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아 있습니까 -[너를 보내는 숲] 中
대한항공이 상파울로에 주 3회 취항한다는 사실에 흥분하며 세계를 누비는 언니들의 블로그를 탐하다
'여행하는 듯 살고 있지 않냐'는 친구의 한 마디에 내가 즐기고 있는 여행으로 돌아 온다
나에게 서울은 SATC에서의 뉴욕보다 더 피상적인 곳이었는지 모른다
고등학교 이전의 시간을 깡그리 무의식으로 밀어넣은 후, 대학, 병원(과 술집 -_-;)이 거의 전부인 생활
그걸 서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2년전 이맘 때 제주에서 봤던 환상은, 세상과 인간에 대한 환상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나는 여기서 처음 세상을 살고 사람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생명을 느낀다는 것은 곧 자신의 생명을 느끼는 것일세. 다른 생명을 깊이 느끼면 느낄수록 자신의 생명을 깊이 느낄 수 있지. 생명을 깊이 느끼는 과정이 황홀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 정찬 [별들의 냄새] 中)
그리하여 오늘은 할아버지가 키운 전라북도 익산의 쌀로 밥을 지어
3포기 350원짜리 제주산 애기배추를 맑게 끓인 따듯한 된장국에 띄워 샤부샤부를 만들었다
(어디서 자란 콩으로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장동건표 정원이네 된장이 에러 -_-)
몇 년 전부터 사회과학 서점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던 '식탁의 전쟁'이 이제 전국에 벌어진 지금,
내가 먹을 것을 내가 만들고 있다는 게, 수술장에서 못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는 실감을 준다.
그 살아가는 곳이 제주라는 건 한 번 뿐인 내 삶의 선물 삼고...
잠깐 인용하는 군의관 전역한 선배의 글
- 남한 군대에 있고 싶었던게 아니라 수술의 역사적 산실이었던 field에 있고 싶었던 것이니..
moong 2008/06/24 09:54
멋져버리삼!!
정원이네 된장은, 내 뜨거운 여름 그대를 찾아갈때 충북 옥천군 안내면 월외리 옛이장님댁 큰 장독대에서 퍼간 묵은된장으로 갈아드리리.
Nari 2008/06/29 22:16
냉큼오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