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생각_펌 - 2004/08/05 09:33

곧 갖고 싶어지는 음반

 

출처 : 씨네21

 

소설과 음악의 내적 교감, 〈Music for Paul Auster〉

 


책과 음반이 하나의 패키지로 나오는 건 낯설지 않은 일이다. 예컨대 김윤아의 첫 솔로 음반 〈Shadow of Your Smile〉은 가수 자신이 쓴 에세이집과 음반을 묶은 것이다. 시 노래 모임 나팔꽃은 시를 바탕으로 만든 노래들과 관련 글들을 북시디로 엮어 두 차례 내놓은 적이 있다. 최근 발매된 음반 〈Music for Paul Auster〉(2CD) 역시 책과 음반의 결합이란 측면에서 같은 맥락에 있다. 다른 점이라면 책 한권과 음반 한종을 물리적으로 묶어놓은 게 아니라 내적으로 연관지은 것이라는 점.

 

쉽게 말해 이 음반은 폴 오스터에 헌정하는 음반이다. 다만 일반 트리뷰트 음반과는 다른데 헌정 대상이 소설가라는 점, 그리고 이 소설가(의 작품세계)를 기리기 위한 새 음악이 아니라 음반 기획자가 기존 곡들 가운데 임의로 고른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폴 오스터는 발랄한 언어 구사와 우화적 상상력을 추리소설 스타일의 얼개에 교직한 독특한 소설들로 각광받아온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스모크> <뮤직 오브 챈스> 등 여러 편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폴 오스터의 팬이라면, 음반 수록곡들에서 현대인의 도회적 고독이라든가(맬 월드론의 〈Left Alone〉), 사랑의 상실과 크리스마스처럼(로의 〈Blue Christmas〉) 그동안 폴 오스터가 제시한 키워드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혹여 폴 오스터란 이름이 금시초문이라면? 그렇더라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수록곡들이 두서없지 않고 아귀가 맞는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언젠가 폴 오스터가 “세계란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하나의 장(場)이며, 세계에 대한 막연한 확신이 한순간에 산산이 부서진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이는 이 음반에 담긴 24곡을 느슨하게 엮어주는 면으로 연결해도 무리 없다.

 

음악 스타일에서 재즈 및 뉴 에이지가 한축을, 인디 팝/록(특히 슬로코어와 새드코어)이 다른 한축을 이루고 있다. 티어리 랭 트리오, 재지뇨 등의 곡들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엘리엇 스미스, 로, 페드로 더 라이온, 마그네틱 필즈 등이 후자에 해당한다. 물론 무게중심은 후자에 쏠리는 편이지만, 어느 쪽이든 또 어떤 음악적 외투를 걸치고 있든 삶의 더께로 무뎌진 감성에 아련한 통증을 남긴다는 공통점은 있다. 책과 음반은 ‘자매편’이 될 수 있을까. 〈Music for Paul Auster〉는 그렇다고 말하는 듯하다. 스노우 캣의 일러스트, 성문영의 가사 번역, 시인 진은영의 발문을 담은 36쪽짜리 부클릿을 보고 있노라면, 지난 시대 정성스레 편집한 녹음테이프와 함께 건네던 진심어린 연서(戀書)를 마주한 기분이 든다. 한국 인디밴드 옐로 키친의 실험적인 일렉트로니카 신곡 〈Three Swirling Stars〉가 실려 있다는 건 단순 보너스 이상의 반가움일 테고.

이용우/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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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5 09:33 2004/08/0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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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설레임. 소유욕.

    Tracked from 2004/08/16 21:24  삭제

    * 이 글은 jineeya님의 '소설과 음악의 내적 교감, &lt;Music for Paul Auster&gt;'포스트에 트랙백 되어있습니다. '인생의 영화'라고 까지는 못하겠지만(이런걸 누가 물어볼때는 꼭 생각이 안났거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