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생각_펌 - 2004/08/05 08:48

토론방에서 쓰여진 글입니다. ­ ­

 

뭡니까 이게? 부시 나빠요! <화씨 911> ­

­문화사회 제95호

­최영화 / 문화사회 편집위원 sobeit2000@hanmail.net ­ ­ ­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감독은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2002)>에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총기사건ㆍ사고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해 보여줬었죠. 매년 경이로운 수치로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미국의 총기사건ㆍ사고. 그가 제시한 원인은 “공포효과”였어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을 총으로 위협해서 땅을 빼앗은 미국인들이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자기가 한 짓의 결과가 두려워 스스로를 방어할 필요를 느꼈다 이거예요. 남북전쟁으로 말미암아 개나 소나 총기를 소유하게 된 후부터는 총잡이들이 설쳐대고, 피는 피를 부르고, 총은 잘 팔리고, 사람들은 점점 더 공포에 떨고, 방어가 살인이 되고. 왜, 헐리웃 영화에서 많이 보는 장면 있지 않아요? “꼼짝마(Freeze)!”라고 했을 때, 손을 재킷 주머니 안에 넣는다던지 ‘꼼짝’만 하면 바로 쏴버리잖아요. 총 맞을까봐 무서워서 먼저 쏘는 거예요. 이렇게 우리는 ‘얼음땡!’ 놀이할 때나 써먹을 법한 말이 미국에 가면 생사를 좌우한답니다. ­




흐음... 그럼 <볼링 포 콜럼바인>과 <화씨 911(Fahrenheit 9/11, 2004)>, 두 영화에서 보여지는 공통점에 대해서 좀 얘기해 보죠. 총기장사 한참 잘 하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콜럼바인고교 총기난사사건, 고딩 둘이 BB탄처럼 수퍼에서도 살 수 있는 총이랑 수류탄 좀 가지고 가서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퍼 부은 사건이었죠. 미국인들이 SF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지목한 이 사건의 배후 조종인물은.... 두구두구... 옙! 바로 락 가수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이었습니다. 얘가 좀 무섭게 생겼어요? 저승사자마냥 입술도 검게 칠하고 공연하잖아요. 람보랑 코만도처럼 중무장한 그 애들이 즐겨듣던 음악이 맨슨 거였대요. 맨슨이 음악을 통해 걔네들한테 총기난사사건을 사주한 거라는 얘기죠. 그렇게 맨슨만 졸지에 ‘악의 축’이 돼버렸죠. 그래야 다시 총을 팔아먹거든요.

그렇담, 9/11테러는 어떤가요? 이번엔 스케일이 좀 컸죠. 고딩 둘이 아니라 비행기 두 대가 쌍둥이 건물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잖아요. 화성인의 침공도 물리치는 경기도 사령관님, 손학규라면 범인만 잡아서 혼내줬을 텐데, 안타깝게도 미제국의 대통령 조지 부시는 능력이 많이 딸렸어요. “국가가 공격받고 있다”는 보좌관의 말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나의 염소(My Pet Goat)』만 읽고 있었죠. 그가 뭘 할 수 있었겠어요? 제 생각엔 그가 대통령직을 맡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국가의 위기’가 아닌가 싶네요.


자... 이제 범인을 지목할 차례입니다. 그에게 물먹인 녀석은 누구? 두구두구... 옙! 오사마 빈 라덴(Usama Bin Laden), 그리고 또 한명이 더 있었네요. 후세에도 길이 남을 그 이름,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 근데 이를 어째요. 빈 라덴 일가는 아빠 부시, 아들 부시를 먹여 살리는 최고의 ‘친구’인데. 우정을 발휘해야죠. “우리 친구아이가”. 공항을 전면적으로 폐쇄한 그 비상사태 때에도 유유히 하늘을 가로지른 뱅기들이 있었으니. 누가 타고 있었을까요? 옳거니! 과연 빈 라덴 일가와 사우디 사람들이었어요. 유력한 용의자 후보 142명이 아무런 조사도 받지 않고, 백악관의 승인 하에 미국을 떴다는 말씀. 대단한 우정이지요. 울나라에서 일부 사람들이 의문사진상규명이나 친일파규명을 막는데 다 이유가 있는 것처럼, 3천명이 죽었는데도 부시는 9/11조사위원회가 생기는 걸 막으려했어요. 뿐만 아니라 500명이 넘는 유족들이 사우디 왕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부시 일가의 전속변호사가 사우디 국방장관 변호를 맡았다네요. 이 정도면 오사마 빈 라덴이 아니라 조지 부시를 구속수사해야 하는데 참 안타까워요.

