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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채원이

어제 어둠이 내려앉은 가운데 채원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 안의 놀이터 부근에서 모르는 형아 4명에게 둘러싸여 돈을 다 내놔라라는 협박을 받는 찰라에 같은 동 5층 아저씨가 퇴근하는 길에 발견하는 바람에 형아들이 도망친 소동이 일어났다. 그 아저씨는 용감하게도 4명을 혼내주려고 뛰어갔으나 놓치고 말았다 한다.

 

채원이는 겁에 질려서 앞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사람이 많은 큰길로을 다니겠다고 하고  안해는 또 불량배들을 만나게되면 가진 돈이든 물건이든 무조건 다 줘버리라고 말하고 아파트 경비실에 항의 전화까지 했다.  한바탕 동네 약도를 그려가며 어디가 안전한 길인지...어떻게 다닐지에 대해 얘길 했지만 불안함이 가시질 않는다.

 

경비실에서는 순찰을 열심히 하겠다고 하지만...나는 놈들을 걷는 이들이 어찌 잡겠는가마는...암튼 5층 아저씨에게 변변히 고맙다는 말도 못 전했는 데 인정이 매말라가는 요즘 세태로 보면 너무도 고마운 사람을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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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의 시] 호수공원 정자

호수공원 정자엔 새들이 산다

호수공원 정자엔 사람이 쉰다

 

사람이 오면 새들이 가고

새들이 오면 사람은 비켜준다

 

새하고 사람은 같이 놀면

안되나?

내가 친구들하고 놀듯

 

까치가 깍깍깍

사람이 따불따불

 

 

<2005년 11월 5일 호수공원 체험학습날 채원>

***아빨 닮은건지 토룡체인 삐뚤빼뚤 글씨로

쪽지에 아무렇거나 써서 식탁 옆 달력 위에 걸어 둔 시 한 편 대필.

 

 

 

[김채원]
***6학년인 채원이의 키가 엄마와 같아 엄마 옷을 걸치곤 하고
발은 275mm로 아빠의 신발과 양말을 공유하고 있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세월이 넘 빠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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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의 표정과 풍경

10/29 (토)

오전 7시에 인천공항에 모여, 수속을 밟은 후에

평양행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160여명이 출발.

'ㄷ'자로 돌아가는 직항로로 50분만에 평양순안공항에 내리다.

공항에서 곧바로 4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고속도로를 2시간 달려 묘향산에 도착하다.

 

<찎사 북쪽 교통보안원(경찰)>

<향산호텔>

 

지리산과 계룡산을 섞어서 빚어 놓은 듯 오묘하고 신비한 묘향산 아래

산을 형상화한 향산호텔에 도착하다.

향산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묘향산을 2시간 가량 오르고 보현사를 둘러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고 늦가을 산속의 차가운 기운에 도망치듯 호텔로 돌아오다.

 

호텔에서 저녘을 먹고 평양소주를 한 잔 하면서 뒷풀이를 하고 호텔안의 노래방에

가서 술을 마시다.  노래방에는 '휘파람'이나 '반갑습니다' 등 2~3곡을 빼면 아는

노래가 없으니 노래책에 나온 노래를 불러달라고 해서 감상하며 술을 마시며 밤이 깊어가다.

 

 

10/30 (일)

아침 7시부터 일어나 밥을 먹고

국제친선전람관을 관람하고 다시 2시간 이상 차를 달려 남포시를 지나 서해갑문에 가다.

<국제친선전람관에서 본 묘향산>

<8km에 이르는 서해갑문 풍경>

<서해갑문>

남포시를 지나 서해갑문으로 가는 길은

자연 그대로의 갈대밭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었다.

서해갑문에서 대동강과 서해 사이 8km를 막은 치수에 얽힌 이야기를 듣다.

 

<미남 북녘 안내원>

<단고기국과 평양소주>

 

남남북녀를 무색케하는 잘생긴 북녘동무...^^

다시 평양으로 버스를 타고 돌아와 원형식당에서 단고기와 평양소주로 점심을 먹다.

