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 노조 | 이야기 - 2005/03/03 20:19

* 이 글은 쭌모님의 [그녀는 왜 신나할까?]푸른 솔님의 [다시 한번,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에 관련된 글입니다.

 

보육노조 서울지부 출범이래 첫 싸움이 2월 21일에 시작되었다.

부당해고 땜시 정신없이 노조를 찾아온 조합원.

 

모대학 부속 보육교사교육원을 졸업하고,

그 대학 부속 어린이집에 들어갔는데 인턴교사부터 시작해야 했다.

정교사와 근무시간은 똑같되 본봉 50만원 받고 시작한 인턴 생활은 말그대로 인턴일 뿐이었다. 그렇게 11개월이나 근무한 어느 날, 실장이 퇴직을 종용한다.

좀 개겼더니 약간 겁났던지 2월 17일 원감이 다시 불러 12개월 근무로 쳐주고 퇴직금 줄테니 나가란다.

 

(* 이 원의 관리자급은 원장 > 실장 > 원감 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싸움은 시작되었다.



19일(토)~20일(일)

 

회의의 회의를 거듭.

요구안을 만들고 행동방안 고민하고...

요구안은 '부당해고 철회와 정교사 복직, 체불임금 지급, 인턴제도 폐지'.

하도 기본적인 것들이라, 물러설 요구안도 없고... 참... 쩝...

 

2월 21일(월)

 

- 해고된 조합원은 출근 투쟁을 시작하고, 서울지부장 중심으로 꾸려진 교섭단은 조합원 출근 시에 같이 가서 원감 면담을 시작했다.

혹시 강하게 반발하면 면담요청공문이나 전달하고 올까 했는데, 왠걸 잔뜩 긴장한 원감이 원의 월급명세서니 인사규정이니 증거 자료가 될만한 걸 많이 복사해주었다.(?)

(* 보육교사들은 월급명세서 못받고 일하는 사람들 많습니다요)

덕분에 조합원 본봉이 50만원 인것도 알게 되었고, 인사규정상 수습기간 1개월로 되어있는데 스스로 규정 깨먹고 12개월이나 인턴 시킨 것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인사규정에 '3호봉 이상 지급 불가'라고 되어 있는 걸 보니 3년차 이상은 모두 해고시키는 건가? 왜 해고했냐고 했더니 지각이 많았단다.

- 결국 어찌저찌하여 실장에 원장까지 다 만나보긴 했는데, 거기엔 '당신이 사용주!'라는 말에 황당해하는 실장, 원장 감투 쓴 교수들이 앉아있었고 내일 다시 만나 교섭하기로 했다.

- 대학 부속 보육교사교육원 홈페이지엔 항의 글이 마구 올라가고 있다.

 

2월 22일(화)

 

- 오후 2시에 보자길래 갔더니, 원장이 자신은 '사용주'임을 이번에 처음 인지하였고 최대한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겠단다.

그래서 의견 제안하러 온게 아니라 협상하러 온거고 요구안 받을 건지 아닌지 이야기해보라 했더니 고민하게 월요일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 이미 해고된 채 출근 투쟁하는 조합원도 있고 요구안도 워낙 명확해서 23일 12시까지 요구안 수용여부에 대해 전화든 뭐든 확답을 달랬더니, 너무 촉박하댄다.

 

2월 23일(수)

- 12시가 되었는데 전화도 팩스도 아무것도 안온다.

- 오후 2시 좀 지나서 경찰서에 집회 신고 하러 갔다. 집회장소 약도가 정확하지 않아서 사무실에서 확인후 다시 갔더니 그새 어린이집 원장을 만나고 왔다.

원장이 복직시켜 준다고 하던데 집회신고 왜 하냐고 그런다.

- 오후 6시 넘어 어린이집에서 팩스가 왔는데 원장의 교섭권을 원감에게 위임하고 구체안에 대해 논의하고 싶단다.

 

2월 24일(목)

-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에서 조합원이 부모들에게 반을 맡은 정교사로 소개되어졌다.

