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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이야기

밥먹고 앉았다가 도저히 눈에 책이 안들어와서 잠시 이 돌대가리 상자 앞에 앉아있다. 매일 독서실에 오는 건, 회사다니는 기분과 흡사할 것이다. 그러나 회사를 다니는 것과 궁극적으로 다른 것은 '퇴근의 기쁨'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은 복날...


복날 제견(弟犬)혁명사의 분수령인 1917년 오늘, 來忍(참으면 그날 온다)라는 진도개를 중심으로 한 만사비기(萬事非氣:좀 아닐지라도 만사오케이다.)파의 삽살개들과 일반 현장에 몸담고 있던 잡(변)견들은 임시 정부의 '탄견정책'에 맞서 도시의 전역에서 산개투쟁을 전개했다. 여러분도 잘아시겠지만, 이 혁명이 일어나기 다섯달 전.

제견연대전선을 통한 2월 동계수육반대투쟁에서 옥탑방 고양이 2세가 집권한 당시 정부를 물러나게 하고, 정권을 잡은 임시 제견 정부는 계속되는 3단계(초,중,말복) 복날탄압정책과 저가영양탕정책 및 영개납치사건 등과 더불어 옥탑방 고양이 세력에게 일부 제공된 영역으로 인한 식량분배의 위기로 동네 빈곤층 개들의 고양이 테러와 가정집 습격, 그냥 빌어먹기, 고양이 행세하기 등의 폭동과 소요가 끊이지 않았다.

이때 來忍이라고 불리는 진도개가 나타났다. 그는 不思非基(기본이아니면 생각하지도 마라)파를 이끄는 대표적인 '반복날주의견'으로서 그는 그 전에 막수(寞首, 쓸쓸한 가버린 수뇌)라는 대사상견(大思想遣)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견이었다.

이미 그의 이론은 유견론에 근거해 있으며 '수육은 잡견의 아편'이라고 말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한국에 있어서 영양탕의 발전'에서 반제견주의 국가의 현황과 실체를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하고, '무엇을 먹을 것인가?' 등등에서 잡견들의 조직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하였다.

결국 '모든 권력을 잡종 똥개와 서민 견에게'라는 구호 아래 무장봉기를 선동, 개장수들의 쌀자루를 탈취하고 주요 탕집에 구속된 동지견들의 석방을 위해 탕집 항의방문의 결과, 석달 뒤 한국은 복날반대투쟁에서 혁명을 통해 세계 최초의 식육목(食肉目)개과의 포유류연합주의 국가로 건설했다. (요기까지는 어디서 펀 거 같다. 도저히 내가 쓴 글이 아닌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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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동네에는 보라매 공원이 있는데, 복날 전후가 되면 그 많던 개들이 싹쓸이 된다. 몇몇 장애견을 제외하고는 거의 씨가 마른다는 얘기다. 어느 날, 한 영감님이 담배를 태우면서 저 멀리 보이는 개 두마리가 서로 똥꼬를 핥고 난리를 부리는 걸 보고, 옆에 있는 영감님에게 그랬다.

"저 두마리 푹 고우면 조~오켔다." 그러나 옆에 담배를 피우던 영감님도 함께 그 친구영감님을 거들었다.
"저것들은 하고 있을 때 잡아넣야해."
"맞아, 맞아."
"어이. 김영감, 당신은 왜 그런지 아나?"

그러자 질문을 받는 영감님은 조금 황당해 하는듯, 겸연쩍게 웃음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떼우고 있었다.

"김영감은 그것도 모리나? 그래야 큰 거 한 마리 묵는 거하고 같다이요."
"들어보니 맞는 소리네."
"저런 거 묵고 나며 아침에 쫙 힘이 들어가는 거라. 김영감 아요?"
"...."

참나..들어보니 영감들이 노망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 지랄병하고 자빠진 것이다. 나도 개는 먹지만 아이들이 공터에서 뛰어놀고 푸른 창공아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데, 고작한다는 소리가 이것 밖에 안된다. 오래살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그것을 이해 못한다. 어짜피 가는 거 빨리 갔으면 좋겠다.

갈 때 한 명 데리고 가라면 꼭 데리고 갈 사람도 있다. 씨부탱들.

2003.08.15 15: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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