 

<앙증맞은 꼬마들의 멋진 공연>

<씨름놀이 공연>

 

점심 후 학생소년궁전에 들러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공연을 관람하다.

 

<고층 아파트에 불이 켜지고 있다>

<지나가는 전기 버스>

 

거리는 벌써 어두워졌고 근처 고층 아파트들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고

2대를 연이어 붙인 전기 버스들이 퇴근하는 사람들을 싣고 천천히 달리고

자전거들이 어둔 거리를 분주하게 달렸다.

 

이어 능라도 5.1경기장으로 가서 아리랑을 보다.

2만명의 카드섹션을 포함한 총 6만명, 연인원 10만명이 집단공연을 펼치는 아리랑은
일제시대로부터 시작하여 DPRK의 건설과정을 그리고
21세기의 비전을 형상화하는 종합예술이었다.
실제로 보지 않으면
그 규모와 짜임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하는 기운을 전하기는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리랑 뿐만 아니라 평양거리의 사람들의 표정들에서

묘향산으로 서해갑문으로 동명왕릉으로 가는 각각 2시간여의 시골풍경들에서
80년대에 성장이 멈추어 에너지도 먹을 것도 입을 것들도 모두 아직 부족해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고난의 행군을 끝내고 자신감을 점차 회복해 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양각도호텔에서 늦은 저녘을 먹고 긴긴 마지막 밤을 보내다.

 

 

 

10/31 (월)

평양 양각도호텔 38층에서 안개속에 잠든 평양시내를 깨우는 일출을 보다.

<양각도호텔에서 본 해뜨는 풍경>

<출근하는 평양시민 부부>

<고층 아파트>

<출근하는 월요일 아침 평양거리>

 

양각도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만수대창작단, 평양의 거리를 구경하다.

 

<대동강과 인민대학습당>

<주체사상탑 앞을 지나가는 자전거 탄 평양시민>

 

그리고 주체사상탑을 구경하고...

대동강과 인민대학습당을 배경으로 지나가는 이들의 사진을 찎다.

월요일에는 쉰다는 옥류관을 특별히 남측 손님들을 위해 열고...

북녘의 대표음식 평양온면으로 점심을 먹다.

 

<대동강>

계획도시로 설계된 평양은 건물마다의 독특함을 살리고 있었고, 경제난으로 공사를 중단했고 밤에는 불이 꺼져있는 세계에서 최고로 높은 류경호텔을 포함해, 그리고 옥류관에서 바라보이는 능라도와 대동강은 멋진 풍경이었다.

 

<동명왕릉>

<그림그리는 북녘 화가선생>

 

다시 2시간여 버스를 타고 평양 외곽에 있는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릉을 구경하다.

동명왕릉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동명왕릉에서 그림을 그리는 이 동무의 솜씨는 대단했다.

200유로에 파는 그림을 주머니가 비어서 사지 못해 아쉬웠다.

 

동명왕릉을 가는 길에 대동강에 묶여있는 '프에블로호'를 볼 수 있었고

가을걷이 끝난 시골풍경을 볼 수 있었고...배추를 수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양공항>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북녘 시골 풍경>

 

평양 순안공항에서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3일 동안 우리를 위해 안내를 맡은 북측 '민화협' 분들과 악수하며 헤어지다.

비행기를 타고 평양을 떠나오면서 내려다 본 먼 풍경은 익숙한 풍경처럼 보였다.

 

2박3일의 짧은 묘향산-서해갑문-평양여행만으로는

여전히 장님 코끼리 만지기의 범주를 벗어나기는 힘들겠지만

북녘의 얼굴 속에 떠오른 기쁨과 슬픔의 표정을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시작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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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우연히 '프라하의 연인'을 보다가 멋진 대사가 남았다.

등 돌리고 자지 말자고...

등을 돌리고 자면

등에서 등까지의 거리가 자그마치 지구 한 바퀴라더군.  ^^

 

내일

평양에 간다.

정말 멀고 먼 나라...

지구 한 바퀴보다도 더 멀리에 있는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서... 

