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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방치해 두고 있다고, 정확히 1시간 반즈음
훌쩍 깨어버린 낯익은 그곳의 풍경 앞에서
스스로에게 되내여보지만,
내게 정당한 것이 있다면 삶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논리적인 혼란과 육체적인 뜨거움이 있다고 치자.
불현듯 어느날 밤. 혹은 이같은 새벽.
단호한 결심이나 그 의지에로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그 혼란과 뜨거움은 실로 모든것을 넘어서는
생명력 그자체이다.
그것을 거부하거나 때론 결심, 혹은 의지한다 해도
손쓸도리 없이 나는 발가벗겨지고
무릎을 꿇면서 눈을 감는다.
제겐 이미 담을 넘어온 어떤 우주선이 있거든요.
당신도 보았는지요? 방금 전에 당신 창문 옆에서 사라지는 그것말이죠.
결국 난 기적을 일으킬 수 없었고, 당신도 성인이 될 수도 없으니깐요.
우주선은 사라질테고, 전 그것을 잡을 수는 없어요.
제 꿈은 쓰레기 분리수거의 방법에 대해 대화하는 거예요.
일요일 오후 세시에 말이죠. 거긴엔 그 모든 우주적 혼돈과 왼쪽 심장이 파열되는 뜨거움은
탈각되어 있어요. 오직 몇밀리미터의 봉지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가.
한번에 몇번의 봉투를 주문하는것이 이윤을 남길 수 있을까.
그런 소박한 대화들만이 우리들 주변을 감싸고 있을 겁니다.
머리를 감지 않은 35살의 남편과 말이죠.
아. 물론 저는 구멍난 셔츠에 월남치마를 입고 있겠죠.
그때에도
그 오후 세시에도 기름때가 붙어있는 찬장 너머로
우주선이 지나가고 있다면
바로 제 월남치마를 스치면서 말이예요.
그때에도 저는 생각할겁니다.
두살된 아이의 고사리같은 손을 잡으면서
이 나라의 미래와 핵전쟁의 위험성에 대해서요.
배트가 며칠후에 용택이형 아이의 돌잔치에 초대받았다고 했다.
나는 실실 웃으면서 가고싶지만 내가 가면 싫어할꺼야.
안부나 꼭 좀 전해달라고 싱겁게 농을 던졌다.
마음씨 여린 배트는 한겨울에도 반바지와 쫄티를 입고
유림도 같이 가지. 라고 어색하게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둘중 누구도 내가 용택이형을 만나러 갈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영진위 심사결과 리스트를 보면서
정용택_타이틀 이용석이라는 첫번째 문단의 일곱째 줄을 본 그날도
오늘만큼 무심하고 무정한 날이었는데.
그렇게 오다가 현관문 탁자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는
구속노동자후원회의 신문을 무심코 보게 되고
2003. 11. 22 대전교 1959 기결 4년 구재보 금속 세원테크
3번째로 정리되어 있는 글자들을 보았다.
내 기억과 심장은 모두 2003년이후로 멈춰져 버렸다.
KTX를 타고 대구 동산병원에서 종모형을 만났다.
일주일째 병원복도에서 까칠하게 새우잠을 자고 있는
그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가 안쓰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가 미웠다. 대책위 사무실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그에 관한 장문의 모욕적인 글을 써갈겼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가는 나를 배웅하러 나온 그에게
담배 한갑을 사주며 말했다. 형 수고하세요.
나는 웃고 있었다.
4월달. 독립문역에서 그가 나를 스쳐지나갔다.
취재수첩을 들고 분주하게 사람들 사이로 걸어나갔다.
밤새 촬영을 하고 또다시 출근하는 나는
말도 못하고 그에게 손을 뻗쳤다. 그리고 이내 뻗었던 손을 뒤로 숨겼다.
배트는 나에게 짜증을 부렸다.
새로운 투쟁과 새로운 이슈와 새로운 전선들이 수없이 얽혀
그 2003년을 뒤덮고 있는데 너는 왜 그리 멈춰서있는거냐고,
배트는 마음씨가 여리기 때문에 멈춰서있다고 발화했지만
사실, 그곳에 어울리는 말은 퇴보와 정체와 또 전선이탈자.
