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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2'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1/02 마지막으로 시를 읽은 때가 언제였더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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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시를 읽은 때가 언제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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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질

마종기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平生을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 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었다.

 

 

 

 

나비의 꿈 

마종기


1

날자.
이만큼 살았으면 됐지.
헤매고 부딪치면서 늙어야지.


(外國은 잠시 여행에 빛나고
이삼년 공부하기 알맞지
십년이 넘으면 外國은
참으로 우습고 황량하구나.)


자주 보는 꿈 속의 나비
우리가 허송한 시간의 날개로
바다를 건너는 나비,
나는 매일 쉬지 않고 날았다.
節望하지 않고 사는 表情
節望하지 않고 들리는 音樂.


2

그래서 절망하지 않은 몸으로
비가 오는 날 저녁
한국의 港口에서
당신을 만나고 싶다.
낯선 길에 서 있는 木蓮은
꽃피기 전에 비에 지고
비 맞은 나비가 되어서라도
그 날을 만나고 싶다.

 

 

 

 

... 김형경의 글을 통해 알게 된 마종기시인

    제주도에서 시집을 구해보려 애썼지만 실패한 후로 잊고 있었다

    그의 범상치 않은 약력을 보며 유학생활 중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땐 루시드폴을 듣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피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역시 문득 몇 구절이 떠오를 때가 있다

    두 시 모두 전문은 오늘 처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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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2 17:44 2009/11/0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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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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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 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게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그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 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빈 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영역/일역을 올리고 싶었는데 안찾아진다 

      내가 해볼까 하고 달려들어보니 모든 소설가는 한때 시인이 되고자 했다는 공지영의 인용이 새삼 실감난다

      그의 시 밖에 채울 수 없는 바닥없는 마음의 우물이 있다

      가끔 그 우물이 드러날 때면 그의 시가 있어서 다행인지 그런 우물 그의 시 따위 몰랐던 게 나았을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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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2 17:06 2009/11/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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