 

평양에 간다해도

갈 수 있는..볼 수 있는..만날 수 있는 것 모두

이미 프로그램으로 동선이 제한되어 그리하여 느낌마저 갇혀버리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평양을 걸으며, 보고 느끼는 평양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금강산도 백두산도 관광객으로 가거나 멀리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못마땅해서 가지 않았는 데...또 백두대간 남쪽 구간을 마치면서 진부령에서 백두산까지 걸어서 대간 이어가기를 할 날을 마음으로 기원했었는 데...

마음이 바뀌어 한 관광객으로 평양을 먼저 답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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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산 회군

지난 늦봄 즈음에 삼각산에 간 후

가족 모두가 오르기로 한 것은 

가을 단풍이 기다려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요일 느즈막히 집을 나서면서부터

채송은 오늘 마지막 공연이기 때문에 뮤지컬 명성황후를 꼭 봐야겠다고

확실하게 쐐기를 박아둔다.

 

삼각산에 오르는 길 중에서

구파발에서 삼천사 ~ 응봉능선 ~ 사모바위 ~ 삼천사로 내려오는 길을 좋아한다.

오늘도 삼천사 입구로 가는 길에 주차할 곳을 찾다가

폭포수상회 옆 공터에 세운 게 화근이었다.

 

마침 점심 때도 가까이 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산을 오르기 싫은 탓인지

꿩의 마음이 콩밭에 있는 것처럼 배를 채우고 가잔다.

아직 손님이 있을 턱이 없는 폭포수상회에는

장작으로 모닥불을 피우고 이제 손님맞을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아그들이 모닥불에 낙엽 태우는 놀이를 하며 즐거워한다.

낙엽은 선명하게 그물맥을 드러내면서 순식간에 타들어가곤한다.

다만 낙엽타는 내음만을 남기고서...재마저도 순식간에 스러져버린다...

 

한참을 개울가에서 놀다 백숙을 한마리 맛나게 해치우고 드디어 산에 오른다.

그런데 채원은 딱 2시간만 오른 후 1시간만에 내려오겠다며 알람을 맞춘다.

암튼 응봉능선을 향해 가는 길에 30분도 못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1시간쯤 올랐을까 백운대도 멀리로 보이고 사모바위도 멀지 않고

벌써 단풍 물든 바위산의 풍치가 제법(?) 멋자랑을 시작하는 중인데...

 

채송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힘든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채원이도 기회를 엿보다가 덩달아 이제 고만 가자한다.

백두대간에 데리고 다니면서 너무 혹사를 시킨 반작용인가?

백숙도 먹었고 이젠 좋아하는 컵라면을 먹고 뮤지컬 보는 순서만 남아서

잔꾀를 부리는 것이리라.  

뭔가 꼬실꺼리를 찾는 중에...

단풍을 충분히 구경했으니 다음을 기약하자고 안해마저 한패가 된다.

 

병사들이 이지경이니 하는수없이 회군하는 수밖에...

산을 내려오면서 죽어가던 병사들이

신나서 재잘거리기 시작한다.

이 놈들을 끌고 3시간 산행을 했더라면

두고두고 아빠랑은 산에 가지 않겠다고 할까봐 한 번 눈 감아 주기로 한 결과다.

그런데 나중에도 매번 회군하자고 할까봐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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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묵지 말자(?)

밤 10시에 시작한 술자리가

오늘 새벽 3시까지 이어졌고

6시에 공부모임에 갔어야 했는 데 7시 30분에 일어났으니.

 

비몽사몽간에 8시까지 급히 처리할 일이 밀려있어서

엉금엉금 기어서 노트북을 켜고 어쨋든 8시까지 마무리를 짓긴했다.

 

자정을 넘기지 말고 술자리를 도망치거나

자정을 넘길거면 적당히(?) 기회주의자가 되었어야했다.

 

햇살이 쨍한 대낮에

머리는 멈출듯 느릿느릿 지직거리며 자갈길 달려가는 소리가 들리고

비몽사몽인 상태가 지속되면 너무 한심하여 화가 난다.

 

이제 술 묵지 말자(?)

