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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에는 물이 넘치고...

내 출근길은 능곡을 기점으로 바뀐다.

출근 버스는 집에서 능곡까지 시내구간을 구불구불 지나고 능곡부터 당산역까지는 교외 풍경, 행주산성, 한강변 등 그나마 시원한 풍경의 연속이다.

 

난 대개 능곡까지는 책을 보며 가다 차가 능곡을 지나면 책을 덮고 밖 풍경을 보면서 간다.

한겨울 황량하기 그지없는 풍경조차 또 그것대로 볼만하다.

들판은 계절에 민감해 이른 봄 잎새가 보이기 전 물이 오르면서 나무들 색깔이 변하는 걸 숲으로 보기도 하고, 살어름 사이로 돝아나는 푸르름이 어느새 짙어가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행주산성 입구에 있는 수로풍경/ 한강에서 퍼올린 물이 넓은 관개지로 흐른다.

 

요즈음 이곳 수로에는 물이 가득하다.

한강에서 퍼올린 물이 둑 높이까지 차올라 신도시로 편입되었어도 아직 넓게 남은 능곡에서 장항동으로 펼쳐진 관개지 들판으로 흐른다.

 

이제 배고품은 옛이야기가 되었고,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섹스산업의 크기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쌀은 관념 속에서조차도 귀하게 여겨진다.

 

저 넘치는 물을 보면 뿌듯하다.

저 물과 태양과 태양의 열기가 합쳐저 쌀을 만들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저 물이 쌀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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