- 3월 3일쯤 실무자 중심으로 합의안 작성을 위한 교섭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원감이 구두로는 복직시킨다고 확답했다.

 

2월 28일(월)

- 조합원이 아프단다. 그래서 복직하고 싶지 않단다...(헉...-_-;;;)

갑자기 서울지부 첫 투쟁이 공중부양했다.

(교육선전담당으로서) 생각같아서는 관행적인 인턴제도는 언론에 홀라당 까발릴 생각이 굴뚝이었는데, 혹시나 복직된 후 힘들까봐 짬 보고 있다가 완전 망했다.

 

3월 1일(화)

- 솔직히 원망은 둘째치고 망연자실 그 자체... 교섭상태 하 수상했으면 더 괴로웠겠지만, 모두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장 쉬운 싸움'이었다고 인정하는 바 '어쩔 수 없지'하는 체념 모드...

- 내일 지방 내려간다길래 저녁때 한번 봤더니만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말하는 데, '젠장, 누구 경험 쌓으라고 했나?'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쭌모님이 바란대로 1주일만에 초특급으로 정리가 되긴 했는데, 이런 정리는 아니었지만...

마인드 콘트롤이나 잘해놔야지.

 

역시 '조합원 없이 노조 없다'는 당연한 사실이 새삼 와닿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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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3 20:19 2005/03/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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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eoScrum 2005/03/03 2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난감하네요. 먼저 조합원의 실제적인 의사 확인과 기초 교육부터 진행했어야 하는건가?

  2. jineeya 2005/03/04 07: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neo/안했다면 오히려 거짓이지만, '제대로 안했다'면 '제대로'가 뭔지 몰라 그런 걸 수도... 술자리에선 농담삼아 '사상검증' 얘기도, 풋.^^;

  3. 미류 2005/03/04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생하셨는데... 안타깝네요. 그래도 다음 싸움은 또 다르겠죠~ ^^)//

  4. 뎡야 2005/03/04 1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난감하네요. 개인도 이유가 있을텐데 강요할 수도 없고.. 으음... 어렵습니다. 그래도 다음 싸움에 참고가 되겠죠... 으 이런 말은 별로 위안이 안 되겠죠. 그래도 힘!내세요!!!

  5. rmlist 2005/03/04 2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생많으셨어요.속상하시겠지만 그래도 힘내세요~!(정말 이런 말은 위안이 안되겠죠? ㅠ.ㅠ) 딴 얘긴데요 씩씩이는 자리가 없어서 우리 한별이는 갈 데도 없어요 흑흑..

  6. toiless 2005/03/04 2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구 참.... ~.~ 언니, 힘! @.@

  7. azrael 2005/03/05 2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아..남 애기 같지가 않아요..ㅠ.ㅠ
    앞으론 이런 일 없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현실은 그렇지 않으니..원...그래도 힘냅시다!!

  8. rivermi 2005/03/06 0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어려운 문제인듯하네...우리국민 대부분이 노동자인데 자신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별 도움되는 말은 아니지만..하나둘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시 힘 내길!

  9. jineeya 2005/03/06 0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들 감사. 어떻든 이래저래 많이 배운 투쟁이었습니다. 개인의 욕구와 조직의 희망을 맞춰나가는 길에 한발씩 다가가야 하겠지요.. 아자, 힘!
    알엠/결국 한별이는, 이런...-_-;;;

  10. rmlist 2005/03/07 2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jineeya/그래도 우리 한별이가 일순위래요. 그렇지만 누군가 그만둬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씩씩이이모가 저보고 매일매일 '이사가라 이사가라' 하고 기도하래요. ^^

  11. lsj 2005/03/11 0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군가가 이사가는 것도 한 방법이고, 씩씩이가 정원을 늘릴 수 있는 넓은 곳으로 이사가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엄마들이 보내고 싶은 씩씩이 같은 어린이집이 더 많아 지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보육노조와 함께해요...ㅋㅋ 나 뭐야?

  12. jineeya 2005/03/11 17: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lsj/뭐긴요... 보육노조 조합원이겠져..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