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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5/12/15

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2/15
    아내 생일상 차리기(3)
    풀소리
  2. 2005/12/15
    아빠. 회사 그만 둬라.(1)
    풀소리
  3. 2005/12/15
    입당하던 날 설거지 했어요 ㅠㅠ(2)
    풀소리

아내 생일상 차리기

오늘은 아내 생일이다.

난 기념일에 대해 매우 무심한 편이다.

아내도 그런 편이었는데, 올핸 웬일인지 미역국이라도 끓여 달라고 하였다.

‘그까이꺼’ 하며 난 흔쾌히 ‘그러마’했다.



어제 저녁 회의 끝나고, 함께 저녁만 먹고, 지역의 술자리에서 연락이 오는데도 거절하고 집으로 갔다. 가는 도중 화정에서 내려 마트에서 장을 봤다.


‘밥만 해주는 건 뭔가 허전하지?’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래 조그만 선물이라도 하나 사자.’

뭘 살까 잠시 망설이다 목도리를 사기로 했다. 마침 아내는 목도리가 없다.

마트 옷 파는 코너를 가니 의외로 목도리를 파는 곳이 없다. 거리에는 목도리 두른 사람이 넘쳐나 목도리가 대 유행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닌가보다. 다행이 맘에 드는 목도리가 있었다.


이제는 식품코너. 아내가 생일인 오늘 저녁은 당 행사가 있어 아침만 함께 먹을 수 있다고 하였는데, ‘미역국 말고 뭘 사지?’ 하고 고민하다 아내가 좋아하는 잡채를 하기로 했다. 당근을 사고, 노랑 피망(파브리카? 라고 써 있다.), 시금치는 할아버지 제사 때 썼던 것을 재활용하고, 버섯은 사려고 했는데 까먹고 못 샀다. 잡채용 고기를 사고, 미역국에는 고기 대신 아내가 좋아하는 바지락을 넣으려고 샀다. (케익은 이미 아내가 사다놨다고 문자가 왔다.)


이렇게만 사면 성연이가 삐지겠지. 뭘 살까 둘러보니 ‘치즈 안심 돈까스’를 늦은 시간이라 대폭 할인하여 판다. ‘옳거니’ 하고 난 그걸 골랐다.


집에 오니 성연이가 사 온 물건들을 모두 헤쳐 놓았다.


‘내 선물은 없어?’ 아내는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왜 없어!’ 자신 있게 대답하면서 난 목도리를 꺼내 주었다. 음~. 선물은 좋은 것 같다. 왜 지금껏 모르고 살았을까. 아내는 얼른 목도리를 목에 둘러본다. ‘돈이 어디서 났어?’ 밝게 물으면서 말이다.


아침을 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아내는 미덥지 못해서인지, 아님 꼭 해달라는 당부를 하고자 함인지 ‘정말 일어날 수 있겠어?’ 하고 거듭 묻는다. ‘난 할 수 있어’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시간의 제약이 있다는 게 서두르게 되고, 익숙하지 못한 난 조금(?) 헤맸다.


미역국을 끓이는데, 별로 맛이 없다. 평소에 끓인 것보다도 더 맛이 없는 것 같다. ‘제길.’ 약한 불에 우려 바지락의 국물이 우러나오기만을 기다릴 뿐.


잡채를 하는데 도중에 아내가 나왔다. 막 볶으려고 후라이팬에 야채를 가득 담아놨는데, 아내는 야채도 순서대로 볶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야채보다 고기를 먼저 볶아야 하고. 이제 나는 주방장에서 조수로 전락했다. (이럴 땐 감비님의 선견지명이 부럽다.)


어쨌든 아침이 만들어졌다. 아내는 늦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준다. 특히 함께 만든 잡채는 굉장히 맛있다. 다행이다. 성연이 돈까스도 맛있다. 다행이다.


케익을 꺼내 촛불을 켜고, 드디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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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촐한 생일상과 생일기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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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회사 그만 둬라.

우리 아들 성연이는 회사와 노조를 구분하지 못한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니 나도 굳이 설명하지도 않는다. 설명해줘 봐야 작은 머리에 혼란만 더 생기겠지 뭐.

