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기

응교 형 시 한편을 흥겸 형 카페에서 퍼왔다.

지렁이들이 밀어넣은 산소가 떡잎으로 대지를 뚫고 나오고

밤새 부엉이 부엉눈 깜빡이는 사이

밤 깊은 계곡에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이제 초록잎새들이 계곡을 성큼성큼 기어오르고

봄산을 가득 메울 것이다.

힘찬 봄노래다.

 

 

겨울밤

                                        

                               김응교
 

 

     고요, 어디서 오는가
    누가 저 눈 녹여 뿌리를 내릴까
    누가 저 눈 녹여 샘을 열 것인가
    겨울숲은 잠든 어머니 뱃속만치 조용하다
 
    지렁이들이 흙에 소리없이 터널 뚫어
    산소를 밀어 넣고 있다
    어느날 산소의 용사들이 
    방금 태어난 아기 가늘게 뜬 실눈 닮은
    떡잎으로 대지를 뚫고 나오는 것이 놀라워,
    밤새 부엉이 붕어눈을 깜빡인다

 

    어떻게 생명은 젖은 가지에서 살아오르는가
    어떻게 물오른 입사귀는 엽록체를 빨아들이는가
    어떻게 지평선은 하늘과 땅을 뽀뽀시키는가
    어떻게 나무들은 구름을 불러오는가
    어떻게 물방울은 구름에서 출분(出奔)하는가

 

    서서히 골안개가 밀려나면
    전쟁에 승리한 영웅처럼 훌쩍 커버린 초록잎새 
    계곡을 성큼 성큼 기어오를 때,
    봄山 첩첩 솟아 가파른 절벽을 뽐내고
    초원에 물이 불어 흐를 것이다.

 

    밤 깊은 계곡에서
    함박눈과 미풍 몇낱이 누설하는
    비의(秘意) 교향곡
    차 끓이며 엿듣는다

                                   
                                - 계간 『시경』200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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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5 18:20 2007/04/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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