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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9/02
    아내의 분노와 그 정체는 뭘까?(1)
    풀소리
  2. 2005/09/02
    결혼생활 8년 만에 드디어 내가 미쳐가는구나.(5)
    풀소리

아내의 분노와 그 정체는 뭘까?

아내[ 결혼생활 8년 만에 드디어 내가 미쳐가는구나.] 에 관련된 글.

 

1.
아내가 불만이 있다는 건 안다.
다만, 그 불만의 정체를 정확히 모를 뿐이다.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것. 돈 별로 못 벌어오는 것. 아니면 오늘 아내가 올린 글처럼 초청장에 이름을 빼놓은 것.



사실 초청장에 이름을 빼놓은 것은 그 자체로 그렇게 분노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렇게 말한다고 아내의 분노를 부정하거나, 분노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문제는 그 이상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초청장에 이름을 쓰면서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난 격식을 좋아하지도 않는 편인데다, 초청장을 받을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 부부의 이름을 굳이 다 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했다. 최윤순, 최윤희, 최경순 拜上 이렇게 나이순으로.

 

내가 생각할 때 도무지 화날 일 같지 않은 일에 화내는 데 대하여 나도 황당하다. 왜 아내는 황당하게 나올까? 결혼생활과 동거생활 등 10년에 걸친 세월은 아내에 나 사이의 이른바 '코드'를 상당히 맞추는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황당한 대응의 정체는 무엇일까.

 

뭔가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부부관계에 아님 아내와 나의 인간관계에.
어렵다. 문제가 해결을 전제로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거는 식으로 제기될 때 더 어렵다. 문제의 근원과 해결을 생각하기 보다 감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나 또한 감정의 완충장치가 많이 발달된 사람은 아니다. 나도 모르는 3대 독자 특유의 이기심이 있는 것 같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면 며칠이라도 꿍꿍거리지만, 한 쪽에서 뻗대면 의욕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지레 파경을 생각한다. 어렵다.

 

사실 이럴 땐 시간이 최고다.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최소한 나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난 다행스럽게도 화를 오래 간직하는 성격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안 좋은 기억이 희미해진다. 험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일 것이다.

 

아내가 글을 남겼다.
아니 나에게 올려달라고 했다.
어찌됐든 고맙다.

 

2.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됐는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됐는가."

 

사는 게 무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면 답이 쉽지 않다.
'진리'를 '정의'를 얘기할 정도로 하나의 원칙, 누구나 동의할 원칙을 추구하면서도, 실제 삶의 몇 %를 그런 잣대를 대고 살고 있는 것일까.

 

친구들과 선후배들과 지인들과 때로 즐겁게 술 먹고 수다떨고 하는 것들이 모두 현실일까?
아니면 조그마한 현실 쪼가리와 그것을 들러싼 유머와 위트, 상상과 환상의 멋진 데코레이션일까? 그렇담 그런 데코레이션은 현실이 아닌 것인가?

 

어찌됐든 유머와 위트를 섞고, 상상과 환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런데, 그런 데코레이션을 모두 걷어내고 오로지 변형가능성이 별로 없는 딱딱하고 찬바람 도는 '현실'과 맞닥뜨려야 할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가족문제이고, 특히 문제가 있을 때 가족관계이다.

 

더 이상 후퇴할 곳도, 숨을 곳도 없을 정도로 감정과 감정이 맞닥뜨리면 선택만 남을 뿐이다. 좋고 싫고의 문제는 그 다음이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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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8년 만에 드디어 내가 미쳐가는구나.

그나마 사회생활이라고 하고 있으니 돈버는 미친년이라고 해야 하나?

오늘 아침 드디어 남편 입에서 ‘보자보자 하니까'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왜 어머니 팔순잔치에 나 몰라라 하고 있어 보여서 기분 나쁜가?

새벽까지 술 처먹고 들어오니까 보기 싫어서?

아침부터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데 빨랑 나오라고 문 걷어차서?


사건의 개요는 대략 이렇다.

올해는 드디어 울 어머니의 팔순잔치가 있는 해다.

나는 솔직히 연초부터 몸을 사렸다.(일을 하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는 유형이라고나 할까.)

잔치에 들어가는 경비나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시댁식구들을 떼거지로 봐야 하는 게 정말 두렵다.


어떻게든 일을 간단하게 처리하고 싶은 나는 여름에 남편과 팔순잔치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 대략적인 구상을 했다.

-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서 안하고 식당에서 잔치를 한다.(지금까지는 항상 집에서 했단 얘기)

- 모든 경비는 우리 부부가 부담한다.( 형님네로부터도 받지 않는다)

- 되도록 조용하게, 가족과 가까운 일가친척만을 모시고 오붓하게 치른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얼마 전 큰형님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바도 전달했겠다.

