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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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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 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게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그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 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빈 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영역/일역을 올리고 싶었는데 안찾아진다 

      내가 해볼까 하고 달려들어보니 모든 소설가는 한때 시인이 되고자 했다는 공지영의 인용이 새삼 실감난다

      그의 시 밖에 채울 수 없는 바닥없는 마음의 우물이 있다

      가끔 그 우물이 드러날 때면 그의 시가 있어서 다행인지 그런 우물 그의 시 따위 몰랐던 게 나았을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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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2 17:06 2009/11/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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