어찌됐든 성연이는 아빠에게 회사를 그만들 것을 요청했다. 이 자식 점점 맘에 들어진다.



지난 토요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난 성연이에게 문제를 하나 냈다. ‘이 문제를 풀면 아빠가 일요일날 1시간 놀아줄게’ 하고서.


문제는 저울에 물 한잔을 올려놓고 물 무게를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저울 보는 법도 가르치고, 문제 풀면서 집중력도 길러주고, 또 아빠와 함께 한다는 공감대를 얻기 위해 내딴에는 잔머리를 좀 굴린 거였다.


난 엄마가 어쩌다 쓰시는 낡은 저울을 꺼내놓고


‘성연아. 저울 봐. 100g, 200, 300... 이렇게 해서 1000g이 1kg야’

‘나도 알어.’


정말 아는지 어쩐지 모르지만 물컵을 올려놓으니 400g이다.


중앙위원회는 무산되었지만, 선배 개업식이 있어 늦게 퇴근하였더니 성연이가 내게로 달려왔다.


‘아빠. 나 문제 풀었어.’

‘몇 g이야.’

‘아마 250이었을 걸’


‘아마’를 붙이는 것은 성연이 특유의 말투다.

어떻게 풀었는지 궁금해 물었다.


‘응. 물을 다른 컵에다 담아. 그리고 빈 컵을 저울에 다는 거야. 빈 컵의 무게가 아마 150g이었을 껄. 그러니까 물의 무게는 250g이지.’

‘음~. 컵에 있는 물은 버려도 되지 않을까?

‘버려도 되겠지 뭐~’ ‘어쨌든 놀아줘!’


성연이는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놀자고 조른다.

성연이가 좋아하는 결투도 하고 하다보니 아내는 당 행사에 가고, 엄마는 경로당에 가시고 성연이와 나, 단둘이서 남게 되었다.


마침 TV에서도 사람들이 막 날아다니는 애니메이션이 방송되었다.


‘아빠. 사람이 어떻게 하면 날아다닐 수 있을까?’

‘글쎄, 어떻게 하면 날 수 있을까?’

‘무게를 엄청 줄이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시답잖게 시작한 우리 대화는 점점 발전하여 ‘중력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고상한 담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한껏 고무된 성연이는 내 무릎 위에 자리를 잡고는


‘아빠. 회사 그만두면 안 돼?’

‘왜?’

‘나하고 매일 같이 놀게.’

‘ㅎㅎㅎ~’


아내가 이 글 보면 화내려나.

 


최근 놀이공원에서 성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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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당하던 날 설거지 했어요 ㅠㅠ

지난 화요일(13일)은 내가 속한 민주노동당 원당분회 송년회가 있었다.

임기말 레임덕을 갈망하는 분회장은 송년회 조직도 대충대충 하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본인의 완강한 부인으로 사족을 달았다.)


그래도 당원들이 제법 왔다. 뒤에 온 분들까지 성인이 총 19명(이 중 분회원은 16명) 아이기 4명이 참석했다.


당원 모임은 늘 화기애애하다. 송년회라 더욱 부담이 없다.

술이 거푸 몇 순배 돌고, 당에 관한 안 좋은 기억들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난 입당하자마자 거리 선전전에 끌려갔는데, ○○○ 선배가 주민의 반응이 시큰둥 하자 막 화를 내는 거예요. 어찌나 무섭던지...’


지난 4.15 총선 때 선거 사무실에 찾아오셔서 입당하신 선배님 하시는 말씀에 우리 분회(지금은 관산분회로 분화중) 문화부장이며, 재치덩어리인 똘레랑 하는 말


‘저는요 입당하러 신랑하고 같이 왔다가 설거지만 죽어라고 했어요. ㅠㅠ’


그러고는 ‘입당 후 최소한 한달은 공주/왕자 대접을 해줘야 하는 게 예의 아니에요?’ 하고 합창을 한다.


음~. 그러고 보면 민주노동당이 예의가 없지. 뻔뻔하기도 하고 ^^


당원 여러분. 예의 없고, 뻔뻔한 민주노동당에서 당 발전을 위해 한 해 동안 헌신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원당분회 조촐한 송년회 : 멀리 기둥에 매달린 분이 똘레랑

 

ps : 분회장은 내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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