그래서 배트는 크레인, 제4도크를 보면서 너무 졸리다고 말했다.
종모형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우연히 그렇게 지나치는
명확한 순간같은건 없을테다.
내가 이런방식으로 2003년도를 기억해내는것은
부산과 대구, 그리고 그 여의도 공원을 ...
작년에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부산에 내려가지 않았다.
엄세야. 엄세야 별일 아니야.
누나는 어제 오늘 너의 뒷모습을 보면서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자꾸 떠올려야 했어.
누나는 오늘 아침 눈을 뜨면서 눈으로 확인되는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살아있다고 느껴졌어.
살아있고 싶지 않았고, 활발해지고 싶지 않았어.
엄세야. 주변의 북적댐을 믿지 말고 그렇게 혼자 남겨진 너의 뒷모습을
가슴에 잘 안아줘야해.
새벽 두시, 세시, 네시가 지나고 조서를 마치고 돌아온 너의 첫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힌건 너때문이 아니라 나때문이었겠지.
오늘 늦게 가서 미안해. 그리고 얇은 이불도 미안해.
서울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 공모
출품대상
2005년 1월 이후 완성된 아시아 국적을 가진 여성감독 작품
극,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장르 불문의 단편(60분 이내)
16mm, 35mm, Digi-beta, Analog-beta, 6mm-digital 구분 없이 출품 가능
◎접수기간
2006년 1월 9일(월) ~ 13일(금) (*5일간)
◎제출서류
심사용 VHS (상영본과 동일, 한국어, 혹은 영어대사가 아닐 경우 영문자막 필요)
출품신청서
시놉시스, 감독프로필, 필모그래피
◎접수방법
출품신청서는 www.wffis.or.kr에서 다운로드 받아 우편접수/ 방문접수
* 접수처 : (137-865) 서울시 서초구 서초1동 1431-9번지 서전빌딩 5층
서울여성영화제 사무국 아시아단편경선 담당자 앞
◎문의
e-mail : program@wffis.or.kr
12월 28일 11시 20분 러브토크
6시20분 여자정혜
8시 40분 용서받지 못할 자
12월 31일 8시 40분 씨티오브 갓
새벽 5시. 고통과 저항과 폭력과 상처와 또 이루지 못한 과거와
이런것들을 굳이 두입술 밖으로 꺼내는 일을 하지 않겠노라고.
자신의 고통을 애써 덧붙여가며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발화하는 것으로 미화하려는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노라고. 여전히 파시즘을 파시즘이라고 말하지 않고
전달가능한 여기 이자리의 상식을 믿고.
다시는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서 차분한 내 주변의 자리들을
불타오르게 하지 말길 바래. 그리고 새벽 5시의 이 경적소리.
미안해요. 고맙습니다. 미안해요. 한번만 도와주세요.
누나 이름은 알 필요가 없다는
아역배우 한명이, 오디션을 마치고
내게 180도 고개를 숙여 깊숙히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기획사에서 건네준 대본을 꽉쥐고 있는 10살, 초등학교 4학년
지환이와 환희는
누나라는 호칭에 영 실망한 듯 보였다.
사무실 한 구석에 마치 사장처럼 앉아
10살짜리 꼬마들을 심사해야 했던 나는
있잖아. 누나..가 말이야..학교 숙제로 단편영화를 하나 찍으려고 하는데..
얼굴은 달아오르고 더듬거리는 내 얼굴을 바라보는 지환이는
누나 이름은...이라는 그 뒷문장을 냉큼 잘라버리고
'괜찮습니다.'
7개월동안 꼬박꼬박 부어온 적금통장 두개를 깨고
미안하다는 말을 항시 서두로 달아야 하는
이 시간들이 처음있는 일인것처럼.
그렇다. 여전히도 이 과정은 나에게 있어 견뎌내야 하는..
생존해야 하는..
부평에서, 정말로 상영되어야 할 인천 부평에서
그 초라한 노동자들과의 약속.
배트와 그리고 진보넷 일도, 다 쉽게 지연하면서, 아니
내 스스로 수동적인 포기상태를 기어이 선언했을때.
나는 생각했다.
이 모든것을 버리고 온몸으로 부딪치는것은 위험해.
강해지고 강해지며 강할 수밖에.
무감하고 무심하며 느끼지 않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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