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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울교협통신] 11호 96.3.29

 

돈과 선거, 그리고 한국 정치

YS 대선 자금의 떡고물

4.11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여기저기서 YS의 대선 자금 시비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노태우의 아들 노재헌은 "지난 대선 때 쓸만큼 썼다"고 운을 뗌으로써 대선 자금 문제와 5,6공 정치비자금 재판의 형량을 맞바꿀 태세를 분명히 했다.

"장씨는 돈을 밝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여자와 자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영감님(대통령)이 친아들처럼 생각했다"는 장학로는 그의 전처 정명자씨 말대로 '여자와 자리'때문에 쇠고랑을 차는 신세가 되었다. "한 푼도 없었던" 장씨에게 돈이 쌓이기 시작한 것은 92년초, YS가 당시 민자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고 나서부터다. 이 때부터 챙기기 시작한 게 신문에 들먹여지는 액수만도 40억원이 넘는다. "상도동내에 있는 숟가락 숫자까지 기억하고 있을 정도였"던 장씨, '상도동 집사'로 불렸던 장씨가 92년 YS한테 몰려드는 엄청난 대선 자금을 직간접으로 일부 관리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 과정에서 장씨는 전처 정씨에게 위자료 5억원을 선뜻 약속할 정도의 상당한 떡고물을 챙겼던 것으로 보인다. 93년부터 청와대 제1부속실장으로 있으면서 장씨는 청와대와 줄을 대려는 기업들로부터 여러 명목의 수천만원대 현찰뭉치들을 받아 챙겼다고 알려진다. 재수(?) 없이 꼬리만 안잡혔어도 백억대는 어려움 없이 삼켰을 것이다.

92년 대선 때 김영삼 후보의 사조직이었던 [나라사랑실천본부]([나사본])의 사무국장이었던 박태중은 선거가 끝난 직후 수십억원짜리 부동산을 챙겼다. YS의 아들 김현철과 초¯중학교 동창인 박씨는 당시 선거 자금을 총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대선 때 엄청 많은 돈들이 YS에게 흘러들어간 사실만은 분명한 것 같다. 노태우가 "쓸만큼 썼"고, 재벌들의 '보험금'이 김현철과 [나사본]에게, 그리고 YS의 가신(家臣)들에게 건네졌으리라는 짐작은 이번 장학로 사건과 박태중에 대한 폭로로 더욱 확실해진 셈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인 DJ

이번 사건을 계기로 YS는 침통해 하고 있고 DJ는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장씨 사건은 권력 핵심부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한 부패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DJ 또한 노태우로부터 20억(+α)원의 대선 자금을 받았노라고 제 입으로 털어놓은 바 있듯이 92년 대선에 몰린 '검은 돈'들로부터 자유로운 입장이 아니다. 누가 뭐라건 '그 나물에 그 밥'인 것만은 확실하다.

 

검은 돈과 한국 정치

국회의원 출마자가 한번 선거에 쓰는 비용이 대략 30억원 정도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뭉칫돈을 끌어모으는 가장 큰 통로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재벌이다. 재벌들은 지정기탁금제를 통해 중앙선관위에 정치 자금을 내놓는다. 90년부터 95년까지 여당을 지정해 전해달라고 기탁된 돈은 모두 1,070억원이었다. 한 해 평균 185억원이다. 한 편 지정기탁금제를 통해 야당에 전달된 돈은 모두 648만원이었다. 하늘과 땅 차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중앙당 지원금의 한계가 있고 야당은 야당대로 합법 통로로 모이는 돈이 없으니 음성으로 검은 돈을 끌어모을 수밖에 없다. 재벌들은 그룹별로 '관리대상 출마자 리스트'를 만들어 자금 지원을 한다. 선거철에 재벌들로부터 풀리는 수백억, 수천억원의 돈은 재벌들로서는 기본 투자비용이다. 거기다 지역구의 각종 이권사업에 관련된 기업체들이나 유지들이 "파리 끓듯 꾄다." 검은 돈의 대부분은 바로 이 자본의 기본 투자비용에서 충당된다. 여기에 덧붙여 '보스 정치'의 대부들이 뿌리는 '실탄'들도 재벌로부터 나온다.

정경유착의 이 질긴 뿌리는 지역 정치와 보스 정치라는 왜곡된 정치 질서와 맞물려 이번 4.11 총선에서도 그 위력을 유감 없이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 성향의 인사들 몇몇이 제도권에 진입하는 정도 갖고 이 얽히고 설킨 뿌리를 뽑아낼 수는 없다고 보여진다. 길은 오직 하나다. 자본의 천민성을 극복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본의 본성 그 자체를 총노동의 힘으로 지양해내는 것이다. 민주노총 원년에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공공연하게 논의되기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를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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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7:45 2005/02/1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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