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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내 구역을?

  • 등록일
    2010/09/17 22:28
  • 수정일
    2010/09/17 22:31

9월 5일  감히 내 구역을?

 

오마을은 나, 수수의 것이다.

즉 오마을에 들어서는 고양이는 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나는 아직 그 어떤 고양이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청천동네 사는 대금 부는 유호아저씨가 오마을에 오면서 자기네 고양이

‘헤이’를 데려왔다.

보리할머니는 멋도 모르고 이야기공방에서 퍼자고 있는 나를 안아다가

친구라며 헤이와 인사를 하라고 했다.

 

나, 수수를 보자마자 헤이는 완전 얼어서 유호아저씨 품으로 등을 바짝 붙이며 물러섰고

나는 목을 길게 늘이며 헤이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최대한 입을 크게 벌리며 아주 사나운 목소리로 “꺄웅~~”하고 위협하였다.

헤이는 완전히 겁을 먹고 유호아저씨 품을 빠져나와 배를 바닥에 붙이고 기다시피 싱크대 밑으로 갔다.

보리할머니는 놀라 나를 이야기공방에 가둬놓았다.

 

내가 이야기공방에 갇혀 있는 동안 사람들은 헤이를 둘러싸고 위로해 주고 있었다.

보리할머니는 헤이의 희고 긴 털에 감동하며 예쁘다고 설레발을 치더니

곧 이야기공방으로 돌아와 나를 달래려고 하였다.

나는 아는 척도 안하고 문밖으로 나갈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밖에서 이제 나와도 된다는 말이 들리자

보리할머니는 문을 열었다.

나는 쏜살같이 나와 냄새를 맡았다.

당근상자 안에서도 나고 그 옆에 큰 상자에서도 나고 싱크대 밑에서도 났다.

샅샅이 냄새를 맡으며 헤이를 찾았다.

다시 겁을 줄 작정이었다.

하지만 당근 상자 안에 있는 것 같은 헤이는 나오지 않고

유호아저씨는 상자를 들고 가버렸다.

 

냄새는 남았지만 조용해졌다.

나는 아직 다른 고양이를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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