학교에서 뷔페 전화번호 찾아 예약하고 계약금 입금하고...

대충 진행은 잘 되가는 듯 했다.( 초청장을 조금 늦게 보내는 등의 문제는 있었지만)


어제 8월 31일 (문제의 날)

작은형님 같은 경우는 대구에서 사시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하루 묵어가셔야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몇 분 더 있을 경우도 생각해서 시장을 봐야할 것 같다.

금요일 저녁 6시가 행사시간인데 아침에 출근한다고 서두르다 보면 분명 집안이 엉망일 테니 금요일 오후를 빼버리자. 수업교환을 신청해 놔야겠다.

수능 원서 쓴다고 바쁜 고3 담임들을 상대로 수업 교환해놓고 확인 도장 받고 결제 받고 그리고 엘지 마트 가서 김치랑 안주거리 및 밑반찬 잔뜩 사서 집으로 왔다.


대충 짐정리하고 메일을 열어봤다.

남편한테 친척들한테 보낸 초청장을 이멜로 보내달라고 요청해놨던 것이다.


- 저희 어머니 생신에 친척 분들을 모십니다.

어쩌고 저쩌고

최00 최00 최00올림

머리가 띵하다. 다시 읽어봐도 내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그 위상도 당당한 3대 독자 며느리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까지 동동동거리며 왜 난 어머님의 팔순을 마음속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거야 라며 간혹 스스로를 자책해대던 난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내가 최경순의 부속품인가?


솔직히 마트에서 사온 음식물들을 모두 갖다 버리고 싶었다. (돈이 아까와서 버리지 못했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교육 끝나고 뒷풀이 중이다. 떠들썩한 그 분위기에 이유를 묻기도 뭐하고 해서 언제쯤 들어오는지만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미 그때부터 모든 의욕 상실.....시간 지날수록 짜증과 분노 폭발

어머님에게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 전화번호를 받아 적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님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 제로.

남편... 예상대로 약속시간을 넘겨서 귀가.


술 먹어서 기분이 좋은지 어떤지 애랑 신나게 놀아주며 간간이 친척들에게 전화해서 잔치에 꼭 오라고 소리 높여  말하는 남편...


집을 나와 버렸다. 때마침 걸려온 동네 아줌마랑 의기투합해서 새벽1시까지 술 먹고 성질내고 하소연하고...

집에 들어 왔더니 모두들 자고 있다.

아침이 되어도 여전히 기분 나쁜 상태. 꼴린 김에 화장실 들어가 안 나오는 남편에게 항의랍시고 화장실문을 걷어 찼다.


눈 드럽게 뜨면서 “보자 보자 하니까”



담배 1개피 피고 방에 들어가 물었다.

“ 왜 초청장에 내 이름이 없어?”

뭐라고 말하는지 답변이 신통찮다. 겨우 그것 때문에 이 난리냐 라는 건지, 아님 너 말고도 사위도 뺏으니 기분 나빠할 이유가 아니라는 건지....

“야, 초청장에 적힌 니들이 알아서 준비해.”


이 말만 남기고 출근했다. 교환수업 덕분에 2.3.4.5.6 연속수업 하면서 내가 뭔 지랄인지 싶다. 적어도 뭐 땜에 열 받는지 전달했으니 문자가 오든 전화가 오든 하겠지...

남편 블로거를 들어가 보니 블로거 오프모임을 가진 거에 대한 후기가 올라와 있다.

시간이 없는 건 아니라는 거지.

저녁 지역위원회 사무실에 가 운영위를 하고 간단하게 뒤풀이하고 집에 도착하니 11시

모두들 자고 있다.

자기 밥 먹은 뒷정리도 안하고 반찬과 밥이 널부르진 밥상, 샤워하고 갈아 입은 옷이 나뒹구는 욕실.


시어머니와 며느리라는 관계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 정말 어렵게, 힘들게 살아 오셨고 이젠 연로하고 약해진 분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다는 마음

그런데도 마음속으로 기뻐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과 실망감

주위 말들 때문에 경로당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두 초대하겠다는 시어머니에 대한 짜증

내 이름을 빠뜨리고 내가 왜 화내하는지를 모르는 남편에 대한 분노

어머니 생일이라고 가봐야 별 먹을 것도 없네라고 말하는 시누이( 이건 작년도 사건). 올해는 이렇게 해야 주위에서 말 듣지 않는다라는 것을 달고 사는, ( 참, 이 사람은 나한테 사람이 변하면 안되지 않겠나 라는 알 듯 모를 듯한 충고도 했다.)


이런 생각들이 팥죽 끓듯, 미친년 널뛰듯 푸르르 끓어올랐다 쑥 갈아 않는 난 결혼 8년 만에 이 생활이 귀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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