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백] Schizophrenic...?
새벼리님의 [청계천8가ㅣ천지인 - 전태일과 그 후예들의 소망] 에 관련된 글.
하지만 적어둘 건 적어두어야겠다
고3 때 개봉을 기다려 어두운 극장에서 지포라이터 소리로 (왜?!?!) 처음 만났으니까
벌써.. 그를 안지.. -_-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 I took the one less travel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새벼리님의 [청계천8가ㅣ천지인 - 전태일과 그 후예들의 소망] 에 관련된 글.
하지만 적어둘 건 적어두어야겠다
고3 때 개봉을 기다려 어두운 극장에서 지포라이터 소리로 (왜?!?!) 처음 만났으니까
벌써.. 그를 안지.. -_-
...위너라고 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또 위너와 루저를 나누어 네이밍을 해왔던 거다
이중 삼중의 열등감과 나르시시즘이 복잡하게 얽힌 수재 루저의 작품이겠지
...하지만 지금 가슴을 심하게 때리고 있는 게 사실 ㅜㅠ
행인님의 [기분 별...루저?] 에 관련된 글.
한가지는 확실히 알겠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름 붙이던 위너와 루저를 양분하고 있어 왔다는 거
genetically scioeconomically benefitted status의 덕에 그 안에서는 절감하지 못하고 살아왔지만
한발짝 밖에서 바라보니 공부와 직업은 물론 취미와 패션, 섹스까지 모두가 같아야하는 그 사회가
참 서글프다
그리고 congenital factor가 아깝게(원인으로?) acquired social loser as female로써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진다
낚시질
마종기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平生을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 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었다.
나비의 꿈
마종기
1
날자.
이만큼 살았으면 됐지.
헤매고 부딪치면서 늙어야지.
(外國은 잠시 여행에 빛나고
이삼년 공부하기 알맞지
십년이 넘으면 外國은
참으로 우습고 황량하구나.)
자주 보는 꿈 속의 나비
우리가 허송한 시간의 날개로
바다를 건너는 나비,
나는 매일 쉬지 않고 날았다.
節望하지 않고 사는 表情
節望하지 않고 들리는 音樂.
2
그래서 절망하지 않은 몸으로
비가 오는 날 저녁
한국의 港口에서
당신을 만나고 싶다.
낯선 길에 서 있는 木蓮은
꽃피기 전에 비에 지고
비 맞은 나비가 되어서라도
그 날을 만나고 싶다.
... 김형경의 글을 통해 알게 된 마종기시인
제주도에서 시집을 구해보려 애썼지만 실패한 후로 잊고 있었다
그의 범상치 않은 약력을 보며 유학생활 중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땐 루시드폴을 듣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피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역시 문득 몇 구절이 떠오를 때가 있다
두 시 모두 전문은 오늘 처음 읽었다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 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게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그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 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빈 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영역/일역을 올리고 싶었는데 안찾아진다
내가 해볼까 하고 달려들어보니 모든 소설가는 한때 시인이 되고자 했다는 공지영의 인용이 새삼 실감난다
그의 시 밖에 채울 수 없는 바닥없는 마음의 우물이 있다
가끔 그 우물이 드러날 때면 그의 시가 있어서 다행인지 그런 우물 그의 시 따위 몰랐던 게 나았을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어버린다
문어낚다. 2009/11/03 19:33
낚시질 하다
"왜 사는가?"
-고집멸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