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만화영화책 - 2005/08/12 14:01

현대 그림책의 유명한 작가 두 사람, 존 버닝햄(John Burningham)과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

그들의 동화는 아마 만 4~6세 사이 어린이를 키워본 사람은 적어도 한 권이상은 접해봤을 만큼 꽤 유명하다.

 

존 버닝햄은 37년, 앤서니 브라운은 46년생, 둘다 나이든 영국 아저씨들이다.

이 나이든 영국 아저씨들의 그림책을 유감없이 볼 수 있는 그림책 전시회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존과 앤서니는 둘다 이야기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는 전천후 작가들.

어떤 이야기꾼들인지, 어떤 그림장이들인지 한번 보실라우?

 

(위의 날으는 침팬지는 앤서니 브라운의 윌리 시리즈 주인공인 바로 그 '윌리')



{ 존 버닝햄 }

 

존 버닝햄의 이야기는 언제나 아이들의 편에 서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어른에게 대신 전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그림책 [지각대장 존]이나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등도 어른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어른이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 적어도 어른이 보기엔 - 아이의 눈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표현해낸다.

그는 딱딱한 영국식 교육을 견디지 못하였고 섬머힐 학교를 다니며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자신의 재능을 깨달았다고 하는데, 왠지 이야기 하나하나가 스스로 꾸어왔던 꿈이 아니었을까 싶은 공상도 해보게 된다.

 

이 그림은 [마법침대]의 한장면.

어느날 길가 가구점에서 아버지와 함께 산 침대.

그 침대에는 '이 침대에 누우면 먼 곳으로 여행하게 됩니다. 먼저 소원을 빌고나서 ... 주문을 외우세요!' 라고 적혀있다.

제대로 주문을 읽은 어느 날, 아이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도시를 지나 들판의 난쟁이와 요정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아기 호랑이를 어미 호랑이에게 데려다주기도 하고, 돌고래와 수영하기도 하고...

어느 날 부모님과 여행 후 돌아와보니 할머니가 낡았다고 침대를 버리셨다. 쓰레기장으로 정신없이 달려가자 침대는 사라질 위기! 다시 한번 멋진 주문을 외우자 침대가 부~웅 하고 날기 시작하고, 아이와 침대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는다.

당신도 주문을 알아내보라고 부추기기 까지한다.

옆에 서있던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놀라는 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당연하지, 그 침대는 마법침대이니까.

 

 

[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는 존 버닝햄이 즐겨 사용하는 화면 구성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 책에서 왼쪽 면은 어른의 세계, 오른쪽은 아이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셜리는 어느 날 부모님과 바닷가에 놀러왔다.

부모님은 모래사장에서 의자 펴놓고 햇빛만 쪼일 뿐.

그러나 물 속에 과감히 끼어든 셜리는 다양한 모험을 한다. 지나던 개도 만나고, 보트 타고 나갔다가 해적도 만나고, 용감히 해적과 결투도 벌이고, 보물도 쟁취하고...

셜리가 열심히 모험을 즐기는 동안 부모님은 여전히 조용히 앉아서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셜리에게 말만 할 뿐이다. "셜리야, 예쁜 새 구두에 지저분한 흙탕물 안 튀게 조심해라"

(어른들, 애들하고 놀기 무쟈게 힘드시죠? ㅋㅋ)

아마도 부모님은 평생 셜리의 모험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의 그림체는 엉성해보여도 글 만큼이나 간결하고 핵심적이다.

왠지 지나가던 어느 카페, 술집, 식당, 누군가의 노트 한켠에서 편안하고 깔끔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림들.

 

 

{ 앤서니 브라운 }

 

앤서니 브라운은 맨체스터 왕립병원에서 인체삽화 작업을 3년 정도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볼륨감있고 배경까지 꽉 차는 경우가 많다.

그의 그림책에서는 일상에서 아이가 겪게 되는 소소한 문제나 공포 등을 해소시켜주고, 뭔가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려는 작가의 열망이 느껴진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아예 공포를 앗아가는 것이 아니다.

공포를 느끼는 상황은 이미 벌어진 상황이며, 다만 그 장면은 생각외로 간단한 미소로 대처할 수 있다고 잠깐 아이의 손을 잡고 용기를 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림책 [숲속으로]는 고전 [빨간모자]의 패러디인데...

