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생각_펌 - 2006/10/06 15:48

올 추석은 희한하다.

추석 전만 되면 죽을 상이 되고, 몸이 찌뿌둥해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데,

올해는 날이 많아서 그런지 부모님이나 조카 선물 살 맘도 들고, 기왕 힘들거 신속처리한다는 각오도 새로웠다.

게다가 배탈난 우리 엄마, 반 탈진 상태였기 때문에 송편도, 나물도 몽땅 사기로 했다.

실감 백배! 정말로 일이 팍팍 줄었다!

 

물론 중간에 '국수 차려라' 외치는 아빠나 어제 친구와 술 먹고 떡 되어 뻗어있는 남동생을 보면 밉상도 이런 밉상들이 없다.

무시무시한 가부장의 빠워, 대단해요~!

명절만 되면 욕이 절로 나온다.



보통 '시집 못간 딸내미'로 통칭되는 여인네들이 주로 담당하는 분야는

각종 전 부치기와 차례 후 홀로 남아 제기와 음식 정리하기 정도?

 

어제도 여느때처럼 TV 앞에 온갖 전 부칠 준비를 완료하고

식용유 반통을 다 써가며, 더운 날 긴팔 입고 튀기는 기름 무찔러가며 열심히 고군분투했다.

 

이 와중의 동반자, TV 뉴스.

가장 많이 흘러나오는 정보는 추석길 교통 정보.

어디가 어떻게 막히고 기차는 포기하고 버스 타라 등등...

이러한 교통 정보 한판이 끝나면 보통 2순위로 화목한 가정이라든가, 모든 역경을 뚫고 시골 내려가는 장한 대한의 건아들이라든가, 추석이 쓸쓸할거라 여겨지는 독거노인이나 이주노동자를 보여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왠걸?

아무래도 올해 추석 2순위 뉴스는 추석 음식에 맞선 체중 조절인 것 같다.

송편 6개 칼로리가 밥 한공기라는 건 너무 듣다못해 외우게 생겼다.

 

무시무시한 가부장제도를 슬슬 능가하려는

자본주의의 인적자원 관리 정책이라니...

사회가 열심히 뱃살 관리 부추겨

건강보험제도 손실 막고, 건강과 몸짱을 위한 소비 촉진시키고, 건강한 노친네로 늙도록 일 시키먹으려는 엄청난 주문들이다.

 

이제 알면서 속아주는 요식적인 문장이나 연출된 인정따위도 다 필요없나 보다.

그냥저냥 단도직입, 요건만 간단히!

 

'사회보장제도도 마땅치 않으니 가족, 너네들끼리 명절때라도 서로 얼굴 보고 잘 지내야 하는 거 이제 다 알지?

앞으론 몸 관리도 지대로 해야 한다! 작작 좀 먹어, 알겠냐?'

 

 

* 그나저나

속 안좋고 남동생네 부부땜시 속 끓인 나머지

한숨 못 자고 할머니 차례 지낸 후 큰 할아버지댁에 가신 우리 엄마.

쓰러지는 거 아닌 지 모르겠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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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6 15:48 2006/10/0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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