기회주의자가 되자고.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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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가지 않아도

지난 토요일 오후에 뜬금없이

'안해'가 콘서트(?)를 보러 가자고 했다.

집에서 멀잖은 고양어울림누리에서 '안치환과 자유'의 콘서트가 열린단다.

예매도 인터넷예매도 끝난 상황이라 무작정 현장구매를 하기로 하고

아그들도 저마다 친구들과 바쁘니 둘이서만 애마 프라이드를 타고 달렸다.

 

학교 다닐 때 강당과 노천극장에서 본 안치환을 넘어

그의 주장대로 '프로'로 성장했고...

독자적인 콘서트를 열어도 속된말로 장사가 되는 경지(?)에 이른 것처럼 보였다.

공연장의 2층까지 빈 자리가 없고 관객들의 반응도 여전히 뜨거웠다.

 

문제는...  나는 무대에 오른 '노래들'에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항상 새로운 상황에 적응이 느려터져서인지는 몰라도

이런 상황에 쉽사리 열광하지 못하고 말았다.

암튼 '안해'는 아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콘서트장에 세미나하러 갔다왔다"  ^^

 

그러나 안치환 공연보다는 이날 콘서트의 특별손님인 손병휘라는 노래꾼의 노래가 남았다.

나는 그를 알지 못하고 그의 노래세계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부른 노래를 아니 그 노랫말들을 흥얼거리는 나를 발견하고 있다.

"나란히~ 나란히~ 가~지 않~아도........."

 

 

 

 

 


나란히 가지 않아도Ⅰ ------------------------------/ 손병휘 사 / 손병휘 곡



누군가 누군가 보지 않아도

나는 이 길을 걸어가지요


가끔 가끔은 힘이 들어도

한 발 한 발씩 걸어가지요.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어도

사람의 마을에 불빛 하나 있다면


언제나 언제나 처음처럼

묵묵히 묵묵히 걸어가지요.


나란히 나란히 가지 않아도

우리는 함께 가는 거지요.


혼자 혼자라고 느껴질 땐

앞선 발자욱 보며 걷지요.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쉬어가도

서로 마주보고 웃음질 수 있다면


나란히 나란히 가지 않아도

우리는 함께 가는 거지요.




나란히 가지 않아도Ⅱ -------------------------------/ 손병휘 작사, 손병휘 곡



누군가 누군가 보지 않아도

나는 이 길을 걸어가지요.


혼자 혼자라고 느껴질 땐

앞 선 발자욱 보며 걷지요.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쉬어가도

서로 마주보며 웃음 질 수 있다면


나란히 나란히 가지 않아도

우리는 함께 가는 거지요.


마음의 마음의 총을 내려요

그 자리에 꽃씨를 심어보아요


손 내밀어 어깨를 보듬어 봐요

우리는 한 하늘 아래 살지요.


얼굴 빛 다르고 하는 말 달라도

서로 마주보며 웃음질 수 있다면


나란히 나란히 가지 않아도

우리는 함께 가는 거지요.




편곡 : 손병휘

기타 : 손병휘 문건식

베이스기타 : 김윤신

아코디언, 신디사이저 : 정은주

드럼 : 송기정

코러스 : 녹음실로 놀러왔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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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아름다운 이들을 만나면

아직(?)

가슴 떨리듯.

 

해발 1000m를 넘나드는 대간길에

서있는 야생화를 만나면

가슴 떨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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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어느 날 꿈속처럼 가을들녘을 걷던 날

또 시속 120km를 훌쩍 넘어 흑백사진 과속딱지 받던 날

그리고 3년만에!...헉헉대며 꽁무니 따라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날!

 

나를 떠올려보았다.  문득!

떠올렸다기보다는

구름을 스쳐 지난 달처럼 위로 무심히 떠올랐다고 해야 맞겠지.

 

그날 스스로를 

평정심을 갖고 바라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보았다.  이젠.

의미를 추구할 수 있는 지점에 서있다는 느낌을 또한 갖게도 되었지.

 

그러나 난

오늘

잡놈의 경계에서 서성거리는 나를 보고야 만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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