[빨간모자]는 아이들에게 공포와 죄책감, 죄에 대한 가혹한 징벌 등을 체험하게 하지만,

[숲속으로]는 [빨간모자]로부터 파생된 모든 스산한 기운을 느끼게 하면서도 아주 덤덤하고 별 일 아니라는 느낌으로 아이에게 미소를 돌려준다.

 

그림책 [고릴라]는 고릴라를 좋아하지만 한번도 본 적 없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소녀는 언제나 고릴라를 보고 싶지만 일이 너무나 바쁜 아버지는 그녀와 동물원에 갈 시간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생일 날 사준 고릴라 인형은 진짜 고릴라가 되었고, 아버지 대신 아버지의 모자와 외투를 걸치고 동물원도 가고 맛있는 식사도 함께 한다.

그리고 어느 새 아침, 아버지는 딸을 보며 "동물원에 가고 싶지?"라고 물으며 빙긋이 웃는다.

 

이 그림책은 절대적으로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는 30, 40대 어른들과 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그림책이 이러한 문제를 해소시켜주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아이가 무언가 꿈꾸는 것은 매우 정당한 것임을 알려준다.

 

 

[특별한 손님]은 이혼한 아버지와 사는 딸이 어느 날 아버지의 재혼 상대자를 만나면서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아버지와의 시간을 뺏긴 것 같은 딸이 재혼 상대자와 그녀의 아들하고 불편한 모습도 보여주고, 그녀가 아들과 함께 다시 그녀의 집으로 돌아갔을 때의 아버지의 외로움도, 왠지 모를 딸의 허전함도 보여준다.

이런 과정 속에서 딸은 그들과의 생활의 어려움뿐 아니라 함께 해서 행복한 면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도록 하고 있다.

 

 

쭉 보고나니

 

두 사람의 그림책을 보니 왠지 두사람을 상상하게 된다.

존 버닝햄은 먼 하늘을 쳐다보며 팔을 활짝 펴고 소리내어 웃으며 빙글빙글 돌고 있을 것 같고, 앤서니 브라운은 정확히 자신의 눈높이와 같은 곳을 쳐다보며 슬며시 미소짓고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들의 눈높이는 어른의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것 내지는 아이들로 향하고 싶은 눈높이이기에, 감동도 주고 재미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회는 성곡미술관 본관과 별관에서 진행중인데, 본관에서는 그야말로 그림과 글의 전시를 볼 수 있다.

한편 별관은 정말 '심봤다!'인데 2,3 층은 그림책 중 일부 장면을 재현하여 아이들이 놀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놓았고,

1층에서는 존 버닝햄과 앤서니 브라운의 책을 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았다.

위의 그림책 중에서 [특별한 손님]은 별관 1층에서 책으로 본 것이다.

 

어제 하루만 그림책 20권 가까이 본 것 같다.

이 두사람의 그림책은 왠만해서 재미없기 힘들기 때문에 뭐든 잡히는 대로 읽으면 된다.^^

(음.. 내가 재미없게 읽은 유일한 그림책은 존 버닝햄의 초기작 [보르카])

 

 

* 사진 출처 : 성곡미술관(http://www.sungkokmuseum.com) + 인터넷 서점 알라딘(http://www.alad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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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2 14:01 2005/08/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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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머프 2005/08/12 15: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어떻게 이렇게 정리를 잘 하실까??
    저도 지지지난주에 갔었거든요..근데 별관의 '심봤다!'는 전혀 못보고..ㅠ.ㅠ 넘 아깝네요..그림책 읽을새도 없이 지나쳐서리..흑~ 사진만 몇장 찍고..입장료 비싸다고 투덜거리며 나왔는뎅...

  2. jineeya 2005/08/13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머프/이런 기분좋은 칭찬을...^^ 감사감사

  3. 달군 2005/08/16 18: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앤써니 브라운.. 친구가 책 선물해줘서 알게 되었는데. 재미있는 사람이야~ ^^ 존 버닝햄은 사무실에 언니가 가져다놓은 거였나? 지각대장 존. ㅋ 재미있었어~

  4. jineeya 2005/08/16 2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달군/맞아. 가장 존 버닝햄다운 것중 하나. 둘 다 정말 괜찮은 이야기꾼들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