과연 미제국의 정보기관은 세계 최고를 자랑할 만 해요. 사건이 일어난 지 하루만인 9월 12일. 부시는 9/11배후에 이라크가 있다는 소식을 널리 전하라 명령했대요. 와우~ 하루 만에 조사 완료! 이제 남은 것은 공격개시뿐!
자, 빈 라덴가에서도 유독 삐딱한 오사마 빈 라덴만 잡으면 됩니다. 근데 문제는 그가 도망칠 시간을 2주도 아니요, 2달이나 준 다음, 풀도 잘 나지 않는 아프가니스탄을 완전 사막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거예요. 두 번째 표적은 그때까지 미국을 공격한 적도,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적도, 단 한 명의 미국인도 죽인 적이 없는 ‘악의 축’ 이라크. 이어폰으로 Drowning Pool의 'Let the Bodies Hit the Floor'랑 'The Roof Is On Fire'를 들으며 미군들은 이라크인들에게 아낌없이 총질을 해댔죠. 많이 쏠 수록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거든요. 군수회사, 석유회사를 갖고 있는 부시도 돈 많이 벌구요. 근데 이라크에 분명히 있다던 대량 살상무기는 어딨는 거죠? 아... 히치콕 감독이었다면 “그게 바로 맥거핀(MagGuffin)이었어”라고 말했을 법하네요.

길가에 나뒹구는 시체들, 조각난 사람들, 누군가의 가족이고 연인이었을 그 사람들... 브리트니(Britney Spears), 이래도 “우리는 대통령의 결정을 믿고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거니? 생각은 하고 사는 거니? 전쟁은 문명 발전의 ‘필요악’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아마 이런 광경을 평생 보지 못했을 거예요. 그들은 분명 아들도 군대에 안 보내고, 자신들도 군대에 안 갔을 테니까요.


종전을 선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계획대로 되지도 않고, 병력은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지고. 새로운 지원자들은 어디에서 구할까요? TV토론에 나와서 “신용불량자같은 사람들을 이라크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던 한나라당 송영선의원 기억하시죠? 미국 국방부 브레인들도 딱 그 수준 밖에 안 돼요. 엄마가 아들에게 “엄마 아빠는 네게 돈을 줄 수가 없어. 널 대학에 보낼 수도 없어. 군대도 좋은 선택이야”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곳, 경제적으로 파탄난 빈민가에 가서 모집관들은 아이들에게 신용카드를 보여주네요. 대학에 가서 농구하고 싶다는 애들에게는 해병대 농구팀엔 NBA농구선수 데이빗 로빈슨(David Robinson)도 있다고 꼬시고, 음악을 하고 싶다는 애한테는 샤기(Shaggy)가 전직 해병이었다고 꼬시구요(근데 지금 육군 모집하는 거지 해군모집하는 거 아니잖아요?). 혹시 3천명의 한국 자이툰부대원들, 당신들도 그렇게 모인 건가요?

이제 결론을 말해 보죠. 그래요. 이번에도 “공포효과”예요. 위험한 분위기를 끊임없이 조장한 탓에 미국에선 비상탈출 낙하산과 총기류가 아주 잘 팔린대요. 덕분에 부시도 신났죠. 무기 잘 팔리지, 석유 잘 팔리지. 이라크 석유만 완전히 차지하면 그동안 욕 먹었어도 뿌듯하겠죠. 이라크 아이들에게 총질해서 부시에게 돈 벌어주려고 준비 중인 자이툰부대원들에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없네요. 대신 이라크에서 헬기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은 마이클 패더슨 하사의 말을 전해드릴게요. 그는 죽기 일주일 전에 엄마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냈어요.

“안녕하세요, 안녕 엄마. 전화 못 드려서 죄송해요. 7일 전에 전화기가 치워졌어요. 그래서 편지를 써 보냅니다. 장남이 태어난 날에 첫 손자를 보셨다니 정말 멋지네요. 모두들 잘 지내요? 저는 잘 지내요. 우리는 폭풍이 몰아치는 사막에서 이제 막 벗어났어요. 조지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아버지를 닮으려고 하는 부시 말이예요. 그가 쓸데없이 우리를 여기에 보냈죠. 전 지금 좀 화가 나 있어요. 엄마, 저는 솔직히 정말 그 바보가 재선되길 바라지 않아요ㆍㆍㆍ 모두 잘 지내시길 바래요. 그리고 꼭 편지 보내주세요, 이곳의 나날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게 해주거든요. 자러 가는 길이예요. 또 편지 쓸게요. 모두들 사랑하고 그리워요.”

파병방침을 고수한 탓에 무고한 김선일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죽은 패더슨 하사의 엄마가 감독에게 한 말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알 카에다는 내 아들을 이라크에 보낼 결정을 하지 않았어요.”

파병방침을 바꾸지 않는다면, 당신도 수많은 어머니들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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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5 08:48 2004/08/0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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