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벌초

지난 일요일 벌초 다녀왔다.
날씨는 적당히 흐리고, 며칠 사이에 견주면 조금 낮은 기온이었지만 풀을 깎는 동안에는 땀은 비오듯이 흐른다.

 

아버지 산소에서 바라본 풍경/ 고향동네는 산에 가려 보이지 않고, 멀리 남한강 자락이 보인다.



새벽에 일어나 준비를 해도 집을 나선 건 6시가 되어서였다.
6시 40분 김포공항 앞에서 함께 가준 형님과 만났다.
가다가 아침을 먹고, 약간의 장을 봐도 9시면 고향 충주까지 도착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길은 생각보다 밀렸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88도로에서 중부고속도로를 들어서자마자 밀리기 시작한 길은 중부3터널이 지나서야 풀렸다.
올해는 추석이 이른 관계로 벌초할 날짜가 며칠 되지 않아 한꺼번에 몰렸나보다.

 

고향 언저리에 들어서니 골짜기는 골짜기대로, 큰길은 큰길대로 벌초 온 이들이 타고 온 차들로 빼곡하다. 내 고향동네에 이렇게 많은 차가 오기는 아마 처음일 듯 싶다.

 

벌초 전진기지(?)인 8촌 형네집에 이르니 벌써 10시다. 예초기를 빌리려니 이미 큰집 형님이 가지고 가셨다고 한다. 어쩔 수 없지. 낫으로 하는 수밖에.

 

예전에 팔아버려 선산은 이미 남의 산이다. 우리 소유였을 때 큰산에 아무 곳에나 산소를 쓸 수 있어서였는지 무덤은 띄엄띄엄 떨어져 있고, 걸어서 한바퀴 돌고 오는 데만도 한나절이 걸리는 거리다. 더욱이 벌목을 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길은 작은 나무들과 풀들로 우거져 헤치고 가기도 힘들다.

 

낫으로 깎는 일은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땀은 눈을 찌르고, 팔은 후들거린다. 허리는 끊어지는데도 돌아보면 제자리다.

 

산 위에서 본 고향동네/ 멀리서 보니 아름답기만 하다.

 

벌초는 길에서 가까운 할아버지(할머니 합장) 산소로부터, 아버지, 증조할아버지(할머니 합장) 순으로 한다. 사실 아버지 산소까지 벌초하면 대강의 일은 끝난 셈이다. 증조할아버지 산소는 큰 편이지만 잡풀이 별로 나지 않아 벌초가 쉽기 때문이다.(잔디 등이 잘 자라고, 잘라줘야 할 잡풀이 별로 없다.)

 

아버지 산소 벌초를 끝내고 마을 쪽을 봤다. 멀리 남한강이 보인다. 물이 흘러오는 곳을 보고 쓰면 부자가 된다고 하는데, 그 물을 보려고 이렇게 높이 썼나보다고 동행한 형님은 말씀하신다.

 

증조할아버지 산소는 벌초할 것이 별로 없지만 거리가 멀어 본격적으로 등산을 해야 한다.
우리는 걷기 쉬운 능선길로 올랐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고향동네가 아름답다. 난 고향에 대한 좋은 추억이 별로 없는데, 멀리서 바라본 고향동네는 아무런 사연도 없다는 듯이 아름답기만 하다. 사람도 그럴까? 한 발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