽게 울었다. 마음의 빗장이 풀린 것처럼, 그렇게.

 

처음 부음을 들었을 때,

그래, 나는 살아야지.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죽지 말아야지, 라고 말했다.

무의식적으로 툭 나온 말이었는데 참 의식적이었다. 매정했다.

그렇게 말했던 내가, 눈물조차 고이지 않던 내가

아무도 모르는 이들 앞에 쓰러져 펑펑 울고 말았다.

 

살기 위해서, 어려워도 살기 위해서 하는 짓인데

대체 난, 누굴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지,

내가 겪었던 고통이나 상처가 무엇이기에, 그깟게 무엇이기에

나는 살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을 지독하게 아프게 했다.  

이제야, 그 아픔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야.

 

너무 고마웠던 것,

사람들이 팔짱 끼며 방관하지 않았던 것, 

고개를 숙이며 하염없이 우는 나와 똑같이 울어주고 안아주며

그 마음을 나눴던 것. 무거운 걱정, 죄책감 다 내려놓고

무조건적으로 안길 수 있었던 것.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돌아오는 길,

네가... 곁에 있어주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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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9 20:25 2011/06/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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